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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국가모델 모두에서 살아보고 싶다면[1+1 함께 읽어 더 좋은 책읽기]

[1+1 같이 읽으면 더 좋은 책들]
세계 3대 국가 모델 모두에서 살아보고 싶다면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원더박스, 2017)

한국 사회 또는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양태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영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자연히 삶의 형식이 다른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책은 이런 간접 경험의 좋은 동반자이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다른 사회를 현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생활 감각 그대로 전해주는 책이라면 더욱 생생한 도움이 될 터, 이런 관점의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지구 상 모든 나라들이 자본주의 단일 체제로 수렴한 것 같지만, 사실 내막을 들여다 보면 그냥 ‘자본주의’로 퉁치기에는 때깔과 결이 무척이나 다른 사회 모델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흔히 자본주의 3대 국가 모델이라고 하는. 신자유주의의 대표 격인 영미식 모델, 유럽 대륙의 전통과 사회 역관계를 반영한 (유럽)대륙식 모델, 그리고 복지국가의 전형으로 알려진 북유럽 모델이다.
  
이번에 원더박스에서 낸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는 이 3대 모델 가운데 미국과 북유럽 사회를 속속들이 비교하는 책이다. 함께 읽을 추천하자면 단연 부키출판사에서 펴낸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를 꼽을 수 있다. 노동의 권리를 최대한 키우면서도 높은 생산성과 경제 발전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즉 미국 모델과 대륙 모델의 비교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부키, 2011)

 

두 책의 미덕은 일단 재미있다는 점이다. 잼이 없으면 빵 먹기가 팍팍하고, 재미가 없으면 책 읽기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한다. 개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이들 책이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나 <댓글부대> 못지않게 흥미진진했다.(장강명 의문의 1패? 아니 그만큼 장강명이 재미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어쨌거나 쏘리...)

소개한 두 책은 일반 시민의 눈으로 한 개인이 태어나고 교육받고 자라서 직장을 얻고 결혼하고 일하고 자녀를 키우거나 병을 치료하며 늙어가는 대다수 소소한 생활상을 '체험 삶의 현장' 프로그램이라도 보여주듯이 빠르게 미국과 비교 대상 국가를 교차해 가며 보여준다. 학술적으로 분류하자면 비교 정치학 또는 비교 사회학쯤 되는 간단하지 않은 주제이지만, 누구에게나 친숙한 일상생활의 문제로 풀어나가기에 쉽고 구체적이면서 무릎을 치는 공감을 자아낸다. 이를테면 미국과 북유럽 의료보험 체계의 차이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나는 미국 의료보험 체계가 사람들을 옥죄는 불건전성을 몸소 체험했다. 고용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에 말이다. 내가 당분간 그럴듯한 직장을 구할 가망이 별로 없다 보니, 많은 미국인이 하는 짓을 나도 하고 말았다. 남편에게 우리 둘 다 보장해주는 보험이 딸린 다른 직장을 찾아보면 어떠냐고 물었던 것이다. ()
트레버의 새 직장, 즉 우리가 기댈 유일한 의료보험 선택지는 가족 보장 방식으로, 매달 790달러를 보험료로 내야 했다. 그건 고용주가 전체 비용의 약 절반을 낸 나머지 액수였다. 이 마지막 선택지를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연간 9500달러는 엄청난 액수 같았고 진료비 분담금까지 있었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우리는 서로를 꼭 안았다. 의료보험 체계에 상처받은 연인으로서. 울다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미국식 사랑 이야기는 그랬다. 나로선 이전과는 꽤 다른 삶이었다.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205-9)

저자는 핀란드에 살 때는 사랑에 사회적 지위나 경제 조건을 개입시키는 일을 상상도 못했었다. 그런데 미국인 남자를 만나 결혼하여 미국에 살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북유럽 사회 보장 시스템과 미국의 생활 양식을 비교하게 된다. 왜 미국 여성들이 남자를 사귈 때 남자의 재력이나 직장을 그토록 따지는지 이해해가기 시작하는 눈물겨운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한눈에 두 사회의 본질적 차이를 절감할 수 있다. (미국 의문의 1패)

노동자의 휴가 면에서 미국은 현대 국가들의 표준에서 매우 벗어나 있다. 노르딕 시민은 자신들의 휴가 제도가 얼마나 좋은지 잘 모르는 반면에, 미국인은 자신들이 얼마나 끔찍한 대우를 받는지 잘 모르는 듯하다. 18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UN 보고서에 따르면,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지 않은 나라는 단 두 곳, 파푸아뉴기니와 미국이다. 미국은 유급 병가를 보장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에도 속한다. 앙골라와 인도, 라이베리아와 함께. (같은 책 83)

