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건’ ‘앎’을 뒤집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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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건’ ‘앎’을 뒤집어 보는 것
  • 이길호
  • 승인 2017.05.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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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법정에 서다> 편집후기
석굴암, 법정에 서다

‘안다는 건’ ‘앎’을 뒤집어 보는 것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알다’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대략 A4용지 3장이 넘는 뜻풀이와 용례가 나온다. 쉽게 사용하고, 이미 ‘알고 있다’라고 생각한 단어였던지라 촘촘한 뜻풀이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알다’라는 단어가 ‘동사’, 즉 살아 있는 단어라 생각하니 이내 그 방대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국보 제24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통일신라시대의 역사 유적.’ 석굴암 하면 이 정도는 상식으로 통하지만, 그렇다고 석굴암을 아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박제된 정보가 대상의 진실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석굴암, 법정에 서다』는 지금까지 대중에게 알려진 석굴암의 모든 것을 뒤집어놓는, ‘앎’을 뒤집어 보는 책이다.

저자는 편견을 깨는 새로운 석굴암 연구로 기존 학계의 ‘석굴암론’에 이의를 제기한 재야 사학자다. 그는 20여 년이 넘게 석굴암을 연구하며 1964년 석굴암 보수 이후 50여 년 동안 이어진 ‘석굴암 원형논쟁’의 시시비비를 가리고, 신비주의와 환상, 과학의 이름으로 정설이 된 주장들을 하나씩 뜯어본다.

예를 들어, ‘신라인은 동해의 찬란한 햇빛이 본존불 백호에 닿도록 석굴암을 설계했다’, ‘본존불을 모셔놓은 주실 바닥 밑으로 샘물을 흘려보내 법당 내의 결로結露를 방지했다’, ‘석굴암의 원형은 원래 개방구조였다’ 등 뉴스를 통해 제법 들어왔던 학설의 부실함을 조목조목 따지고, 동시에 권위와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떠도는 주장일수록 더 촘촘한 반론이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

굴곡진 석굴암의 20세기는 물론 앞으로 우리가 석굴암을 잃지 않기 위해 알아야할 석굴암의 진실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알다’라는 단어가 더 없이 적절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을 편집하며 안다고 생각했던 석굴암이 아닌, 종교성전으로서 존재한 석굴암 1,300년 역사에 대해 정면으로 바라보게 됐다. 끊임없이 ‘앎’을 뒤집어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미덕이자 교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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