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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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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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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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연 | 13,000원 | 2015-09-04 | 296쪽
간호사라서 다행이야
저작·역자 김리연, 정가 13,000원
출간일 2015-09-04 분야 실용
책정보 쪽수 296쪽 / ISBN 978-89-986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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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무작정 뉴요커가 되고 싶었던 여고생,
전문대생 무시하는 세상이 밉던 간호학생,
병원에서 탈출하고 싶어 독하게 공부한 신규 간호사…
꿈도 욕심도 많은 청춘 간호사의 공감 100퍼센트 성장기
저자소개 위로
지은이 김리연
제주도에서 나고 자랐다. 진로 결정의 순간, 뉴욕에 살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미국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2005년 제주한라대학교 간호과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 신입으로 입사해 이비인후과 병동 간호사로 2년, 수술실 보조 간호사로 2년의 경력을 쌓았다. 국내에서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편, 간호사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며 재미난 도전을 거듭한다. 항공사 승무원, 패션모델 등 20대 여성이 꿈꿔봄 직한 분야에 두루 뛰어들었다. 꾸준한 노력 끝에 2013년 드디어 뉴욕 대형 병원에 입성, 현재 마운트 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 암 센터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다채로운 매력과 미국 간호사의 일상을 블로그를 통해 나누고 있다.
저자 블로그 : blog.naver.com/cutehare18
목차 위로
Prologue
꿈을 향해 타박타박,
제주에서 뉴욕까지

Part 1 꿈꾸는 간호학생
본 대학의 진학을 포기하시겠습니까
데스노트에 내 꿈을 적다
나의 취미, 뉴요커 놀이
항로가 변경되었습니다
날카로운 첫 주사의 기억
실습생은 앉지도 말라고?
처음 만난 미국 간호사
저 하늘의 별을 따러 가자
강건한 목표의 심리학
삼성서울병원에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 리연의 꿀팁 : 면접 노하우
+ 리연의 꿀팁 : 웨이팅 기간 활용

Part 2 신규의 기쁨과 슬픔
연수생은 배고프다
시작부터 삐걱, 그래도 파이팅!
+ 리연의 꿀팁 : 재테크
신규는 동네북
+ 리연의 꿀팁 : 똘똘한 신규 되기
환자에 웃고, 환자에 울고
간호사는 언니가 아닙니다
버티는 기술도 필요하다
나만의 취미 생활 갖기
+ 리연의 꿀팁 : 커리어플랜 짜기
더 좋은 간호사가 되어야지
의사와 간호사, 애증의 관계
내 인생 최대 결정, 퇴사
+ 리연의 꿀팁 : 퇴사 준비

Part 3 더 넓은 세상으로
도전, 패션모델!
수술실 간호사로 컴백하다
한계와 집념 사이에서
+ 리연의 꿀팁 : 건강관리
또 하나의 기회, 미군 간호사
영어회화에 날개를 달다
거북이는 결코 늦지 않는다
+ 리연의 꿀팁 : NCLEX-RN
캘리포니아 남자, 제주도 여자
색다른 도전, 승무원을 꿈꾸다
꿈의 도시, 뉴욕으로

Part 4 나는 뉴욕의 간호사
뉴욕, 그래도 뉴욕
+ 리연의 꿀팁 : 진로 탐색
감격과 반전의 드라마
두근두근 오리엔테이션
내가 경험한 미국 병원
고개 숙이지 않는 간호사
외국인 간호사의 좌충우돌
진짜 뉴요커처럼 살아보자

Epilogue
새로운 꿈을 찾아서

Plus Page 현직 간호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1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후배는 미워할 수 없다
2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일할 수 있는 직업
3 환자 곁을 떠나기 싫어 나는 법을 배우지 않는 천사들
4 간호는 사랑이고 희망이다
상세소개 위로
무작정 뉴요커가 되고 싶었던 여고생,
전문대생 무시하는 세상이 밉던 간호학생,
병원에서 탈출하고 싶어 독하게 공부한 신규 간호사…
꿈도 욕심도 많은 청춘 간호사의 공감 100퍼센트 성장기

공부는 싫지만 영어는 좋았고, 딱히 되고 싶은 것은 없지만 살고 싶은 도시는 확실했던 제주도 토박이 여고생 김리연. 진로 선택을 앞두고 고민 끝에 전문대 간호과를 선택한다. 전문직 간호사가 되어 뉴욕에 가겠다는 열망 하나만 가지고…. 전문대생을 바라보는 이 사회의 싸늘한 시선은 어린 간호학생의 마음에 스크래치를 남기지만, 그녀는 오히려 ‘제로 스펙으로 화려하게 성공해 이놈의 일류 중독 사회에 이단 옆차기를 날려주마.’ 두 주먹 꼭 쥐고 세상을 향해 돌진한다.
지방 전문대생에겐 ‘하늘의 별’과 같다는 삼성서울병원에 입사하고, 2년 만에 대기업 병원을 박차고 나와 반짝이는 패션모델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다시 삼성에 들어가 수술 보조 간호사로 2년간 고군분투, 그러는 와중에도 독하게 공부하며 미국행을 암중모색한다. 그리고 결국 꿈에 그리던 뉴욕에 입성해 2013년 취직에 성공, 현재 뉴욕에서도 손꼽히는 병원 마운트 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에서 항암 병동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는 떨리는 가슴으로 미국에서 온 간호사의 강연을 듣던 간호학생에서 이제 자신의 이름 앞에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 간호사’라는 수식을 붙이기까지, 조금은 특별하지만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청춘 간호사가 꿈을 향해 타박타박 걸어온 과정을 솔직하고 경쾌하게 풀어놓은 에세이이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예전의 자기처럼 울고 웃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수많은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현실 속 초보 간호사의 희로애락과 더불어 병원 안팎에서 저자가 겪은 다양한 좌절과 성취의 경험에 관해 포장과 가식은 걷어내고, 꾸밈없이 친근하게 써내려갔다.

