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집방랑기] 전남 지리산 구층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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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집방랑기] 전남 지리산 구층암
  • 이광이
  • 승인 2017.05.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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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뜨는 봄 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녁예불
전남 지리산 구층암 / 사진 : 최배문

별 뜨는 봄 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저녁예불

전남 지리산 구층암

우리나라 어디에서 차가 처음 재배됐을까 하는 것은 해묵은 논쟁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차 씨를 가지고 돌아왔는데, 왕이 이를 귀히 여겨 지리산에 심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리산에 처음 심었는데, 화엄사냐, 쌍계사냐? 이것이 문제다. 화엄사 쪽은 4사자 삼층석탑 앞에 ‘석등헌다상’이 있는데 차와 관련된 최고의 유물이라는 것을, 쌍계사 쪽은 수백 년 된 우리나라 최고 수령의 차나무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세운다. 구례와 하동 양측은 시배지 조형물을 각각 만들어서, 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구층암 암주 덕제 스님에게 시배지 얘기를 꺼냈더니, “쓸데없는 것 묻지 말고 차나 한잔 마시라.”고 한다. 스님은 “신농神農이 여러 풀을 먹다 중독되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데, 그때 바람을 타고 입 안에 떨어진 푸른 잎을 먹었더니 정신이 맑아지고 모든 독이 해독되었다.”고 하면서 그것이 “차”라고 했다.

구층암은 지리산 화엄사 뒤쪽 200m쯤 올라간 곳에 자리한 산내 암자다. ‘구층암’ 현판이 걸린 요사채 앞에 삼층석탑이 찌그러진 모양으로 서 있다. 뒤편 천불보전에는 석가모니불과 토불 1,000개가 모셔져 있다. 석등과 배례석이 놓인 뜰, 그리고 늙은 모과나무 기둥이 받치고 있는 암자는 아늑하고 예스러운 멋을 풍긴다. 삼층석탑은 1961년 주변에 흩어진 탑의 돌조각들을 짜 맞추어 복원한 것이다. 세워놓고 보니, 탑의 형태가 신라 양식이어서 구층암의 창건은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혹시 옛날 이곳에 구층탑이 있어 구층암이 아닐까 하지만, 기단석의 크기와 배치로 보아 구층은 세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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