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챙겨 보는 드라마가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마지막 유산을 남겨 주는 이야기를 담은 <가족끼리 왜 이래>이다. 아버지의 애잔한 자식 사랑에 가슴이 끌려 눈을 못 떼고 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들이 세상에서 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다. 버림받을까 두려워 연애를 시작조차 못하는 첫째에게는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둘째에게는 사람과 같이 사는 법을, 변변한 일자리를 못 찾고 방황하는 막내에게는 자신감을 심어 주기로 작정한 아버지는, 독한 마음을 먹고 ‘불효소송’을 걸어 자식들을 일깨우는 작업에 돌입한다.
출판계에는 임종을 앞둔 이들을 소재로 한 책들이 적잖게 있다. ‘생의 마지막 날 당신이 하고 싶은 건 뭔가?’라는 물음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하도록 안내하는 책들이다. 이 책들을 보며 궁금했다. 나라면 무엇을 떠올릴지를.
『이럴 때 소크라테스라면』은 플라톤 대화편을 현대적으로 리라이팅한 책이다. 정의, 쿨함, 선악, 양심, 죽음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논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철학 지식과 철학적 사고방식이 몸에 배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소크라테스가 생의 마지막 날에 벌이는 토론 장면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가 죽음을 기쁘게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와, 죽음을 통해 진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해서 뜨거운 목소리를 토해 낸다. 친구와 제자들에게 진리를 따르는 삶을 살아갈 의지를 심어 줄 작정이라도 한 듯,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논증’까지도 내팽개친다.
진리를 향한 사랑에 눈먼 이 철학자를 보며 생각했다.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한 것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로구나.’ 『이럴 때 소크라테스라면』은 내가 사랑하는 ‘진실한 것’은 무얼까, 선택의 순간순간 나는 그 사랑을 놓치지 않고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든 위험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