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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금, 여기 사경 수행자들이 모였다[특집] 이제 사경 수행을 시작합니다

이제 사경 수행을 시작합니다

한국불교의 수행에서 사경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참선이나 위빠사나 등이 수행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예부터 사경은 불자들의 신심과 원력과 공덕을 위한 가장 보편적인 수행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찰에서는 사경 수행을 잘 접하지 못하거나, 형식적인 의례 행위로 간단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경이 어떤 의미를 주고, 사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경 수행의 효과 등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반갑게도 몇몇 사찰과 단체에서 사경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사경 수행이 어떤 전통으로 오늘까지 이어져왔고, 지금 한국불교계에서 어떻게 이어오고 있고, 불자들이 사경 수행을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01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사경했을까  박상국
02    한국전통사경연구원 김경호 원장  김성동
03    대만의 대부분의 사찰이 사경당을 갖춘 이유  리뤼차
04    지금, 여기 사경 수행자들이 모였다  김우진

사진 : 최배문

01     조계사 범어사경반

“자, 오늘 배울 것은 여러분 모두 절에 가서 예불 올릴 때 가장 먼저 하는 겁니다. 기본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 삼귀의입니다. 삼귀의, 다들 아시죠?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제가 범어梵語로 적을 테니까 잘 보세요. 나모붓다야. 나모달마야. 나모상가야.”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 스님) 교육원에서는 범어 사경이 한창이다. 오랫동안 ‘실담悉曇 범자梵字’를 연구하며 범어 사경 수행을 이어 온 법헌 스님(서울 구로구 법륜사)이 사경반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수업은 그 날 배울 글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스님은 “사경하는 이들이 써야 할 글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범어는 기원전 4~5세기경에 시작되어 쓰던 언어로 대승불교 경전의 원본은 대부분 범어로 되어 있다. 특히 경전의 위없는 주문이라고 하는 진언은 범어 표현이 그대로 나와 있어 예불을 올릴 때면 익숙하게 들을 수 있다.
“먼저 강의를 들었던 스님의 소개로 범어 사경반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스님이지만 범어라는 글자를 잘 몰랐는데, 이렇게 공부하게 되어서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범어 글자가 익숙하지 않아서 사경을 하는 데 집중이 더욱 필요해요. 한 획 한 획 곱씹으며 사경 수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범어 사경반 수업을 듣고 있는 자혜 스님은 범어의 글자를 공부하며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사경한 종이를 보는 주변 신도들과 지인들의 칭찬으로 더 열심히 수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불교공예를 하고 있다는 염정 씨도 처음에는 범어라는 글자를 알고 싶어 범어 사경반에 들어왔다.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찾거나 이것저것 둘러보면 범어가 종종 나와요. 그럴 때마다 항상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범어를 배우려고 신청했는데, 사경 수행을 통해 범어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사경을 하면서 어떤 한계점을 넘어가거나 일정 시간 집중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정신이 모입니다. 그와 함께 사경과 제가 점점 하나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일상의 느낌이 사라지고 힘든 게 사라지니까 사경에 더욱 빠지게 됩니다.”
조계사 범어 사경반에는 매주 숙제가 있다. 그 날 배운 글자를 2장 가득 사경해 오는 것이다. 법헌 스님은 강의 설명 후 사경반 회원들이 가져온 숙제를 보면서 사경을 지도한다. 범자 획의 순서와 연결, 글자의 크기, 모양의 비례 등 사경을 하면서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 몇몇 회원들은 스님이 쓰는 모본을 핸드폰으로 찍어 영상으로 기록해 공부한다.

