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들] 은둔의 나라 부탄
상태바
[사람과 사람들] 은둔의 나라 부탄
  • 정태겸
  • 승인 2017.08.01 1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잊어버린 것이 거기에 있다
사진 : 정태겸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3,600km가 훌쩍 넘는 거리에 있는 작은 나라.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부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부탄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는 ‘부탄=티베트불교’라는 편견이다. 사람들은 부탄이 티베트불교를 신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탄의 불교는  외형적으로 티베트불교와 흡사해 보일 뿐, 부탄만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발전을 해왔다.

|         부탄은 부탄이다

부탄이 독자적인 발전을 해온 배경에는 샵둥 나왕 남곌이라는 인물이 있다. 샵둥 나왕 남곌은 부탄의 국조國祖다. 본래 티베트불교 둑빠까규 파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오랫동안 티베트에 머물며 공부하던 그는 고향인 부탄으로 돌아와 부족국가들을 통일하고 지금의 부탄이 되는 기초를 만든다. 부탄이라는 이름도 당시에 지어졌다. 이 시기가 17세기다. 

부탄은 시작할 당시부터 둑빠까규라는 불교적 토대 위에 세워졌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티베트불교, 다른 말로 금강승불교라 불리는 그 불교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위에 세워진 그들만의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고, 부탄을 온전히 보기란 불가능하다. 세상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그들만의 정체성이 뚜렷한 나라. 그래서 부탄은, 부탄이다.

부탄의 유적지를 살펴보면 이 나라에서 불교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부탄에서 만나는 여행지의 90% 이상이 불교 관련 유적지들이다. 아니, 유적지라는 표현은 거슬린다. 불교는 그들에게 삶의 일부다. 그네들의 삶 속에 자리한 불교문화가 이방인들에게는 여행지이자 관광의 대상이 된다. 1,500년이 훌쩍 넘은 빛바랜 탕카(불화)를 손으로 만져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는다. 심지어 국보급 탕카라는 설명을 들었던 차였다. 이방인의 눈에는 기겁을 하게 되는 모습이건만, 그들은 태연하다. “저래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탕카는 우리에게 신앙의 대상이다. 보존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일부다. 도리어 신앙의 대상을 신앙이 아닌 보존의 대상으로 삼는 건 신앙을 박제하는 행위라고 본다.”고 답한다.

부탄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기능의 건축물이 있다. ‘종dzong’이라고 부른다. 그 안에 사원과 행정기관을 모두 품는다. 원래 종은 과거 세 차례에 걸친 티베트의 강력한 침공에서 버텨내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성이었다. 버티기 위해 행정기관과 사원을 건축물 내부에 모두 담아두었고, 이 난공불락의 성은 끝내 티베트의 침공을 물리쳐냈다. 당시에 생겨난 건축양식은 지금도 이어진다. 전국 20개의 종칵(지방자치단위)에서 중앙행정기관이자 그 지역의 중심 사원은 여지없이 ‘종’이다. 외국인들에게는 부탄을 대표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