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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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 김선경
  • 승인 2017.05.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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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청바지를 입은 예수』의 저자는 책을 쓰게 된 영감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어느 날 꿈에 청바지를 입은 예수님이 나타나 말했다. ‘얘야, 놀라지 마라. 내가 2천 년 전에 로브(ROBE, 중세시대 옷)를 입고 사람들에게 다가갔던 것은, 그들이 그것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너는 지금 청바지를 입고 있지 않니. 그래서 나도 청바지를 입고 네게 온 것이란다.’”

그렇다면 붓다의 모습은? 청바지를 입은 붓다는 카페에서 카페라떼를 마시며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당신, 좀 쿨하게 살아. 불평이나 걱정은 그만하고. 내가 왕자로 태어났으니 이런 말할 자격 없다고? 왕자인 나도 마냥 편하진 않았어. 사실 좋은 환경을 버리는 건 더 어렵다고. 누구나 저마다 갖고 있는 삶의 조건으로 온전한 삶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거야.”

힘들고 속상할 때마다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치고 싶은 붓다가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 종교의 의미는 커다란 불상이나 휘황찬란한 십자가에 있지 않다. 열반과 천국은 너무 멀다. 구원과 해탈은 와 닿지 않는다. 거룩하고 엄숙한 종교는 삶을 너무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삶을 확 뒤집지 않더라도(기적 같은!) 일상에 소소한 보탬이 되는 그런 ‘작은 종교’가 더 절실하다. 어쨌든 ‘종교’가 거대한 강물이라면, 내가 먹을 수 있는 양은 한 모금일 테니.

원영 스님의 산문집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은 ‘작은 종교’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불교 수행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스님은 행복하고 싶어서 승려가 되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 불우했던 과거를 고백하며 “괜찮아, 나도 그랬어!”라고 위로하고, 수행자로 살면서 겪는 고민과 갈등 속에 터득한 지혜들로 응원을 보낸다. 결국 스님과 우리 모두는 각자 선택한 인생길에서 조금씩 배워나갈 뿐이며, 언제 어디서라도 행복하겠다는 마음을 잊지 않으면 그것이말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책에서의 한 구절.

“만약 거대한 불상이 삶의 큰 방향을 가리킨다면, 나는 불상의 발바닥 근처에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이런 불교 수행자가 서울 한복판 아파트숲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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