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환경에 집착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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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환경에 집착하지 마라
  • 금강스님
  • 승인 2017.06.2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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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여름 오후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인적은 없고 햇살만 가득한 널찍한 마당을 마주하기 어려울 때는 가끔 음악을 듣는다. 적막한 고요함을 깨뜨릴까봐 음악도 조심스럽다. 산중에 어울리는 음악은 피아노 연주다. 낭랑한 선율 사이로 고요함과 새소리, 바람소리도 들려온다.

언제부터인가 고요함을 즐기게 되었다. 그런데 옛 스승인 박산무이 선사는 수행자가 환경의 고요함을 찾는 것을 크게 경계한 바 있다. 참선하는 데는 무엇보다 고요한 환경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고요한 환경에 빠지게 되면 사람이 생기가 없고 고요한 데 주저앉아 깨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개 사람들은 시끄러운 환경을 싫어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수행자가 항상 시끄럽고 번거로운 곳에서 지내다가 한 번 고요한 환경을 만나면 마치 꿀이나 엿을 먹는 것과 같이 탐착하게 된다. 이것이 오래가면 스스로 곤하고 졸음에 취해 잠자기만 좋아하게 되니, 그리 되고서야 어찌 깨치기를 바라겠는가.

참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머리를 들어도 하늘을 보지 못하고, 머리를 숙여도 땅을 보지 못하며, 산을 보아도 그것은 산이 아니요, 물을 보아도 그것 역시 물이 아닌 경지에 있어야 한다. 가도 가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은 줄 모르며, 천 사람 만 사람 가운데 있어도 한 사람도 보지 못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오로지 화두에 대한 의문뿐이니, 그 의문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집에서 개인적으로 참선 수행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혼자 수행을 하다 보니 나태해지는 듯하다며 절을 찾아온다. 또 수행과는 상관없이 일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경쟁에 지쳐서 오기도 한다. 이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고요함을 찾아 온 것이다. 여럿이 함께 수행하면 개별 수행의 게으름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바로 대중의 힘이다. 가령 홀로 공부할 때는 참선 시간을 1시간으로 정하고 시작하더라도, 자꾸 시계를 보게 되고 결국 마음이 느슨해져 스스로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일어서고 만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과 함께 수행하면 마음을 팽팽하게 다잡을 수 있다.

한편으로, 많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들을 향해 나를 알아달라는 몸짓이 무심결에 나온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묵언(黙言) 수행이 필요하다.

 

- 금강스님의 <물흐르고 꽃은 피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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