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포도나무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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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 한 식물 그리고 동물] 포도나무와 개
  • 심재관
  • 승인 2017.07.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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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치탑에 조각된 포도넝쿨

포도나무

어느 날 비구들은 야차(Yaks.a)에게서 선물 한 꾸러미를 받았다. 야차가 준 것은 분명 과일이긴 했지만 처음 보는 것이라 어떻게 먹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곧장 스승에게 돌아가 물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게 북쪽지방에서 나는 포도葡萄라는 걸세. 양이 많으니 드시고 남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먹도록 합시다. 일단 그것을 으깨서 즙을 내고 그 즙을 끓이시게. 끓일 때는 절대 푹 끓이지 말고 약한 불로 슬쩍 익힌 다음 항아리에 담아 놓으면 나중에 요긴하게 드실 수 있겠네.” 

이 풍경은 실제로 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說一切有部毘奈耶藥事에 그려지고 있는데, 포도를 낯선 과일로 그리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부처님이 비구들에게 포도즙을 만드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는 것은 더 흥미롭다. 이 포도즙은 사실 포도주가 아닌가. 

여기서 북쪽지방이란 필시 인도의 북서부 또는 간다라 지역이나 그 인근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포도를 길렀고 포도즙을 이용한 음료나 와인을 만들었던 증거들이 보인다. 이러한 풍습은 그리스인들이 간다라 지역으로 들어오기 훨씬 오래전에 존재했을 것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유행했던 포도주 축제는 아마도 불교 이전에 존재했었던 지방의 토착 풍습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세간에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불교는 이 축제를 받아들여 대중과의 친밀도를 꾀했을 것이다. 축제를 감독하거나 또는 필요한 설비들을 보관해주면서 포도주를 만드는 과정에 승려들이 등장했던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파키스탄의 고대 사원지 탁트이바히Takht-i-Bāhī 인근에서 특별한 발우鉢盂가 발견된 적이 있다. 그 발우에 새겨진 명문銘文에 따르면 그것은 술을 마시기 위한 것으로서, 당시 스님에게 술을 보시했음을 적고 있다. 물론 이때의 술은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알코올 성분이 있는 포도주가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술을 빚을 때 사용하는 포도 거르는 체가 승려 사이에 오갔던 단서도 있다. 이것은 술 빚는 일이 승단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일어났다는 단서가 된다.    

마하승기율摩訶僧祇律에 보이는 스바가타 스님의 이야기는 이러한 정황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코삼비 왕국은 사악한 악룡 때문에 심한 가뭄으로 기근을 겪은 적이 있었다. 스바가타 스님은 가뭄을 몰고 왔던 악룡을 물리쳤고 사람들은 가뭄을 물리친 스님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비구 5백 명을 초대해서 음식을 공양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술을 물로 착각하고 올려놓았고 스바가타 스님은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이 술을 잔뜩 들이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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