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통도사 율주 혜남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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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통도사 율주 혜남 스님
  • 김성동
  • 승인 2017.07.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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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지키면 태평태평장태평太平太平長太平 입니다”

『유행경』.

‘피로하다’, ‘눕고 싶다’, ‘물을 마시고 싶다’ 등 부처님의 인간적인 모습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는 아함부 경전이다. 한국불교에서 초기경전이 본격적으로 변역되기 전까지 부처님의 인간적인 모습은 잘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이 경전의 번역자는 혜남 스님. 의외다. 한국불교 전통에서 부처님의 생애를 중요하게 다루지 못한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스님은 1943년에 나서 1963년 출가해 참선과 경을 배웠고, 1977년 대흥사 강원에서 근대 교학의 초석을 놓은 운기 스님(雲起, 1898-1982)으로부터 전강 받은 강백講伯이다. 스님은 영축총림 통도사 율주律主다. 율주는 총림에서 출가 대중의 규율을 책임지는 소임이며, 율원律院의 상징적인 스승이다. 강백이면서 율주. 그리고 『유행경』. 이 세 가지의 조합이 어떻게 어울려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혜남 스님을 만나려는 이유다.

통도사 시탑전侍塔殿.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곳이다. 대중이 모여 살고 있는 십여 개의 방 중에 스님의 처소는 다섯 평 정도의 서재와 서재 안쪽으로 또 하나의 방이 있었다. 들고 나는 문 외에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 신도분이 “스님께서 불광에서 온다고 한쪽 벽을 병풍으로 가렸다.”고 했다. 우리가 스님께 절을 하자 일 배만 하자며 합장해 맞이했다.  

 

|    계를 스승으로 삼아라

- 스님께서는 『유행경』을 번역하셨습니다. 왜 번역하셨는지요. 

“출가 이후에 부처님 생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부처님은 수행 시절에 어떤 곳에서 수행했고, 중생 제도를 위해 어느 곳을 다니셨고, 또 어떤 방법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법을 설했는가, 이런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관련 책도 적지 않게 읽고 번역했습니다. 『유행경』은 부처님의 마지막 여행기입니다. 열반하시기 전 3, 4개월 동안의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사람은 마지막 장식을 잘해야 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 우리가 부처님 생애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요?

“공양을 시작할 때 첫 공양게 첫 구절이 이렇습니다. ‘불생가비라佛生迦毘羅 성도마갈타成道摩竭陀 설법바라나說法波羅奈 입멸구시라入滅俱尸羅.’ 부처님의 일생을 생각하면서 그 은혜로 내가 이 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발우는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불은佛恩을 늘 생각해야 합니다.”

스님은 2003년 통도사 전계사 소임을 맡으면서 강주를 후학에게 맡겼다. 이후 2005년 통도사 영축율원靈鷲律院이 개원하면서 초대 율주를 맡았다. 율원은 율장律藏의 전문적 연구와 율사律師의 양성을 교육 목표로 하는 곳이다. 지금 율원은 조계종단 종법에 따라 ‘율학승가대학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통도사 율학승가대학원장은 덕문 스님이다. 신도들에게 오계五戒와 십선계十善戒, 보살계菩薩戒 등을 주는 스님들이 바로 이곳 율원을 졸업한 분들이다. 신도들이 어떻게 불자로서 생활하며 살아가는지 지침을 알려주는 분인 것이다. 혜남 스님은 불교 신도가 되기 위해서는 삼보에 귀의하는 것이 중요한데, 하나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계를 받는 것이라고 했다.   

“팔만대장경을 요약하면 계정혜戒定慧 삼학三學입니다. 그중에 계가 근본입니다. 계를 의지해서 올바른 선정이 가능하고, 선정으로 인해 지혜가 나옵니다. 계정혜 삼학을 통해 보리菩提를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마지막 열반에 드실 때 제자가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면 누구를 스승으로 삼아야 합니까.’ 하고 물으니, ‘계로써 스승을 삼으라.’ 하셨습니다. 이계위사以戒爲師입니다. 계가 불법의 근본입니다. ‘계’라는 한 글자 안에 불법이 다 들어있습니다. 우리가 부처님께 절할 때 삼배三拜를 하지만, 사배四拜를 하기도 합니다. 사법四法에 귀의하는 것이죠. 불법승 삼보와 계법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 부처님께서는 왜 계를 정하셨는지요. 

“부처님께서 성도하시고, 처음에는 계가 없었습니다. 다섯 비구가 출가하고, 장자長者의 아들인 야사가 출가하고, 야사의 친구들인 50명이 출가했습니다. 야사 비구는 출가 전에 큰 부자였습니다. 결혼도 했었고. 언젠가 야사가 속가 집을 방문했습니다. 부모가 대가 끊기는 것을 걱정해서 아들인 야사를 집에서 강제로 못 나오게 했습니다. 후대를 잇기 위해서입니다. 야사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도반에게 이야기를 했고, 도반이 부처님께 여쭤봤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음계淫戒가 그렇게 해서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계 하나하나가 부처님 당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마다 부처님께서 정한 것입니다.”

- 계와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내가 나쁜 일을 하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업으로 남습니다. 바른 선정에 들기도 어렵습니다. 계를 파破하면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됩니다.” 

- 계를 오늘날 현대사회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어떤가요?

“부처님 계율은 한 글자도 고칠 수 없습니다. 계율은 부처님만 고칠 수 있습니다. 계율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스님을 상대로 설했습니다. 다만, 현재 입장에서 보면 해당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다 지킬 수는 없지만, 그 틀은 그대로 두는 것이 옳습니다. 오늘날 적용할 때는 소소한 것은 내려놓고, 근본 계율의 정신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계의 정신은 소욕지족

 

-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계율의 정신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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