사진 : 최배문


“사경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저의 것이에요. 흔들리는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집중의 시간이라 마음이 편안해요. 어질러진 마음을 정돈하는 순간이라고 해야 하나? 범어라는 글자가 가지고 있는 뜻을 하나하나 새기다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조계사 범어 사경반이 처음 생긴 2016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수행을 이어온 이선화 씨는 사경반 회원들 중 으뜸이다. 회원들 중 가장 오랫동안 공부를 이어왔고, 2시간의 사경반 정규 시간이 끝나도 붓을 놓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범어 사경반의 막바지 시간에 회원들이 사경한 화선지를 들고 법헌 스님에게 온다. 바르게 사경했는지 점검받고, 다음 시간까지 공부할 글자를 받는다. 스님은 한 사람씩 체본을 써주며 사경하는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범어 사경은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함께 수행하는 것입니다. 범자를 쓰면서, 진언을 염하면서, 마음에 새기면서 수행하는 겁니다. 항상 부처님 생각하며 게을리하지 말고 집중해서 사경하면, 원하는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사진 : 김우진

02     홍법사 전통사경반

고요히 앉아 사경 삼매에 든다. 좌복 위가 아니다. 좌복 대신 사경지가 눈앞에 있다. 부산 홍법사(주지 심산 스님) 사경반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 오전이면 함께 모여 사경 수행을 한다. 행동과 눈빛, 말씨 하나에도 사경하며 배우고 수행한 내용이 녹아있다. 사경지 앞에 앉는 것부터 수행이라는 회원들. 벌써 11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 홍법사 사경반이 생겼을 때는 모임을 구성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주 가건물을 오가며 수행했어요. 그때는 사경에 대해서도 잘 몰랐습니다. 그저 공책에 경전을 옮겨 적는 게 사경인 줄 알았습니다.”
사경반 모임을 총괄하고 있는 김홍률 총무가 초기 사경반을 회상하며 설명했다. 당시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경 모임을 이어 온 이유는 사경 수행이 주는 행복감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홍법사 사경반은 전통사경 수행을 한다. 사경 시간이 되면 마음을 모으고 먹을 간다. 사경할 내용을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붓을 든다. 재료 준비부터 정리까지, 한순간도 집중을 놓칠 수 없다. 사경을 하는 순간 시간이 훌쩍 지난다.
“제 나이가 쉰 중반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또 쓸데없는 잡념이 들면서 마음이 조금 심란했습니다. 약간의 우울증인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친구가 같이 사경하러 다니자고 꾀었어요. 별생각 없이 왔다가 사경하는 도반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이 나오더라고요. 멋있어서요.”

사진 : 김우진
사진 : 김우진


우정혜 씨는 친구인 문은경 씨의 추천으로 사경반에 참석했다. 사경을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사경하기 전의 일상과 사경을 시작한 후의 일상이 많이 변했다. 저녁이면 하릴없이 TV 채널만 돌리던 날이었는데, 지금은 사경을 한다. “참 보기 좋습니다.”라는 남편의 말에 표현 못할 감동을 느꼈다.
허미래 씨도 문은경 씨, 우정혜 씨와 서로 친구다. 사경반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채 안된 신입회원이다. “지금은 관세음보살 42수 진언을 사경하고 있어요. 매주 한 장씩 진도를 나가는 데 초심자라 그런지 마음이 너무 급합니다. 얼른 사경 단계를 늘리고 싶어서 마음이 흔들려요. 그런 이유로 글씨나 선을 긋는 것도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옆에서 도반들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며 마음을 잘 다잡아 줍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자신이 적은 글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고 행한다. 사경반 회원들 모두 사경하며 되뇌는 말이다.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면 마음이 산란해지고, 그와 함께 붓끝도 흩어진다. 자신의 기도, 자신의 수행에 집중해야 사경의 맛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여가시간을 뜻깊게 보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사경이라고 해서 그냥 경전을 베껴 쓰는 것으로만 알았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사경인데, 이제는 계속해서 사경할 생각이 들어요. 글을 쓰는 순간의 몰입과 집중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사경 실력과 마음의 변화가 보이니 점점 좋아집니다. 또 딸아이도 제가 집에서 사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도 공부하고 있구나.’ 느끼는 것 같아요. 말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니 더 좋죠.”
사경반 내에서 가장 활기가 넘쳤던 한해영 회원은 사경 수행을 1년 이상 하면서 스스로 변하려 노력한다. 평소 날카로운 성격이 사경한 글에서 드러날 때면, 몸에 힘을 빼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자신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점검한다.
홍법사 사경반 모임의 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그들 내부에서는 서로를 향한 존경과 끈끈한 정으로 이어져 있다. 김홍률 총무는 “함께 수행하면서 서로 격려도 해주고, 잘못된 방법들도 수정해주며 더 발전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좋은 도반들과 열심히 정진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

