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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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통신]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오?
  • 김성동
  • 승인 2017.08.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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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다. 부처님께서 마가다국 바라문 촌에 머물고 계실 때이다. 마침 파종 때가 되어 마을 사람들이 쟁기에 멍에를 묶고 있었고, 한 바라문이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부처님은 늘 그렇듯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음식 나누는 곳에 가 한쪽에 서 계셨다. 바라문이 부처님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 한다. 
“사문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그리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나서 먹습니다. 사문이여. 그대도 또한 밭을 갈고 씨를 뿌리십시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나서 드십시오.” 
경전 속에는 비교적 격식을 갖춰 말하고 있지만, 그 바라문이 힐난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는 정직하게 밭 갈고, 씨 뿌리며 밥을 먹는데, 너는 땀 흘려 일하지도 않으면서, 밥을 빌어먹으려는가, 하는 대거리가 눈에 선하다. 나는 농사짓는 농부인데, 당신은 뭐하는 사람인가, 하고 묻는 것이다. 좀 더 죄어치자면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다.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기 위해 존재하는데, 당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존재 이유가 없다면 농부도 사문도 없는 것이다. 농부는 말한다. 나는 존재 이유가 있다. 당신은 존재 이유가 있는가.  
 
●    부처님은 어떻게 답변했을까. “나 또한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그리고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습니다.” 바라문은 놀란다. 행색이 농부가 아닌데, 어찌 우리와 같이 밭 갈고 씨를 뿌린다는 것인가. 당연한 의문이 일어난다. “그대는 밭을 가는 자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대가 밭 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대가 밭 가는 것을 우리가 알 수 있도록 말해 보시오.”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면 그 내용물을 꺼내보라는 것이다. 밭을 가는 자라면 당연히 쟁기가 있어야 하고, 손과 발은 밭일한 흔적이 보여야 할 것이다. 바라문이 부처님의 행색을 보니, 있어야 할 그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말해보라고 다그칠 수밖에. 부처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믿음은 씨앗이요, 고행은 비이며, 지혜는 멍에와 쟁기, 부끄러움은 쟁기의 자루, 마음은 멍에의 끈이며, 마음챙김은 나의 모습과 소몰이 막대입니다. 몸을 근신하고 말을 조심하며, 음식을 절제하여 과식하지 않습니다. 나는 진실을 김매는 일로 삼고 있습니다. 부드러움과 온화함이 내 소를 쟁기에서 떼어놓습니다. 정진은 나의 소이므로 나를 절대 자유의 경지로 실어다 줍니다. 물러남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 그곳에 이르면 근심 걱정이 사라집니다. 이와 같이 밭갈이가 이루어집니다. 그것은 불사의 열매가 됩니다. 이런 농사를 지으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납니다.” 

●    바라문 농부가 묻는다. 당신은 뭐하는 사람인가? 당신이 이 땅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며 먹을 것을 얻는 사람인데,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묻는다. 바라문 농부뿐일까. 50년을 걸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부처님은 숱한 질문을 받았다. 부처님을 처음 본 이들은 당연히 묻는다.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오? 내용물을 내놔보시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사람입니다. 농부와 부처가 다를 바 없다. 믿음, 고행, 지혜, 부드러움, 온화함, 정진 등이 나의 밭이고 씨앗이고, 노동이며, 땀이고, 밥이다. 농부가 묻기에 농부의 어법을 따랐을 뿐이다. 대장장이가 물으면 그의 어법을 따랐을 것이고, 이발사가 물으면 또 다른 어법으로 답했을 것이다.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농부를 질문자로 등장시켜 부처님이 이 땅에 왜 존재하는지 답해주었다는 점이다. 부처님이 농부에게 말했다. 농부가 존재하는 가치의 무게와 부처님이 존재하는 가치의 무게가 같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밭 가는 농부. 밭 가는 부처. 씨 뿌리는 농부. 씨 뿌리는 부처. 이천 육백 년 전 바라문 농부가 오늘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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