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정도경영] 공동체의 씨앗을 심어 숲으로 키워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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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경영] 공동체의 씨앗을 심어 숲으로 키워내야
  • 이언오
  • 승인 2017.09.0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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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마을 오영남 (68) 씨.

|    힘과 돈의 조직이 득세하고 지역공동체가 쇠퇴 

오영남 씨(68세)는 홍성군 홍동면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한국전쟁 때 사망해 조부모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10대에 일을 시작해 첫해 어른 일당의 3분의 1을 받았고, 4년차에야 같아졌다. 당시 삼촌이 자신을 사촌과 차별했는데 일을 열심히 했더니 동등하게 대해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가서 카센터, 식당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1971년 결혼을 하고 귀향을 했다. 만삭의 부인이 남의 농약을 쳐주다가 몸에 이상이 생기는 걸 느꼈다. 유기농에 관심이 생겨 산에서 낙엽을 긁어모아 퇴비를 만들어 사용했다. 몸이 힘들고 소득은 별로였지만 점차 소출이 늘어나면서 주위가 따라왔다. 일본에서 오리농법을 배워 도입하기도 했다. 당시 새마을운동과 통일벼 보급을 추진하던 정부가 유기농에 비협조적이었다. 

이후 농활을 왔던 대학생들을 지도했고 귀농하는 이들의 정착을 도왔다. 청송감호소에 수감되어 있던 무기수를 사회에 복귀시키기도 했다. 그의 교도소 특강에 자극 받은 사람이 출소 보증을 부탁해온 것이 인연이 되었다. 농사일을 가르치려 했지만 적성이 맞지 않다며 그만 두었다. 지금은 소식이 끊겼는데 법무부 연락이 없어서 잘 살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는 여전히 축산, 건설 등 작은 사업들을 계속 벌이고 있다. 본인은 먹고살 만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이다. 나이 많다고 능력 없다고 일을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이라 본다. 돈에 대한 원칙은 ‘먼저 쓰고 다음에 벌자.’이다. 돈을 벌고 쓰면 인색해지는데, 거꾸로 살면 욕심이 안 생겨 편하다고 한다. 아침마다 새 해를 맞이하는 것에 항상 감사 기도를 드린다. 

1958년 설립된 풀무대안학교가 지역공동체의 뿌리이다. 풀무는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 ‘농촌에 새바람을 일으키자’, ‘사람을 풀무질해서 육성하자’는 뜻을 담았다. 오영남 씨와 같은 선각자들이 공동체 주역으로서 농촌운동과 유기농법 확산을 이끌어왔다. 현재 40여 개 생산·소비조합이 활동하고 있으며 연간 3만여 명이 방문해서 생각과 경험을 배워간다.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수많은 지역공동체들이 붕괴되었다. 전통사회의 좋은 관행들이 사라지면서 세상은 삭막하고 위험하고 고통스러워졌다. 돈과 힘의 조직이 득세한 탓에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공동체의 씨앗을 심고 키워내는 수밖에 없다. 간디는 “진정한 인도는 몇몇 도시가 아니라 70만 개 마을 속에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체들이 제 역할을 해야 삶에 중심이 생기고 살아가는 모습이 조화롭다. 

불교가 개인의 수행과 보살행에 머물렀다면 오래전 명맥이 끊겼을 것이다. 부처님이 공동체 원형을 만들고 제자·신자들이 계승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중생은 무리 지은 생명들, 어리석어 무리를 잘못 짓는 탓에 고통이 증폭된다. 바르게 무리 짓는 공동체는 고통을 치유한다. 불교공동체는 함께 수행·보살행하며 타고 가는 큰 수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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