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보여주라, 행복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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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삶에서 뽑은 명장면] 보여주라, 행복한 삶을!
  • 성재헌
  • 승인 2017.06.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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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꿈꾼 세상은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되려면 세상 사람들이 이기심과 폭력을 극복해야만 한다. 인간에게 이기심과 폭력을 극복한 삶이 과연 가능할까? 종족보존욕구와 자기보존욕구에서 비롯되는 이기심과 폭력은 생명체의 본능本能이다. 본능을 극복하려면 그 욕구가 터무니없고 추구할 가치가 없는 것임을 깊이 자각自覺해야만 한다. 깊은 자각, 즉 스스로 깨달아야만 한다.

본능을 제압할 만큼 큰 힘을 발휘하는 자각, 탐욕과 분노의 뿌리를 스스로 뽑게 하는 깨달음은 붓다 자신에게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과연 그게 다른 사람에게도 가능한 일일까?

붓다는 그 가능성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리수 아래에서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한 후 가장 먼저 알라라 깔라마와 웃다까 라마뿟다를 떠올렸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진리를 추구하고 진리에 대해 토론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라나시의 녹야원에 있던 다섯 수행자였다. 그들 역시 오랫동안 붓다와 함께 수행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그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면 굳이 먼 길을 걷고 갠지스 강까지 건너야 하는 힘든 여정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네란자라 강변의 가야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빠까와 만났던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라나시로 향하던 붓다는 길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한 수행자를 만난다. 그는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모습은 맑고 얼굴은 환히 빛납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 모든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무엇에도 더럽혀지지 않고 모든 욕심과 애착에서 해탈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굽니까? 당신은 어떤 법을 배웠습니까?”

“나에게는 스승이 없습니다. 내가 곧 성자요 최고의 스승이니, 홀로 깨달음을 얻은 나는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우빠까는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최고의 승리자라도 된 것처럼 말하는군요.”

“벗이여, 나에게 번뇌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나와 같은 승리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나는 모든 사악한 세력에 대항하여 승리하였습니다. 벗이여, 내가 바로 승리자입니다.”

우빠까는 입을 삐죽거렸다. “흠,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깨우치려는 붓다의 실험은 깨달음을 성취한 가야에서부터 시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침묵하고, 자신의 말을 믿어줄 가능성이 높은 옛 벗들을 찾아갔던 것이다. 이처럼 깨달음을 얻은 초기의 붓다는 교화에 소극적인 자세였다.

붓다가 타인을 깨우치는 교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된 데에는 ‘야사’와의 만남이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바라나시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었던 야사는 붓다와의 만남을 통해 그의 제자가 되었다. 붓다에게 야사는 낯선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 교류하며 신뢰를 쌓은 사이도 아니고, 당시 붓다에게는 대중이 제 발로 찾아오게 할 만한 유명세도 없었다. 하지만 숲에서 우연히 만난 야사는 붓다의 가르침에 마음의 문을 열었고, 그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붓다께선 이 사건을 통해 엄청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거센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지만 낯선 사람도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감이 교화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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