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숲에서 단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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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숲에서 단둘이
  • 성재헌
  • 승인 2017.09.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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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와 마하가섭의 지워지지 않는 특별한 만남
해인사 영산회상도의 마하가섭 ⓒ불광미디어

특별한 만남은 누구에게나 있다. 떠올리면 그저 흐뭇하고, 감사하고, 다행이다 싶은 그런 사람과 만남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아름다운 추억은 빛나는 보석처럼 소중히 간직되고, 그 강렬한 인상은 돌에 새겨진 문양처럼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은 그런 기억을 떠올릴 때면, 기적처럼 다가왔던 한순간에 가슴 한편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붓다의 삶은 실로 만남의 연속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붓다는 평생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깨우치기 위해 붓다는 평생 입을 닫지 않았다. 그래서 경전은 그 수많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붓다는 분명 지워지지 않는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붓다는 어떠했을까? 붓다에게도 그 수많은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지워지지 않는 ‘한 사람’이었을까? 물론 만 중생을 당신의 외아들처럼 여기셨던 분이니, 붓다에게 소중하지 않은 제자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꼽아보라고 붓다께 강권한다면, 붓다께서는 아마 그 ‘한 사람’을 ‘가섭’이라 칭하실 것이다. 이런 억지 주장을 가능케 하는 이야기가 『잡아함』 권41 제1,142경에 나온다. 

세존 말년에 있었던 사건으로 추측되는 경전의 이야기를 조금 각색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언제가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존자 마하가섭이 사위국의 어느 아란야의 좌선처에서 머물다가 낡은 누더기를 걸치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당시 세존께서는 수없이 많은 대중에게 에워싸여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여러 비구들이 멀리서 찾아온 마하가섭을 보았다. 마하가섭은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에 수염도 깎지 않았고, 게다가 때가 꼬질꼬질한 낡은 누더기를 걸친 모습이었다. 비구들은 경멸의 눈빛으로 수군거렸다. 

“저 사람은 누구야? 옷이 너무 초라하잖아! 차림새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대강 걸치고 왔구먼.”

그때 세존께서 당신이 앉아 계시던 자리의 반을 비우면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가섭이여, 여기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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