미국에서 복지(welfare)라는 용어는 복지에 의존하는(on welfare)’이라는 뜻이었다. , 가난하고 무직이며 사회의 짐이 된다는 의미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핀란드어에서 복지국가에 가장 가까운 용어는 (미리 경고하는데, 적어 놓으면 아주 괴상하게 보인다) hyvinvointivaltio(휘빈보인티발티오)이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풀자면 이 용어는 웰빙(well-being) 국가를 뜻한다. ‘복지에 의존하는을 뜻하는 말은 전혀 다른 표현으로 살려고 도움을 얻는이란 뜻의 핀란드어가 있다. (위의 용어보다 좀 더 웃긴데) saadatoimeentulotukea(사다 토이멘툴로투케아)이다. 2013년에 이러한 궁여지책의 혜택을 받은 핀란드인의 비율은 고작 7퍼센트이다. 미국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같은 해 미국에서 일종의 푸드 스탬프를 받은 사람의 비율은 두 배 이상인 15퍼센트이다.(같은 책 264)

사회 분야의 책이지만 두 책 모두 가벼운 에세이나 여행기처럼 부담없이 읽힌다. 여기에는 저자들의 개성과 문체가 크게 한몫을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의 저자 토마스 게이건은 일중독자인 노동 전문 변호사이다. 지구 상 최고로 부유하고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의 시민, 게다가 노동권을 옹호하는 일을 하는 변호사로서 대단한 프라이드를 지닌 그는 처음 유럽 대륙을 방문할 때는 '아휴 이 한 시대 뒤떨어진 인간들...' 하는 속마음으로 프랑스와 독일 등을 관찰한다. 그러나 웬걸. 보고 듣고 접하는 것들마다 자신이 그토록 자부심을 가졌던 미국인들의 일상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바람직한 생활상이 펼쳐지는 것 아닌가. (미국 의문의 2연패!)
저자는 이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을 책 곳곳에서 시니컬한 변호사 특유의 아재 개그를 통해 전달한다. 전형적인 사회과학서 같지만 선입견과 달리 킥킥대는 웃음을 도처에 탑재했다.

<미국에서 태어

재미있는 건 보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남녀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거야. 언젠가 시카고에서 록 음악 평론가를 만났는데 나한테 프랑스 여자가 어떠냐고 자꾸 묻더라고. 자기가 데이트를 할 때면 여자들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묻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린다고 투덜대는 거야. 미국 여성이 유난히 계산적인 것 아니냐고?
미국에서는 자녀를 낳아도 보육비는커녕 출산휴가조차 법적으로 보장이 안 돼 있어. 게다가 빈곤 아동이 4명 중 1명꼴이야. 애 낳아서 굶기고 싶은 엄마가 어디 있겠어? 그러니 남자의 직업을 따져 물을 수밖에. 미국 여성들은 그저 유전자의 명령에 충실한 것뿐이라고.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출판사 책 소개 중에서)

한국 사회는 해방 후 일관되게 영미 모델을 좇아왔다. 강제되거나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이 추종 작업은 마침내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우리 사회 말단 기저부에까지 촘촘하게 잔뿌리를 내렸다. 그 성과 또는 후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직면한 ‘다이내믹 코리아' 또는 '헬조선'이다. 우리 사회를 긍정하는 다이내믹 코리아 입장이건, 헬 조선의 부정적인 시각이 더 큰 사람이건, 미국의 자리에 한국을 끼워넣으면 대체로 무리가 없다. 따라서 두 책은 미국과 다른 사회의 대비이지만 우리는 한국과 다른 사회 모델간의 대비로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의 저자 아누 파르타넨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가 좀더 남성적이고 시스템 특히 노동과 산업의 영역에 주목해 깊이 파고든다.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안목으로 일과 기업 문제 못지않게 가족, 자녀, 의료, 양육과 교육 문제 등 라이프 스타일의 모든 곳에 다양한 시선을 골고루 보낸다.
 
두 책을 같이 읽으면, 한 책은 미국 시민이 다른 사회 모델을 접한 놀라움의 기록이고 다른 하나는 갓 미국 시민이 된 이주민의 기록이라는 점이 대조적이면서도, 미국식 모델과 대륙식 또는 북유럽식 모델의 차이를 입체적으로 고찰하기에 더없이 적절하다.

이렇게 대비되면서도 공통점을 지닌 두 책이 일관되게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동일하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싶은 건가, 이상에 가까운 사회 모델이 지구상에 분명히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경험을 우리 사회 속에 충분히 받아들이고 녹여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관심과 기획의 일관성이라 할 수도 있지만, 어쩌다보니 현재 그리고 이전 출판사에서 내가 낸 책만 두 권을 소개하는 것 같은 민망함이 엄습하여, 다른 이의 책을 슬쩍 한 권 더 끼워넣는다. 2016년 푸른숲 출판사에서 펴낸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이다.

앞의 두 책이 현재 시점에서 3개 국가 모델의 횡단면 비교라면, 이 책은 북유럽 모델 특히 핀란드의 교육이 오늘의 성취와 시민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어떤 길고긴 도전과 실험을 거쳤는지, 종적인 역사를 잘 기록하고 있다.

“왜 이렇게 사회가 안 바뀌나” 투덜대는 것은 쉽지만 막상 현실을 바꾸는 과정은 실로 지난하다. 비교하고 꿈꾸는 것이 1단계라면, 그 길고 어려운 과정에 발을 들이는 것이 2단계일 터이다.

 

정희용  condol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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