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에 대해 고심하는 두 스님의 사색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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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에 대해 고심하는 두 스님의 사색을 담다
  • 양민호
  • 승인 2017.05.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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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쓴 편지

성지에서 쓴 편지
붓다처럼 걸어간 1600리 길, 그 위에서 나눈 묵상

호진·지안 지음/일러스트_봉현/불광출판사/240쪽/15,000원

성지에서 쓴 편지

『성지에서 쓴 편지』는 한국불교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고심하는 두 스님의 사색이 담긴 책이다.

2,600년 전 부처님이 살던 땅, 인도를 순례하며 부처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밝히고자 했던 스님의 생사를 건 구도기이며,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라는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도 서로를 평생의 벗으로 의지해온 두 스님의 우정이 스민 대화이다. 이상이 편집자로서 『성지에서 쓴 편지』는 ‘이런 책이다’라고 압축적으로,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전부다.

물론 이것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 저자는 덧붙일 말이 더 있을 테고, 그와 별개로 독자는 다른 의미들을 읽어낼 것이다. 말하자면 앞서 언급한 것들은 독자라면 누구든 파악할 수 있는 이 책의 기본 골격이며, 누구나 수긍할 만한 이 책에 관한 설명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적는 글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감상이며, 책의 첫 장을 펼치지 못한 독자들에겐 사족에 불과한 이야기일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귀의해 살아가고, 이로써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그 믿음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대중의 모범이 되기보다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종교인,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안팎으로 서로 헐뜯고 싸우기 바쁜 종교 단체들, 이들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나쁘다. 불교라고 예외일 수 없다.

『성지에서 쓴 편지』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볼 때 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호진 스님과 지안 스님이 평생을 바쳐 몰두해온 과제, 퇴색해가는 불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부처님 가르침의 참뜻을 드러내는 작업은 ‘불교’라는 ‘종교’의 존재 가치를 되살리는 일이다.

종교에서 삶의 동력을 얻기보다 ‘종교는 왜,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고 비판적으로 되묻게 되는 현실에 대한 출가수행자의 자기성찰이자 정화의 몸부림이다. 그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다. 혹은 인간 부처님의 삶, 그가 가르친 진리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한 세월들 가운데 가장 뜨거웠던 순간의 기록이다.

그 중심에 선 저자는 너무도 고독하고, 아프고, 안쓰럽게 그려진다. 그러나 정확히 그러한 이유에서 책을 읽는 독자, 특히 여전히 종교로서 불교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는 독자는 희망을 발견한다.

죽음을 각오하고서라도 불교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려는 저자의 순수한 열정에서 참된 종교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로써 새롭게 거듭날 불교의 모습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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