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초월한 큰스님들의 인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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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큰스님들의 인연터
  • 관리자
  • 승인 2007.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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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밀국토를 찾아서 ,양평군 지역

양평은 양근과 지평이 합쳐진 지명이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지만 근래까지도 험한 산과 물로 인해 멀게 느껴져 왔다. 강변을 따라 난 지금의 국도도 한참 확장공사를 벌일 정도로 좁고 굴곡이 심하며 잘 막혀서 한 시간 남짓이란 얘기도 또 한참 전 얘기가 되어버렸다.

서울서 가자면 양평의 초입에 나타나는 곳이 바로 두물머리이다.

양수리(兩水里)라는 재미없는 이름이 지금의 공식 지명이지만 이 지방 토박이 주민들에게는 아직도 정감어린 '두물머리'로 불리워지고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으로 예부터 강원 영서와 기호 지방의 육로와 수로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고 한다. 요즈음은 하류에 팔당댐이 들어서면서부터 호반의 관광명소로 변모햇다. 여기서 북한강 쪽으로 약 삼십 리 길을 오르면 '수입리(水入里)'라는 곳이 나온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정감어린 우리 지명이 잊혀지고 있는 곳이다. 명달리, 노문리에서 나려온 수입천이 북한강 굽이에 합류하는 지점으로 '무드리'라는 고운 말이 있는데도 그저 멋없는 '수입리'다.

이 무드리에는 요즘엔 보기 힘든 풍경 하나가 있다. 건너 새터나루까지 손님이 하나라도 있으면 언제고 넘나드는 통통배(거룻배에 모터를 얹은)가 아직도 이 동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관광용이 아닌 생활수단으로서의 나루는 이 지역에서 거의 유일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네 사람들은 어른 한 사람 당 400원 받는 운임을 다달이 쌀로 대신 내고 다닌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이 무드리로 배를 타고 들어서 오늘 가고자 하는 용문산 주변까지 산길로 걸어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그 거리가 녹녹치만은 않게 느껴진다. 양평에서 가장 큰 사찰은 용문산에 있는 용문사(龍門寺)다. 1,100년 된 은행나무로 더 잘 알려진 용문사는 경기도 지정 국민 관광지로 꾸며져 철이 바뀔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든다. 또 용문사 꼭대기에는 군부대가 들어서 일반인들이 발을 디뎌본 지 오래다. 양평 일대가 한국동란 때의 격전지여서 그런지 산 아래도 빙둘러 군부대가 들어 서 있어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 많다.

용문사는 원효 대사 혹은 의상 대사, 경순왕 등이 창건했을 거라는 분분한 설이 남아 있지만 아마도 실상은 통일신라기에서 고려 초기에 대경 여엄(大鏡麗嚴) 스님이 세운 절일 거라는 판단이 가장 타당할 듯 싶다. 여엄 스님은 현재 충남 보령시 남포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처음엔 『화엄경』을 익히며 교종에 뜻을 두었는데 근처 성주사에 자리잡고 선풍을 드날린 무염 선사에게 영향을 받아 그 휘하에서 수 년 동안 참선 수행을 했다. 그뒤 중국으로 건너가 운거(雲居) 화상의 법맥을 이어받고 월악산과 소백산 등지에서 수행하다가 고려 개국과 동시에 왕건의 배려로 이곳 양평의 보리사에서 기거하며 용문사와 사나사를 창건하였던 것이다. 고찰이었을 보리사는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그뒤 용문사는 고려말 정지(正智) 국사가 머물며 대찰의 면모를 잃지 않았으며 국사가 열반한 조선 태조 7년에는 서슬퍼런 억불의 시류 속에서도 당시의 권신인 권근의 문장으로 탑을 세우고 부도를 모시기도 했다. 조선 세조 때에는 세조가 자진의 어머니 소헌 왕후를 위해 법회를 열던 중 사리가 방광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의 원찰로 삼은 유서깊은 곳이다.

용문산의 봄은 아직도 절반까지밖에 오지 않았다. 산중턱에서 신록과 거무튀튀한 잔가지 숲으로 경계가 그어져 그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허위허위 오르는 계곡길은 새소리, 물소리가 어우러진 꽃 길이다. 일중 김충현 선생이 쓴 '용문산 용문사' 라는 편액을 이마에 붙인 일주문에서 약 500 미터를 더 오르면 동양최대라 일컬어지는 은행나무가 먼저 사람을 맞는다. 이 은행나무는 높이가 65미터, 둘레는 12미터로 매년 관광객들이 주워갈 대로 주워가고도 큰 가마로 한 가마니 정도의 은행을 줍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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