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기신론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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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기신론 강해
  • 정선경
  • 승인 2017.05.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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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기신론 강해

지난 봄, 한 장의 메모를 건네받았다. 두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대승기신론’과 ‘한자경’이었다. 연전에 한자경 교수님의 저서 『유식무경』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구사팔년俱舍八年 유식삼년 唯識三年’이라는 말이 시사하듯, 아비달마구사론을 8년은 연구해야 유식사상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할 만큼 유식은 난해하다. 그런 유식을 하나씩 짚어가며 조곤조곤 풀어내는 글을 읽으면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알음알이를 늘어놓은 글이 결코 아니었다. 그런 분의 출간의뢰라니 놀랍고 기쁜 마음에 당장 연락을 드렸다.

최종 원고를 받고 나서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마침 뜨거운 태양과 지리한 장마로 인욕해야 하는 계절이었다. 해제와 본문을 꼼꼼히 반복해서 읽으며 교정・교열을 보고 교수님께 상의를 드리는 동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등을 타고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과연 『대승기신론』이었다. 낯선 용어도 용어지만 치밀하게 짜인 체계는 한숨 돌릴 겨를조차 허용하지 않고 내달리고 있었다. 중관과 유식, 여래장 등 대승불교의 모든 사상을 회통會通하는 대승 최고의 논서論書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세 차례 본문을 읽으며 기신론의 용어에 익숙해질 무렵 서문 원고가 도착했다. 한달음에 읽어 내렸다. 기신론의 구절마다 원효의 소疏와 법장의 의기義記를 종횡으로 누비며 그 말씀이 이런 뜻임을 찰떡같이 알아들으라고 도표까지 그려가며 설명해 주셨지만, 자구字句에만 빠져 헤매고 있던 내게 서문의 글은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토닥여 주었다.

유식과 여래장은 서로 다른 사상이 아니라고, ‘유식은 아뢰야식으로부터 현상세계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밝히고, 여래장은 그렇게 세계를 만드는 아뢰야식이 바로 진여이고 법신이라는 것을 밝힌 것’이라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다시 정독하며 ‘여래장이 어떻게 유식을 완성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여름의 습기와 더위를 인욕하며 도표의 선 한 줄, 글자의 위치 하나라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철척鐵尺을 대고 색색의 선을 그어가며 눈을 부릅떴던 석 달이 꿈결같이 지나갔다. 마침내 『대승기신론 강해』를 두 손에 받아들고 자문하였다. ‘생멸문이 곧 진여문이라 하지만, 번뇌 가득한 이 생각의 흐름은 언제 끊어지려는지?’ 머리 위로 가을빛을 머금은 보름달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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