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사라수와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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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사라수와 멧돼지
  • 심재관
  • 승인 2017.08.0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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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심재관

| 사라수娑羅樹

스승께서는 마지막 길에서도 숲에 머물길 원하셨다. 아난다의 부축을 받아가며 가고자 했던 곳은 쿠시나가라. 그곳에는 말라Malla 족이 소유하고 있었던 사라수 숲이 있었다. 스승은 그 숲에 이르러 두 사라수가 나란히 서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아난다에게 당신의 겉옷을 접어 머리에 고이게 했다. 머리는 북쪽으로 두고 오른쪽으로 누운 채 다리를 나란히 포개었다. 몸에 지병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춘다의 공양물이 그 지병을 더 깊어지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스승은 두 사라수 사이에서 반열반般涅槃에 들고자 했다. 

하지만, 스승은 왜 열반의 자리로 사라수 아래를 택했던 것일까. 스승은 눈을 감고 오래전 사라수 숲의 기적들을 회상했을지 모른다. 한번은 어떤 원숭이가 스승의 발우를 훔쳐 사라수 위로 달아나는가 싶더니 사라수의 꿀을 가져와 스승에게 바친 적이 있었다. 스승은 그때 꿀을 드시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더니 원숭이는 꿀 속에 빠진 벌레를 골라내 다시 드렸다. 그래도 스승은 꿀을 드시지 않았다.

다시 원숭이는 꿀에 물을 타서 드렸고 스승은 그제야 꿀을 드셨다. 스승과 원숭이는 모두 기뻐했다. 또 언젠가는 스승이 사라수 밑에 앉아계실 때 모든 나무들의 그림자는 낮 시간이 지나 다른 자리로 이동했지만 오직 스승이 앉은 사라수의 그림자만은 스승의 머리 위에서 떠나지 않고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런 사소한 사라수의 추억이 아니라면, 비사부불毘舍浮佛의 깨달음을 회상했을지도 모른다. 과거칠불過去七佛 가운데 한 분이셨던 비사부불이 이 사라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하지 않던가. 어떤 기록에는 무우수無憂樹가 아니라 바로 이 나무 밑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했다고도 말한다. 처음 마야부인이 사라수 가지를 휘어 잡고(śālaban.jika) 자신을 낳았던 그 나무 밑으로 돌아왔다는 것일까.  

이러한 사라수의 추억들이 열반을 앞둔 스승의 기억 속에 있었을까. 사라수 아래에서 열반에 들고자 한 이유를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어도, 스승은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속에 사라수에 대해 인상적인 말을 남긴다. 

“선남자야, 이러한 인연으로 내가 이 한 쌍의 사라나무(娑羅雙樹)사이에서 크게 사자후하는 것이니, 사자후라고 함은 대열반을 일컫는 것이다. 선남자야, 동쪽에 서 있는 한 쌍(의 사라나무)은 변화하지 않고 늘 같은 상태로 있음을 의미하며, 북쪽에 있는 한 쌍(의 사라수)은 부정함이 없고 깨끗함을 의미한다. 선남자야, 중생들은 쌍으로 선 나무를 위하여 사라숲을 수호하며, 다른 이가 그 가지와 잎도 가져가지 못하게 하며, 찍거나 파괴하지 못하게 한다. 나도 그와 같아서, 네 가지 법을 위하여 제자들에게 부처의 법을 수호하라고 명한다…. 이 네 그루의 쌍수는 사천왕의 역할을 하니, 나는 사천왕으로 하여금 나의 법을 수호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 속에서 열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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