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동물 식물] 망고나무와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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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동물 식물] 망고나무와 원숭이
  • 심재관
  • 승인 2017.05.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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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나무

망고나무

세존이 머물렀던 도시 슈라바스티에서 마술 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심지어 그 대회의 주인공은 스승 자신이었다. 스승을 시기하던 이교도들이 빔비사라 왕을 부추겨 대회를 마련한 것이다. 제자들이 마술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켰기 때문에, 그 대회에 스승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을 보고 제자들은 놀라워했다. 슈라바스티에 있는 동안 이교도들의 훼방이 너무 거셌던 탓일 것이다. 이교도들을 조복하고 대중의 신앙심을 고취시켜야 할 때였다. 이때 마술을 펼칠 장소로 스승은 망고나무숲을 택했다. 왜 망고나무숲이었을까. 스승은 마술의 장소로 그곳을 택한 이유를 간단히 말했다. 그곳은 ’과거 부처님들이 그렇게 해왔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과거의 부처님들도 망고나무숲에서 똑같이 마술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왜 망고나무숲이어야 했을까. 스승은 왜 망고나무를 가까이했을까.

흥미롭게도 스승이 선보였던 마술 가운데 하나도 ‘망고나무 키우기’였다. 경전에 따르면, 스승이 망고나무숲에서 마술을 선보이기로 하자 애초에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던 외도外道 수행자들이 심술을 부렸다. 그들은 도시의 망고나무를 모조리 뽑아 없애버렸다. 그러자 스승은 자신이 공양받았던 잘 익은 망고를 다 먹고 남은 씨를 땅에 심었다. 그러고는 그 위에 손을 씻을 정도의 물을 뿌렸다. 그러자 땅 위에서 순식간에 망고나무 싹이 터 엄청난 크기로 솟아올랐다. 이것이 슈라바스티에서 스승이 보인 첫 번째 기적이었다. 이러한 스승의 기적에 자존심이 상한 푸라나 카샤파Pūran.a Kassapa 같은 외도는 자살하기도 했다.

이 경전의 이야기는 마치 지금 인도에서 가끔씩 마주칠 수 있는 마술공연을 그대로 묘사한 듯 보인다. 이 ‘망고나무 키우기’ 마술은 현재에도 인도에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마술의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옛날 세존께서는 이 마술을 왕궁 시절 직접 배우셨거나, 아니면 후대의 경전 창작자들이 스승의 기적을 그려내면서 이 망고나무 키우기 마술을 삽입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마술은 요즘 보아도 경이롭다. 바짝 말라비틀어진 크고 넓적한 망고 씨를 심고 물을 부으면 곧 화분에서 싹이 올라오고 훌쩍 자라나 망고까지 따 먹을 수 있는 그런 마술이다.

그렇지만, 왜 스승을 포함한 과거의 부처님들, 심지어 마술사들까지 망고나무를 선택한 것일까. 스승은 왜 마술의 장소로, 또는 기적의 장소로 망고나무숲을 택하셨을까. 스승이 망고나무를 가까이했던 장면은 경전 속에 수없이 등장한다. 물론 이것은 경전을 만든 이들의 창작일 수 있지만, 이는 고대 인도인조차 망고나무를 애호했다는 증거에 지나지 않는다.

망고mango는 산스크리트어로 암라(āmra, 蓭羅)라고 부른다. 현대의 망고라는 단어도 남인도에서 ‘망아’라고 부르던 이름이 포르투갈 상인들을 거쳐 현대의 영어로 정착된 것이다. 인도의 망고가 수천 년 전부터 재배되었고 동남아시아로 전파되어 세계화되었다는 것은 상식화되었다. 망고의 종주국답게 현재 전 세계 망고 생산량의 절반 정도는 인도에서 나온다. 인도인들에게 망고는 삶이자 문화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국가적인 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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