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정도경영]쉽고 값싼 기술로 널리 이롭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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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경영]쉽고 값싼 기술로 널리 이롭게 하라
  • 이언오
  • 승인 2017.07.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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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오 바른경영연구소 소장

|    착한 마음을 씨앗으로 쉽고 값싼 기술을 개발 

이상호 대표(36)는 서울대 공학박사를 취득한 후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미국 연수를 갔다가 3D 프린팅에 눈을 뜨게 됐다. 프린터로 3차원 물체를 뽑아내는 IT·소재·가공 융합기술이었다. 유망하다고 확신해 부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4년 여름 퇴직금을 받아 창업을 했다. 회사 이름은 ‘만들어’를 살짝 비튼 ‘만드로’, 영문명 Mand.ro로 정했다.  

아이템을 찾느라 인터넷카페 활동을 하던 중 동갑내기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다. 프레스에 두 팔이 절단되었는데 전자의수가 너무 비싸다는 것. 인터넷 공개도면을 참고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부품을 구입했다. 1년 반 만에 완성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개발 과정을 주위에 알려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았다.   

대구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던 50대 기술자가 딸 결혼식을 앞두고 감전 사고를 당했다. 십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오른팔을 절단해야 했다. 딸이 TV 방송국에 제보했고 유명 연예인들이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러주었다. 방송을 본 어느 기업인이 이 대표에게 연락해서 전자의수를 만들어주도록 했다. 이후 기술자와 기업인은 의형제를 맺었고, 기술자는 산업재해 피해자들에게 상담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만드로는 코이카 지원을 받아 시리아 난민 캠프에 전자의수를 보급하고 있다. 총 500개 분량으로 도면·소재와 보급형 3D 프린터를 제공해서 현지에서 조립한다. 활동가들이 전자의수 제작과 수리를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킨다. 인건비와 출장비를 실비 정산하므로 돈이 그다지 남는 사업은 아니다. 

만드로 제품의 가격은 한 개 100만 원, 두 개 150만 원이다. 외국제는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은 기술을 도구가 아닌 가치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 지체장애인은 100만 명 이상, 이 중 의수가 필요한 사람은 수만 명에 달한다. 생계가 힘들고 주위 편견이 심해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 대표는 직원 3명과 일하고 있다. 1명 더 뽑으면 정부 간섭과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란다. 월급은 모두 200만 원으로 동일, 대신 회사가 잘 되면 팔 수 있는 스톡옵션을 나눠 가졌다. 이 대표가 원래 좋은 일 하는 데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좌우명이 ‘남들에게 도움 되는 촉매 역할을 하자’정도. 이 대표는 손 없는 중생들에게 손 붙여주는 천수관음보살이다. 자비심을 갖고 기술의 신통력을 발휘한다. 

기술은 어렵고 비싸다는 것이 통념이다. 기술을 고통 치유가 아닌 이익창출의 수단으로 보는 탓이다. 기술의 기본은 자연 자원을 활용하고 원리를 응용하는 것. 개인·기업이 덧붙이는 부가가치는 미미하며 그마저도 선배와 주변의 기여가 대부분이다. 소수의 기술 의인義人들이 쉽고 값싼 기술로 널리 이롭게 하고 있다. 이름 하여 적정適正기술, 혼탁한 세상을 맑히는 적정寂靜과 통한다.

이 시대 불교는 기술발전과 괴리되어 있고 관련 문제에 대해 해답을 주지 못한다. 체體는 기술까지 통섭하는데 상相이 구태이고 용用은 미숙하다. 불법은 쉽게 무상無償으로 깨달을 수 있는 진리이자 방편이다. 세속의 법인 기술도 당연히 쉽고 값싸야 하며 세상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무명에 갇혀 지극히 당연한 그것을 실천하지 못한다. 불법이 기술을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등불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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