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병의 평화모니] 성철의 왕방울 눈
상태바
[윤구병의 평화모니] 성철의 왕방울 눈
  • 윤구병
  • 승인 2017.05.30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구병

성철의 왕방울 눈

석성철은 가까운 이들에게 모진 스님이었다. (‘모질다’ 함은 ‘모’가, 삐죽한 모서리가 길다는 뜻을 지닌 말일지도 모른다. 모서리가 길어지면 가시가 되기도 하고 바늘처럼 찌르기도 한다.) 스님 스스로에게는 더욱 모질었다. 나중에 상좌로 받아들인 원택 스님에게 맨 먼저 이른 말이 ‘속이지 마라’였다고 한다. 그이가 나이 여든에 돌아가시기에 앞서 읊었다는 ‘열반송’은 다음과 같다.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어찌 들으면 고개 갸웃거려지기도 하고 머리를 외로 꼬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거룩함’과는 거리가 먼 노래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열반송’을 읽으면서, 그래, 성철 스님은 그래도 스스로 속아 넘어가지는 않았다(저를 속이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열반송’을 쓰고 난 뒤 이승을 떠나기 예순 해쯤 앞서 성철은 이런 시를 썼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