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우담바라와 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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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우담바라와 거위
  • 심재관
  • 승인 2017.09.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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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심재관, 산치 탑에 표현된 우담바라 나무. 이 나무는 과거칠불의 하나인 구나함불을 나타낸 것이다. 조각 속에 우담바라의 열매(꽃)가 보인다.

우담바라

“우담바라의 꽃, 흰 까마귀, 물고기의 발자국을 볼 수 있을지언정 여자들 마음속은 알 수가 없지.”

인도의 격언(Subhās.ita) 가운데 하나다. 우담바라 나무에서 꽃이 피는 일은 흰 까마귀를 보거나 물속에서 물고기의 발자국을 보는 일처럼 거의 불가능한 일이란 뜻이다. 불교에서는 희유한 일들, 세상에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을 가리켜 우담바라에 꽃이 피는 일이라 말하곤 한다. 부처님이 세상에 등장하는 일이나 중생들이 인간의 몸을 받아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 듣게 되는 일 등도 이런 일에 해당한다. 

이런 표현들은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이나 『법화경法華經』과 같은 대승의 경전들 속에서 매우 희귀한 인연을 표현하는 상투어구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아함경』에서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어법은 꽤 오래전에 정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나무의 특징을 묘사한 불경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나무는 과연 어떤 나무인가. 

우담바라優曇波羅 또는 우담발라優曇跋羅 등으로 부르는 이 나무의 본래 이름은 산스크리트어 우둠바라Udumbara다. 이미 잘 알려진 바지만 이 나무는 피쿠스Ficus, 즉 무화과無花果나무의 일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학명은 피쿠스 글로메라타(Ficus Glomerata Roxb.)인데,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 자생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수백 가지의 무화과 나무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꽃이 없이 번식하는 것은 아니다. 우담바라 역시 본래 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 꽃이 아주 작은 풀잠자리의 알을 말하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가끔 방송이나 신문에서 불상에 우담바라 꽃이 피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실제 우담바라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사실 풀잠자리 알은 너무 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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