사진 : 최배문

 

03     불광사 화엄경사경반

불광사(회주 지홍 스님) 교육원 창문 너머로 『화엄경』 독송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반. 『화엄경』 사경반 인원들이 한 주간 수행한 사경 부분을 모여 독경하고 본격적으로 사경 수행을 이어간다.
불광사 사경반은 오래전부터 『금강경』, 『법화경』, 『천수경』, 「보현행원품」 등을 사경하며 모임을 운영해왔다. 그리고 작년 3월, 1000일 결사로 『화엄경』 사경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작은 모임은 아니었지만, 『화엄경』 사경 1000일 결사를 시작할 때는 신청 인원이 200명을 넘겼다. 현재는 160여 명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경반에서 회원들이 사경하는 것은 무비 스님이 펴낸 한글 『화엄경』 12권 본이다. 12권으로 줄인 『화엄경』이지만 그 분량이 상당하다. 사경 발원에 동참한 회원들은 매일 3장씩 사경하며 수행중이다.

사진 : 최배문


“저희가 1000일 결사 발원하며 12권으로 나눈 한글 『화엄경』 사경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7권 회향 날입니다. 절반 이상 잘 왔으니 지금처럼만 힘냅시다.”
『화엄경』 12권 중 7번째 사경집을 끝낸 회향 날, 사경반을 담당하는 본공 스님과 함께 회향 모임을 시작했다. 스님의 축원이 끝나자 독송이 시작되었다. 지난주에 사경한 부분을 함께 읽으며 다시 뜻을 새기고, 새로 사경할 부분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화엄경』 사경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주스님께서 저희 아들이 어릴 때 선재 동자를 닮았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어요. 이번 기회에 선재 동자가 나온다는 『화엄경』도 배우고 수행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신청했습니다. 또 사경하는 공덕이 크다고 들어 동생에게도 권유했어요. 둘이 함께 매일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현숙, 김명숙 자매는 사경 수행을 하면서 자매간의 우애가 더욱 깊어졌다고 했다. 동생 김명숙 씨는 처음 사경반을 시작하기 전에는 3년이라는 결사 기간을 보고 망설였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같이 해보자며 자신을 이끌어준 언니가 지금은 몹시 고맙다.
“작년 5월이었어요. 언니와 함께 사경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계시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둘이 울면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니 장례를 치루고 입관할 때 그동안 정성스레 쓴 사경지를 함께 묻어 드렸습니다. 언니와 함께 큰일을 치루고 나니 함께하는 사경에 대한 의미가 남달라졌어요. 회향하는 날까지 열심히 할 겁니다.”
한 자 한 자 집중하며 사경을 이어나가지만, 가끔 정신없이 글만 적고 있을 때가 있다. 특히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를 사경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사경반 회원들은 한글로 사경하면서 종종 가슴을 울리는 구절들을 볼 때면 울컥할 때가 있다고 한다. 또 마음에 드는 경구가 나올 때면 그 부분만 다시 사경하기도 한다.
조성애 불광사 교육원 봉사팀장은 사경반 반장 역할을 하고 있다. 빠짐없이 모임을 참석하며 열심히 사경 수행을 이어나가는 그는 다른 회원들의 모범이 된다. 혼자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수행하는 도반들을 챙기며, 특히 나이 지긋한 신도들에게 친근하게 먼저 다가가며 사경 수행을 독려한다.
“사경하면서 제 기도도 하지만 함께 하는 이들의 기도도 같이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참하는 이들이 많으면 그 기도가 더 커지겠죠. 도반들과 함께 하려는 것은 제가 봉사팀장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사경반 한 명의 회원으로서 도반들과 함께하려는 마음에 있어요. 160여 명의 수행자들이 뿜는 힘이 대단하거든요. 열심히 사경 수행하시는 분들의 얼굴을 보면 다들 밝습니다. 그분들 덕으로 저도 다시 발심하는 겁니다.”

