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읽을수록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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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읽을수록 ‘재밌다’
  • 이길호
  • 승인 2017.05.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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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한 말씀 편집후기
붓다 한 말씀

원고를 읽을수록 ‘재밌다’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600여 년 전의 붓다의 말씀인 니까야에서 인간 삶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돈, 사랑, 관계,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잘한 우여곡절을 거쳐 나온 책은 편집자보다 저자의 소감이 더 남다를 터. 『붓다 한 말씀』이 나온 후에 저자 이미령 선생을 다시 만났다.

이 책의 서문에도 씌어져 있듯 이미령 선생은 7년 동안 니까야를 읽어왔다. 혼자도 아닌, 그렇다고 불교 경전 전문가들과 함께 읽은 것도 아닌, 그냥 ‘아줌마, 아저씨’들과 말이다.

“저는 그분들이 더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가슴을 치는 법문이 들리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의 지식이 담긴 강의도 아닌 오직 ‘당신의 눈으로, 당신의 소리로 읽자’고 시작한 거였거든요. 게다가 경전을 덮고 나면 배추값이 올랐네, 뭐가 비싸졌네 하는 정말 평범한 분들이 7년 동안 초기경전을 다 읽은 것이 보통 일은 아니라고 봐요.”

니까야를 함께 읽은 도반들은 니까야가 붓다의 초기 말씀을 담은 경전이라는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시작하셨다고 했다. 처음에는 신앙심으로 시작했지만, 5부 니까야의 방대함에는 누구라도 길을 잃을 터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80명이 넘는 인원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10여 명만 남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령 선생은 7년을 오롯이 다 채우고 나서 “저도 이제 원전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다른 경전과 연계해서 읽어봐야겠어요”라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7년이라는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7년이라는 세월에 지식은 없었을지언정, 자발적으로 사색하고, 자발적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니까야를 함께 읽은 가장 큰 효과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붓다 한 말씀>을 작업하면서 놀라웠던 것은 정말 붓다가 이 말씀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인간적이고 이 시대에도 유효한 이야기가 초기경전 니까야에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이미령 선생 역시 방대한 양의 니까야 중에서도 불교의 정체를 만날 수 있는 경전 위주, 재가자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경전에 초점을 맞춰서 『붓다 한 말씀』에 담아냈다고 한다.

“니까야의 매력은 그 안에 사람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한 인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지요. 많은 사람들은 대승경전을 읽고 난 후에 ‘뭔가 안 잡힌다, 막연하다, 어떻게 내 삶과 접점을 맞춰야 하는 거냐’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더듬어가다 보면 불교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불교의 목적이 성불이듯, 성불이 붓다가 되는 것이듯,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면 그것이 혹시 붓다가 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지요. 니까야에 그것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깨달아라’가 아닌, 깨달음을 향해 가는 동안 우리는 뭘 먹고,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가 니까야의 구절구절에 담겨 있습니다.”

“저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보고 싶어요. 어찌 보면 붓다도 그 시대의 이단아였잖아요.(웃음) 니까야 속에 들어가서 누가 어떤 관점으로, 무엇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또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지요. 앞으로도 니까야라는 텍스트를 조금 만만하게 만날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이미령 선생은 전문가와 대중 사이 그 어디쯤에 자리하며, 대중들을 위한 불교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고 했다. 처음에 이미령 선생이 이 원고를 주면서 ‘만만한’ 책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경전이라는 성역과 ‘한 번쯤은 읽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기 우리 삶을 녹여낸 붓다 한 말씀 들어보세요”라며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는 이미령 선생. 책을 읽는 행위나 불교를 믿는 것 이 모두가 결국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들과 함께 소통을 하려는 것임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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