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금, 여기 사경 수행자들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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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지금, 여기 사경 수행자들이 모였다
  • 김우진
  • 승인 2017.11.28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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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제 사경 수행을 시작합니다
사진 : 최배문

한국불교의 수행에서 사경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참선이나 위빠사나 등이 수행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듯합니다. 예부터 사경은 불자들의 신심과 원력과 공덕을 위한 가장 보편적인 수행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찰에서는 사경 수행을 잘 접하지 못하거나, 형식적인 의례 행위로 간단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경이 어떤 의미를 주고, 사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경 수행의 효과 등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반갑게도 몇몇 사찰과 단체에서 사경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사경 수행이 어떤 전통으로 오늘까지 이어져왔고, 지금 한국불교계에서 어떻게 이어오고 있고, 불자들이 사경 수행을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01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사경했을까  박상국

02    한국전통사경연구원 김경호 원장  김성동

03    대만의 대부분의 사찰이 사경당을 갖춘 이유  리뤼차

04    지금, 여기 사경 수행자들이 모였다  김우진

01     조계사 범어사경반

“자, 오늘 배울 것은 여러분 모두 절에 가서 예불 올릴 때 가장 먼저 하는 겁니다. 기본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 삼귀의입니다. 삼귀의, 다들 아시죠?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제가 범어梵語로 적을 테니까 잘 보세요. 나모붓다야. 나모달마야. 나모상가야.”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 스님) 교육원에서는 범어 사경이 한창이다. 오랫동안 ‘실담悉曇 범자梵字’를 연구하며 범어 사경 수행을 이어 온 법헌 스님(서울 구로구 법륜사)이 사경반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수업은 그 날 배울 글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스님은 “사경하는 이들이 써야 할 글자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범어는 기원전 4~5세기경에 시작되어 쓰던 언어로 대승불교 경전의 원본은 대부분 범어로 되어 있다. 특히 경전의 위없는 주문이라고 하는 진언은 범어 표현이 그대로 나와 있어 예불을 올릴 때면 익숙하게 들을 수 있다.

“먼저 강의를 들었던 스님의 소개로 범어 사경반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스님이지만 범어라는 글자를 잘 몰랐는데, 이렇게 공부하게 되어서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범어 글자가 익숙하지 않아서 사경을 하는 데 집중이 더욱 필요해요. 한 획 한 획 곱씹으며 사경 수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범어 사경반 수업을 듣고 있는 자혜 스님은 범어의 글자를 공부하며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사경한 종이를 보는 주변 신도들과 지인들의 칭찬으로 더 열심히 수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불교공예를 하고 있다는 염정 씨도 처음에는 범어라는 글자를 알고 싶어 범어 사경반에 들어왔다.

“공예품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찾거나 이것저것 둘러보면 범어가 종종 나와요. 그럴 때마다 항상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범어를 배우려고 신청했는데, 사경 수행을 통해 범어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사경을 하면서 어떤 한계점을 넘어가거나 일정 시간 집중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정신이 모입니다. 그와 함께 사경과 제가 점점 하나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일상의 느낌이 사라지고 힘든 게 사라지니까 사경에 더욱 빠지게 됩니다.”

조계사 범어 사경반에는 매주 숙제가 있다. 그 날 배운 글자를 2장 가득 사경해 오는 것이다. 법헌 스님은 강의 설명 후 사경반 회원들이 가져온 숙제를 보면서 사경을 지도한다. 범자 획의 순서와 연결, 글자의 크기, 모양의 비례 등 사경을 하면서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다. 몇몇 회원들은 스님이 쓰는 모본을 핸드폰으로 찍어 영상으로 기록해 공부한다.

“사경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저의 것이에요. 흔들리는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집중의 시간이라 마음이 편안해요. 어질러진 마음을 정돈하는 순간이라고 해야 하나? 범어라는 글자가 가지고 있는 뜻을 하나하나 새기다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조계사 범어 사경반이 처음 생긴 2016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수행을 이어온 이선화 씨는 사경반 회원들 중 으뜸이다. 회원들 중 가장 오랫동안 공부를 이어왔고, 2시간의 사경반 정규 시간이 끝나도 붓을 놓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범어 사경반의 막바지 시간에 회원들이 사경한 화선지를 들고 법헌 스님에게 온다. 바르게 사경했는지 점검받고, 다음 시간까지 공부할 글자를 받는다. 스님은 한 사람씩 체본을 써주며 사경하는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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