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논쟁과 소셜 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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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논쟁과 소셜 안거
  • 서재영
  • 승인 2017.08.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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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때 여러 비구들이 식당에 모여 앉아 국왕들에 관한 일이나 도적에 관한 일, 전쟁에 관한 일, 재물에 관한 일, 의복에 관한 일, 음식에 관한 일, 남녀에 관한 일, 세간의 언어에 관한 일, 사업에 관한 일, 바다 속에 관한 일 등 이런 잡다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선정에 들어계시던 부처님은 천이(天耳)로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으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가셨다. 대중 앞에 자리를 펴고 앉으신 부처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냐고 물으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일어나 자신들이 이야기했던 내용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앞으로는 그런 것을 가지고 논쟁하지 말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그런 일들은 열반(涅槃)으로 가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승단에는 다양한 비구들이 모여 있었고, 호기심 많은 젊은 비구들도 많았던지라 부처님께 주의를 받았지만 비구들의 이야기와 논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또 여러 명의 비구들이 식당에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파세나디 왕과 빔비사라 왕 중에 누가 더 세력이 강력한지, 물질적으로 어느 왕이 더 부자인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비구들의 논쟁소리를 들으신 부처님은 선정에서 깨어나 식당으로 가셨다. 어떤 비구가 일어나 어떤 왕이 힘이 더 세고, 권세가 높은지를 놓고 논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부처님은 이번에도 비구들은 그런 일로 논쟁을 일삼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셨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주제로 논쟁하는 것은 바른 이치(理致)에 도움이 되지 않고, 법(法)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수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더구나 그런 것에 대해 잘 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지혜도 아니고 깨달음도 아니며, 열반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비구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것은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다. 이것은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다. 이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다.’라는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하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그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야말로 이치에 도움이 되고, 법에 도움이 되며, 범행에 도움이 되고, 바른 지혜와 바른 깨달음이며 바르게 열반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상의 내용은 잡아함 제16권에 수록된 「논설경(論說經)」과 「왕력경(王力經)」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모여 앉으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소재삼아 이야기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승단에도 다양한 출신성분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만큼 입담 좋은 비구들에 의해 이야기판이 벌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논쟁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심할 경우 쓸데없는 것 때문에 시비가 붙고 마침내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런 현상은 비구들만의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히 이런 저런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러다 보면 하찮은 일을 가지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마침내 멱살잡이까지 하는 풍경을 흔히 보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은 비구들은 그와 같이 세속의 자질구레한 잡사에 대해 논쟁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 것들에 대해 아무리 열심히 논쟁을 해 봐야 마음의 평화와 고요로 가는 열반으로 가는 바른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쓸모없는 논쟁이 오히려 번뇌를 키우고 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그것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고 힘들어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과 말을 섞고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면 소외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화를 위해 썰렁한 농담을 기억해 두거나 드라마나 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비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권력층의 비위, 범좌와 관련된 일들, 전자제품이나 물건에 관할 일, 남녀상열지사 등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곤 한다. 개중에는 더러 그런 주제로 이목을 끄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는 그런 것을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삶의 지혜가 될 수 없으며, 마음의 평화와도 거리가 멀다는 것이 부처님의 말씀이다.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예전에 비해서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고립된 삶을 산다. 그렇다고 쓸모없는 것을 주제로 수다를 떨고, 마음에 상처를 받고 싸우는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 대면은 줄어들었지만 SNS라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그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3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 폰을 이용하고 있으며, 개중에 대부분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SNS는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고, 주류 언론이 하지 못하는 저잣거리 정서와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비구들이 식당에 둘러 앉아 논쟁했던 것과 같이 대개의 경우 쓸모없는 주제를 늘어놓으며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자질구레한 일상사를 스스로 드러냄으로써 프라이버시의 자가 폭로를 일삼는 것은 물론 그 속에서도 논쟁이 있고, 비난과 다툼이 있고,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다.
방식은 달라졌지만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논쟁하며 감정을 다치는 속성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부처님은 그렇게 시간을 소일하고 논쟁을 일삼는 것은 마음의 고요와 평화로 가는 열반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셨다. 굳이 토론하고자 한다면 사성제와 같이 진리에 대해 토론하라고 하셨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조용히 앉아 침묵하거나 명상을 하는 것이 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지키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는 법이다.

최근 SNS를 통해 열심히 활동하시던 한 스님이 너무 많은 말을 했다며 SNS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많은 지지자들 거느린 어떤 교수님도 소셜 묵언을 선언한 적이 있다. 필자 역시 안거 기간에 맞추어 페이스북을 닫는 소설 안거를 3달 동안 실천해 본 경험이 있다. SNS를 닫은 석 달 동안 마음은 훨씬 고요하고, 평온해 짐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이나 사진을 올리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 쓸 필요도 없으며, 남들이 달아준 댓글에 답장하느라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어디가 아프네, 누구랑 다투었네, 누구는 이러이러 해서 밉다는 등 타자들의 자질구레한 일상에 참견하며 시간과 노력을 낭비 하는 일도 없어졌다.

세상의 갖가지 정보를 소통하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교감도 중요다. 하지만 때로는 침묵이 더욱 가치 있으며, 마음의 풍요를 가져다주기도 하는 법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쓸데없는 일을 소재삼아 수다를 떠는 것도 자제해야할 일이지만 SNS에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중독되는 것도 금해야 한다.

우리들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SNS에 매달리지만 SNS에 집착할수록 실제 사람들과의 관계는 단절되는 것이 SNS의 속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SNS를 일러 월든 2.0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서 생활하면서 단절과 은둔의 생활을 했던 것처럼 SNS가 오히려 인간관계의 고립을 자초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스스로 과도하게 집착한다고 판단되면 주기적으로 SNS를 끊는 소셜 안거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복잡한 관계를 단절하고 자질구레한 주제로 고민하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 번뇌를 줄이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 주기 때문이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동국대 선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선의 생태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등 역임.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조계종 표준본 《금강경》과 《부처님의 생애》 편찬 작업에 종사했다. 본지 편집위원.

 

* 출처 : 서재영의 불교기초교리 강좌 (http://buruna.buddhis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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