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만나다] - 유식唯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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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만나다] - 유식唯識(10)
  • 김사업
  • 승인 2017.06.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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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뢰야식 , 심상속心相續, 마음이 있다는 것의 의미
김사업

아뢰야식

유식唯識(10)

 

| 심상속心相續, 마음이 있다는 것의 의미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 여덟이다. 안식에서 아뢰야식까지의 여덟 개의 마음이 각각 별도로 있으며, 따라서 여덟 마음이 동시에 작용할 수도 있다. 모든 마음, 즉 8식은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생겨나서 작용했다가 조건이 다하면 소멸하는 연기적 존재요, 찰나적 존재이다. 반짝 빛났다가 소멸하는 빛과 같다.

빛이 소멸하면 밝게 비추는 작용도 동시에 소멸한다. 빛은 소멸했는데 밝게 비추는 작용만 남아 있는 경우는 없다. 마찬가지로 밝게 비추는 작용은 소멸했는데 빛만 남아 있는 경우도 없다. 소멸한 빛은 조건이 갖추어지면 다시 생겨나 밝게 비춘다. 마음은 이러한 빛과 같다. 그러므로 어떤 마음의 작용이, 예를 들어 의식의 작용이 멈추었다는 것은 의식 자체가 소멸했다는 것을 뜻한다. 작용만 멈추었을 뿐 의식 자체는 그대로 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의식 자체는 언제나 그대로 있다고 한다면 의식은 불교가 부정하는 아뜨만이나 자성自性이 되어 버린다.

의식은 작용을 멈추어 소멸하지만 조건이 되면 다시 생겨나 작용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의식이 5분간 작용했다는 것은 전구가 5분 동안 계속 켜져 있는 것처럼 작용한 것이 아니다. 마음은 찰나적 존재이다. 생하는 즉시 소멸한다. 지금 이 찰나의 의식이 작용하고 소멸하자마자 빈틈없이 다음 찰나에 새로운 의식이 생하여 작용하고는 곧 소멸한다.

의식이 5분간 작용했다는 것은, 의식을 B라고 했을 때 ‘B1(제1찰나) → B2(제2찰나) → B3(제3찰나) …’와 같은 식으로 5분간 이어진 것을 말한다. B1과 B2는 ‘의식’이라 불리는 같은 작용을 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의식은 아니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두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된다고 한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나의 뇌세포가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바뀌었다 해도, 이 세포가 전혀 엉뚱한 심장 기능을 한다거나 나와 특징이 다른 타인의 뇌세포로 변한 것은 아니다. 바뀌기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나만의 독특한 뇌세포 기능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바뀌기 전과 그 후의 뇌세포를 동일한 뇌세포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뇌세포는 영원불변의 아뜨만이 아니다.

B1과 B2의 관계는 바뀌기 전후의 뇌세포의 관계와 같다. 그러므로 B, 즉 의식은 불변의 아뜨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B1에서 B2로의 진행, 다시 말해 B2가 생겨나는 데도 많은 조건들에 의존해야 가능하다. 빛 하나가 생겨나는 데 얼마나 많은 조건들이 필요한지 상상해 보라. 따라서 B1과 B2 등 B 계열의 하나하나의 마음은 ‘조건에 의존하여 생한 것’, 즉 연기적 존재이지 아뜨만이 아니다. B1과 B2 등이 어떤 조건에 따라 생하는가를 잘 보여 주는 것이 식전변설이다.

5분간 위와 같이 찰나적으로 작용하다가 조건이 다하면, 예를 들어 깊은 잠에 들면 의식은 더 이상 작용하지 않고 한동안 소멸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생겨나 작용한다. 의식은 이렇게 생멸을 반복하면서 독자적인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의식뿐만 아니라 8식 모두가 각기 자신만의 독특한 기능을 하면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마음의 이러한 흐름을 마음의 상속, 즉 ‘심상속心相續’이라 부른다.

결국 8식 각각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능을 하는 8가지 마음의 흐름을 가리킨다. 안식은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생겨나 색깔과 모양을 식별했다가 조건이 다하면 소멸하는 마음의 흐름이며, 이식은 같은 방식으로 소리를 식별하는 마음의 흐름이다. 안식이 있다는 것은 ‘안식’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기능을 하며 찰나적으로 생멸하는 마음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점을 늘 주의해야 한다.

부처가 되었을 때 8식 각각은 지혜로 바뀐다고 했다. 이를테면 의식은 묘관찰지라는 지혜로 바뀐다. 이것은 번뇌에 물든 의식의 흐름이 차원이 완전히 바뀌어 번뇌가 전혀 없는 ‘지혜의 의식(=묘관찰지)’의 흐름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나머지 식識도 이에 준하여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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