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한 끼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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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한 끼의 유혹
  • 성재헌
  • 승인 2017.07.04 16: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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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방해로 한 덩이 밥도 얻지 못했던 부처님 이야기
사진제공 : (주)인터아트채널, '알렉산더 대왕이 만난 붓다' 展

가끔씩, 삶이 구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눈앞에 놓인 무언가 때문에 평소의 소신을 접을 때, 그렇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겨우 그것 때문에 내가 ….” 라는 생각이 들 때면 그 구차함의 무게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과 후회는 나를 경쾌하고 편안한 삶으로부터 한참이나 밀쳐낸다.  

유혹, 두 번 세 번 돌이켜 생각해도 마땅하고, 그래서 평소 남들에게까지 힘주어 말하던 소신을 꺾게 만드는 그 유혹의 정체는 무엇일까? 뒤돌아보면, 나를 흔든 그것들은 사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엄청난 부나 명예, 세상에 둘도 없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 때문에 평소와 다른 생각을 하고, 평소와 다른 말을 하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다면, 자신에게 그리 냉혹하게 채찍질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겨우 그것 때문에….”

그렇게 소소한 욕심들 앞에서 무릎 꿇은 나 자신에게 실망할 때마다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부처님 말씀이 있다. 『잡아함경』에 나오는 말씀에 살짝 살을 붙여 이야기로 꾸미자면 이렇다. 

 

언제인가 세존께서 홀로 숲에서 지내실 때 일이다. 

이른 아침, 찬란한 햇빛이 비치고 이슬이 가시자 세존께서는 옷을 갖춰 입고, 발우를 들고, 파라 마을로 들어가 걸식하셨다. 

그때 마왕 파순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사문 구담이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파라 마을로 걸식을 나섰다. 내가 이제 먼저 그 마을로 찾아가, 여러 신심 있는 바라문과 장자들을 구슬려 사문 구담이 빈 발우로 마을을 나가게 하리라.’

마왕의 방해로 그날 세존께서는 한 덩이의 밥도 얻지 못했다. 

빈 발우로 마을을 나와 숲으로 향하던 무렵, 한 사내가 부처님을 뒤쫓으며 이렇게 외쳤다. 

“어이, 사문! 사문!”

세존께서 뒤돌아서자, 그 사내가 다가와 빈 발우를 기웃거렸다.   

“음식을 전혀 못 얻었네.” 

안타까운 듯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의 입가에는 조롱이 담겨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생각하셨다. 

‘이 자는 마왕 파순이다. 나를 괴롭히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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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근 2017-09-24 17:14:18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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