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된 사적인 고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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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된 사적인 고민들
  • 김선경
  • 승인 2017.05.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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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된 사적인 고민들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 지음 정지인 옮김 원더박스 | 127쪽 | 13,000원

 『종교가 된 사적인 고민들』은 세계 5대 종교(불교, 기독교, 유대교, 힌두교, 이슬람교)에 관한 만화책이다. 한 달여 동안 이 책을 매만지면서 나의 생각은 이렇게 나아갔다. ‘이 책은 만화책이다. → 종교 입문서다. → 개인의 사적인 종교사를 더듬어보게 한다. → 삶의 태도에 대한 책이다.’ ‘만화’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종교 산책길에서 삶의 소중한 추억, 타인에 대한 공감, 삶에 대한 성찰 같은 빛나는 보석을 주웠다고 할까.

찬송가를 들으면 교회 마당에서 뛰어 놀았던 생각이 나 마음이 뭉클하다는 저자의 글에서 나 또한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교회 무대에 올린 성탄절 연극에서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이었던 어린 나. 성인이 되어 무신론자가 되었지만 교회가 내 어린 날을 풍부하게 해준 것만은 분명했다. 교회와의 화해(?) 역시 또 다른 기억의 조각 덕분이었다. 시골 외갓집에 갔을 때였다. 새벽에 잠이 깨었다가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이끌려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이모가 촛불 앞에 성경책을 펴놓은 채 기도하고 있었다. 잠에서 덜 깬 몽롱함 혹은 서늘한 새벽 공기 탓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새벽 홀로 깨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이모의 모습은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안겨 주었다.

이모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신산한 세월 속에서도 한결같은 봉사의 삶을 살다 갔다. 이모의 기도하는 모습은 내 기억의 서랍 어딘가에 저장되었다가, 내가 세상의 이치 몇 가지쯤 터득할 나이가 되었을 즈음 떠올라 진정한 종교란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고 기독교인이었던 어린 나를 품어 안아 주었다. 나의 종교는 기독교에서 무교로, 그리고 불교로 흘러왔다. 그것은 개종이 아닌 흐름이었으며, 다시 또 어딘가로 갈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는 말한다. 진정한 종교는 ‘아름다움과 진리와 정의’라는 같은 마음을 갖고 있으며, 이런 마음들이 삶에서 드러나려면 “인생에 깊이 참여해야 한다.”고. 인생에 깊이 참여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탐색하고 발견하고 포용하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세상의 다섯 가지 종교’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그래서 또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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