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로봇스님이 등장했다.
장례식장에서 독경을 하고, 노래도 한다. 납골묘에서는 유골함을 꺼내 제단에 올려놓으며 의식을 집전할 수도 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에서 상용화된 로봇 장례서비스의 모습이다.
일본의 영자신문 재팬 타임즈는 최근 사찰의 장례식에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 페퍼를 소개했다.
로봇 페퍼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2015년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다. 키 121 cm, 몸무게는 29kg 에 인공지능을 탑재해 수줍어하거나 흐뭇해하고, 웃음을 지을수도 있다. 인간의 감정을 수준높게 인식할 수 있는 센서와 학습능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2015년 페퍼의 출시 후 상용화가 폭넓게 진행된 영역은 은행이나 식당, 양로원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 니세이 에코라는 업체가 페퍼에 승복을 입혀 사찰의 장례업무를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하면서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
니세이 에코는 페퍼에 4곳의 불교종단의 경전을 프로그래밍해 입력했다. 독경이나 염불도 할 수 있게 기능을 내장했다. 납골묘에서 유가족들이 방문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내장했다. 인간이 아닌 로봇 스님 페퍼에게 장례서비스를 받을 때 드는 비용은 50,000엔이다. 스님을 모셔서 장례를 치를 때 지불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다.
페퍼의 판매가격은 198,000엔에 월사용료 24,600엔이다. 기업체의 경우 월 55,000엔의 가격으로 임대해 사용할 수도 있다.
사찰의 장례식에 페퍼가 도입된 것은 일본의 장례비용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사찰의 단가제도를 통해 장례식을 치를 경우 수백만엔이 넘는 비용을 내야 한다. 만약 묘지를 매입한다면 비용은 더 많이 소요된다.
로봇 페퍼를 이용한 장례서비스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이런 경제적인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은 17세기 이후 단가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이 소속사찰을 정해 시주금을 내 가족의 장례와 장묘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왔다. 하지만, 농촌인구 감소, 대도시로의 이주, 초고령화 사회에 따른 1인 가족 증가 등 다양한 변화로 인해 단가제도가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새로운 장례 관련 비즈니스와 상품을 전시하는 대규모 전시회도 확대되고 있다.
로봇 페퍼를 판매하는 소프트뱅크는 현재 1만여대의 페퍼가 다양한 업종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과학기술이 종교의 어떤 영역까지 진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