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보살행론] 번뇌를 바라보는 지혜의 눈은 불방일의 수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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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보살행론] 번뇌를 바라보는 지혜의 눈은 불방일의 수행에서
  • 재마 스님
  • 승인 2017.09.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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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재마 스님

聞 

분노나 집착의 모든 적에게는 손도 없고 발도 없고 용기도 없고 지혜도 없는데 어찌하여 그들은 나를 노예처럼 부리는가.(4:28) 그들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희희낙락거리며 나를 망치고 있는데도 그들에 대해 화도 내지 않고 참고 있으니 그런 나약한 인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네.(4:29) 합당한 길에 의지해서 나아가면 모든 이익과 안락을 누릴 수 있지만 그러나 번뇌를 떠받들며 의지하게 되면 그 뒤에 불행과 고통만 가져오게 된다네.(4:33) 나의 모든 고통의 원인인 적과 싸워서 이기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쳤다 하더라도 귀찮아하거나 게으름 피워서 안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네.(4:38) 그러므로 나 자신의 번뇌를 항복 받기 위해 나는 결코 물러서지 않으리라.(4:42)

思 

보리심이란 일체중생들의 완전한 행복인 성불을 위해 내가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말합니다. 샨티데바 스님께서는 이 보리심을 일으키고 그 마음을 지키고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입보살행론』에서 자상하게 다루고 계십니다. 제4장에서는 보리심을 지키기 위해 게으르지 않고 애써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바로 ‘불방일不放逸’을 강조하고 계시는데요, 번뇌는 보리심을 자라게 하지 못하는 원인입니다. 그래서 불방일로 번뇌를 끊기 위한 불굴의 노력과 그 노력의 결실인 지혜가 발현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초기경전 『앙굿따라 니까야』 「불방일경」(Appamāda-sutta, A10:15)에서도 불방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유익한 것인지를 설하고 있습니다. “모든 강들이 바다로 흘러가듯 유익한 모든 법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모두 불방일을 뿌리로 하고 불방일로 모이고 불방일이 으뜸”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불방일이란 선한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 게으르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입니다. 불방일로 꾸준하게 정진하여 지혜가 발현되면 번뇌가 환영인 줄 알게 된다고 가르칩니다. 번뇌는 초기불교의 가르침부터 법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는 아비달마 불교와 모든 이들의 불성을 말하는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공통으로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저는 번뇌를 떠올리면 가끔 ‘시인과 촌장’의 노래를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가시나무새>가 생각납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우리들이 흔히 격동의 감정에 휘말릴 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럴 때 이 가사가 그것을 제대로 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마치 번뇌의 적들이 손도 발도 없는데 우리를 마음대로 노예처럼 부리며 내 마음속에서 나를 망치면서 희희낙락거리고 있다’는 샨티데바 스님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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