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놀면서 일하는 기술 <밀리의 판타스틱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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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놀면서 일하는 기술 <밀리의 판타스틱 모자>
  • 이기선
  • 승인 2017.05.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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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판타스틱 모자

제게는 6살짜리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가끔 집에서 일을 할라치면 꼭 제 허벅지 위에 앉아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온몸으로 방해하는 통에 결국엔 일을 포기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제게 꾀가 생겼습니다.
불광출판사에서는 일 년에 어린이 그림책을 두 권쯤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올챙이 시절을 기억 못하는 개구리인지라 어린이가 어떤 책을 좋아할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제 아들 녀석이 어느덧 책 볼 나이가 된 것이었죠. 제게 떠오른 꾀란 다름 아니라 ‘아이에게 책을 고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번역해서 낼 그림책 후보군을 고른 다음 자료들을 집으로 가져갑니다. 그리고는 아들 녀석 앞에 죽 늘어놓고, 하나씩 읽어 주는 것이지요. 선정 기준은 명확합니다. 아들 녀석이 딴짓하면 패스, 눈이 초롱초롱하면 적극 검토. 이렇게 해서 고른 그림책이 이번에 나온 <밀리의 판타스틱 모자>입니다.
이 책에는 상상하는 대로 무엇으로든 변하는 판타스틱 모자를 쓰게 된 밀리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연히 사람들이 쓰고 있는 다양한 모자가 나옵니다. 아들 녀석은 다른 건 다 건너뛰고 공룡, 비행기, 레이싱카, 기차 모자를 손으로 콕콕 집어 가며 좋아했습니다. 자기도 쓰고 싶다고 하면서요. 이 책의 우리말 옮긴이에게도 비슷한 또래의 딸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엄마가 “공작 모자가 제일 예쁘지?” 하고 물었더니 쿨하게 “아니, 펭귄!”이라고 답했다네요.
편집 과정 중 소리 내어 읽으면서 부자연스러운 곳이 없는지 체크하는 단계였습니다. 이번에도 아들 녀석이 테스트 대상이었죠. 책 중간쯤에 “밀리는 랄랄라 노래 부르는 기분이었어요.”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 대목은 리듬감이 좋아서 서툰 제 솜씨로도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나 봅니다. 읽어 준 지 며칠 지나 아들 녀석이 그러더군요. 제가 했던 것처럼 노래 부르듯이 “아빠, ‘밀리는 랄랄라 노래 부르는 기분이었어요.’ 모자 그림책 언제 나와?”
열흘쯤 지나면 어린이날입니다. 무엇이 아이를 위한 길인지 생각하는 만드는 날입니다. 답은 모르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걸 아이에게 말하지 말고, 아이가 제 길을 알아서 잘 가고 있는지 지켜보며 기다릴 수 있는 아빠가 되는 게 좋지 않을까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아이와 신나게 놀까 합니다.
모두모두 행복한 봄 맘껏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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