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정도경영]음악은 소리의 즐거움으로 사회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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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경영]음악은 소리의 즐거움으로 사회를 바꾼다
  • 이언오
  • 승인 2017.09.28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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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아브레우 박사가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
아브레우 박사

|    조화의 음악이 불협화의 세상에 주는 희망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은 유럽이다. 전성기는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활약했던 1800년 전후. 유럽 제국이 중남미를 약탈해서 가져간 부가 밑바탕이 되었다. 왕실과 귀족들은 취미로 음악을 즐기면서 음악가들을 지원했다. 당시를 뛰어넘는 작품은 이후 나오지 못했다. 식민지 지배의 결과물로 위대한 음악들이 탄생했던 것이다. 

1975년 베네수엘라 아브레우 박사가 엘 시스테마el sistema 운동을 시작했다. 음악교육을 통해 빈민가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였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한 음악도가 자기 악기를 불태우는 걸 보고 나서였다.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악을 가르쳤고 또래들이 함께 연습·연주토록 했다. 슬로건은 ‘연주하고 싸워라.’ 세상 편견에 맞서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라는 뜻이다. 

현재 전국 900개 오케스트라에서 6천여 명 교사가 30여만 명 학생을 교육한다. 학생들은 성취도에 따라 유아 - 아동 - 청소년 - 직업 오케스트라의 상위 단계로 진입한다. 엄격한 훈련, 내부경쟁, 동기부여에 힘입어 상당수가 전업 음악가로 자리 잡았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지휘자·연주자도 여럿 배출했다. 음악을 그만둔 경우에도 다른 분야에서 더 나은 삶들을 살아가고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성직자처럼 독신으로 살면서 헌신했다. 비전을 제시하고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후원을 얻어냈다. 청소년들은 자발적으로 어린 후배나 부진한 동료를 가르친다. 유럽의 정상급 음악인들이 이들의 열정에 감동하여 현지를 방문해 재능기부를 한다. 식민지 약탈이 주었던 고통이 조금은 치유되었다 하겠다. 엘 시스테마는 수십 년간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을 감화시키고 기회를 열어주었다.

요즘 베네수엘라는 정정이 불안하고 반정부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 엘 시스테마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시위 도중 다치기도 했다. 음악운동이 사회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국에서는 10년 전 엘 시스테마를 모방한 음악교육이 시작되었다. 주목적은 기업 사회공헌과 지자체 홍보. 서양음악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얼마나 지속될지 두고 볼 일이다. 음악이 개인을 넘어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수는 없는 걸까?

오랫동안 엘 시스테마 운동을 지속시킨 정성이 대단하다. 음악은 들어서 감동 받지만, 창작·연주에 정진하면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조화의 음악이 불협화로 인한 고통을 치유하는 탓이다. 요즘 색色에 지배당하고 소음에 찌들어 음악音樂, 즉 소리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 돈과 기술이 게으르게 만들어 정진의 인내를 감수하지 않는다. 음악은 본래 그 자리인데 개인은 무지·방일하고 사회는 잘못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불경은 여시아문,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로 시작한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소리로 설했고 그것이 문자로 기록되었다. 후세가 문자에 파묻혀 부처님 소리의 진실과 즐거움을 놓친 건 아닐까? 불경이라는 위대한 악보를 갖고서도 연주·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수행으로 금강의 침묵을 체득하고, 보살행으로 화엄의 화음을 울려야 한다. 음악에서 불교적 사회변화의 지혜를 꺼내고 방편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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