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마음을 사르는 칼] 이중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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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마음을 사르는 칼] 이중구속
  • 박재현
  • 승인 2017.05.3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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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이중구속

이중구속, 벗어날 수 있겠는가

공안 혹은 선문답에서 자주 이용되는 상황설정 가운데 이중구속 상황(double-bind situation)이 있다. 이중구속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서로 모순된다고 느껴질 때, 당사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심리적 상태다. 간단한 사례로, 윗사람이 “편하게 해.”라고 말하면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 아랫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또 애인이 싸늘한 목소리로 “자기 맘대로 해.”라고 말해도, 듣고 있는 사람은 진짜 맘대로 해도 된다는 것인지 어쩐지 혼란스럽다.

이렇게 서로 모순된 두 가지 메시지를 한 사람이 동시에 전할 때,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이중구속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거나 심해지면, 그 당사자는 정신이 피폐해지고 정신분열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특히 어린아이를 돌보거나 교육하는 사람은, 아이가 이중구속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 의도, 말, 표정(태도), 이 세 가지가 일관되지 않은 채로 아이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종교에서는 세속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모순된 상황이나 이론을 일부러 연출하기도 한다. 특히 선禪에서는 수행자의 의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방편으로 이러한 상황을 조장하곤 한다. 끽다거喫茶去로 유명한 중국 당나라 시절의 조주(趙州, 778~897) 선사의 일화를 보자.

 

조주가 어느 암주庵主가 있는 곳에 당도해서 물었다

- 있는가, 있는가(有麼有麼)?

그러자 암주가 주먹을 들어 보였다(豎起拳頭).

조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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