사진 : 최배문

04     길상암 전통사경반

서울시 성북구 아리랑 고개에 작은 암자가 하나 있다. 길상암. 이 암자에서 주지 행오 스님이 오랜 시간 사경 수행을 지속해 오고 있다. 행오 스님은 지난 2002년 시작한 한국사경연구회에서 회장의 소임을 올해부터 맡고 있다. 사경의 스승인 한국전통사경연구원 김경호 원장의 후임이다. 그만큼 사경으로는 이미 고수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행오 스님과 함께 지금까지 사경 수행의 연을 맺고 있는 신도들은 매주 한 번 수행의 시간을 갖는다.
“아마 2006년이었을 겁니다. 저희 신도들과 모여서 사경 수행을 시작한 해가요.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앞서 사경을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신도들이 함께 하자며 동참했지요. 가장 수행자다운 회향의 방법을 찾다가 신행과 포교의 방법으로 할 수 있는 게 사경 수행이라 생각했습니다.”
행오 스님이 사경 수행을 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사경의 의미와 목적이다. 신심만으로 경전을 베끼는 것은 한계에 봉착하기 쉽다. 무엇을 사경하는지, 어떻게 사경하는지, 사경하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 앎의 깊이를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같은 수행을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온다. 
“사경 수행은 비교적 삼매에 들기 쉬워요. 바로 눈앞에 결과물이 나타나고, 조금만 집중이 흩어지면 또 그게 바로 보이니까 다시 집중하게 됩니다. 성취감과 만족감도 크고 환희심도 듭니다. 그러한 상태에 이르려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내가 그린 변상도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모르고, 내가 적은 경전 구절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면, 사경할 때의 그 마음은 빛이 바래죠.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내가 무엇을 사경하는지 모두 설명할 수 있도록 이곳 사경반에서 함께 공부합니다.”
길상암 사경반 회원들은 각자 다양한 형태로 사경 수행을 한다. 많은 회원들이 사경 작품을 전시하기도 할 정도로 오랜 기간 수행해왔다. 『천수경』을 절첩본(긴 종이를 적당한 폭으로 여러 겹 접어서 책처럼 만든 뒤, 그 앞과 뒤에 따로 표지를 붙인 형태) 형식으로 사경하기도 하며, 만다라나 단청무늬를 그리는 이도 있다. 금니, 은니 사경을 하거나 경면주사鏡面朱砂를 이용해 사경하기도 한다. 수행자로서 각자가 부단히 노력한다. 
사경 작품의 화려한 면만 보고 사경반을 찾는 이들이 있다. 특히 금니 사경을 보고 느낀 감동을 체험하고 싶어 사경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온다. 길상암 사경반의 한 회원은 “금니 사경은 어지간한 마음으로는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먹도 시간이 지나면 마르고 굳지만, 금은 더 심합니다. 그래서 금니 사경을 하려면 환경부터 갖춰야 해요. 온도는 35도를 넘어야 하고 습도도 80퍼센트 정도 되어야 합니다. 그 밖에도 재료를 배합하는 법, 붓을 쓰는 법, 시간 조절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요. 금니 사경 작품들이 한순간에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땀으로 온 몸이 다 젖으면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집중해야 나올 수 있습니다.”
행오 스님은 사경 전시를 다니며 잘못된 방법으로 사경하는 분들을 종종 본다. 특히 금니 사경을 하면서 먹을 다루듯 금을 다뤄 사경한 작품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사경 문화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지만, 제대로 배울 곳이 많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사진 : 최배문


스님이 사경반 회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다. “다른 이와 비교하지 마라.” 함께 모여 수행하지만, 사경은 결국 개인의 기도이고 수행이다. 남과 비교하면 평상심이 흩어지고, 삿된 마음이 생긴다. 펜으로 경전을 옮기는 펜 사경이라도 묵묵히 정진한다면 그 공덕은 여느 섬세한 붓 사경 못지않다.
“사경 수행, 어렵지 않아요.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고 마음을 낸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붓끝으로 마음을 모아 한 자 한 자 쓴다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것이 사경 수행입니다. 펜 사경과 같이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김우진  kimwj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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