선배의 태움, 3교대의 압박, 병주고 약주는 환자들… 간호사는 괴로워
패션모델, 승무원, 연기자, 수술실 보조에 미군부대 병원까지… 도전이 취미?!

1부 <꿈꾸는 간호학생>에서는 미국에 가서 살겠다는 꿈 하나로 간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철부지 간호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병원 실습을 거치며 간호사로서의 비전과 욕심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2부 <신규의 기쁨과 슬픔>에서는 그토록 바라던 삼성서울병원에 합격해 부푼 기대를 안고 상경한 싱싱한 신규 간호사가 바쁜 업무와 3교대 근무, 선배들의 태움으로 좀비화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들려주고, 더불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일의 보람을 찾고 환자들에게서 삶을 배우는 병원 간호사들의 세계로 안내한다.
3부 <더 넓은 세상으로>는 삼성병원을 퇴사한 뒤 병원 안팎에서 펼쳐지는 저자의 좌충우돌 도전기이다. 거리에서 우연히 찍힌 ‘스트리트 패션’ 사진 한 장을 계기로 패션모델의 세계에 뛰어들고, 평소 동경해온 수술실에서 일하고 싶어 삼성병원에 재입사해 SA로 2년의 경력을 추가하는가 하면, 미국행을 모색하다 미군 간호장교와 인연을 맺어 미군부대 병원 입사를 도모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영어 동호회 활동, 외국인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등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는다.
4부 <나는 뉴욕의 간호사>에서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도시 뉴욕에 입성한 저자가 취업 에이전트를 사칭한 사기꾼 때문에 눈물 쏟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마침내 뉴욕의 대형 병원인 마운트 사이나이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 입사하기까지의 이야기, 한국과 사뭇 다른 미국 의료 현장의 현실과 외국인 간호사로서 겪는 새로운 경험들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책 마지막에는 선배 간호사 4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력 5년에서 22년차에 이르는 현직 간호사의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간호사로 산다는 것의 여러 측면을 좀 더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초보 간호사의 좌충우돌 웃픈 성장 과정 들여다보는 리얼리티 에세이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시대에 취업률이 높은 간호사는 전문직으로서 점점 더 인기가 올라가는 직종이다. 하지만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30퍼센트를 넘나들 정도로 높은 것도 현실. ‘여자들의 군대’라고 불릴 만큼 악명 높은 간호사 세계의 태움 문화, 팔팔한 청춘을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만들기 십상인 고된 근무, 의사는 ‘선생님’으로 깍듯이 모시면서 간호사는 ‘여기요 저기요’ 부르며 함부로 대하는 환자들…. 이 모든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어떻게 간호사로서 일의 의미를 찾고, 개인의 행복한 일상을 추구하고, 자기 안의 가능성을 펼쳐나갈 수 있을까? 저자는 철저히 초보 간호사의 눈높이로, 자신의 지나온 과정을 이야기하며 독자들을 위해 공감하고 응원하고 나름의 노하우를 들려준다.

“여기저기 뛰어드는 내게 사람들은 ‘무슨 믿는 구석이라도 있냐’고 물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간호사 면허’라는 든든한 무기가 있었다.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전문직. 이 무기 하나 믿고 내 안의 여러 가능성을 맘껏 펼쳐볼 수 있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나에게 친정과도 같았다. 이것저것 하다가 포기하거나 실패하더라도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는. 간호사라는 직업의 현실적인 장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뉴욕의 병원에서 항암 병동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사랑하는 도시 뉴욕에서 당당하게 전문직으로서 일하며 지낼 수 있는 것도 결국 간호사 면허 덕분 아닐까. 평생 꿈꿔온 곳에서 보내는 일상이 즐겁고 환자들을 간호하는 하루하루가 보람 넘친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고, 앞으로도 이루고 싶은 게 많다. 아무리 힘들고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용감하게 도전하고 꾸준히 걸어가다 보면 늘 더 좋은 곳에 서 있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꿈꾸는 사람, 꿈꾸는 간호사로 살고 싶다.”

20대 청춘으로서의 열띤 도전과 간호사로서의 웃픈 성장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이 책은 간호사로서의 미래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려보는 예비 및 신규 간호사뿐 아니라, 집과 병원을 쳇바퀴 돌며 시들해져가는 경력 간호사에게도 다시금 꿈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간호사뿐 아니라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이는 청춘이라면 누구든 저자의 무한 긍정 파워와 도전 의지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위로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서울대학교병원에도 원서를 넣었다. 한 친구가 내 지원 내용을 듣더니 어이없어하며 이렇게 말했다. “야, 우리가 어떻게 그런 델 가겠냐? 서울에서 4년제 나온 애들도 가기 힘든데. 거긴 좋은 학교 나온 애들만 가는 어려운 병원들이야.” 나는 굴하지 않고 내 포부를 밝혔다. “삼성병원을 발판으로 경력 쌓아서 미국 간호사가 될 거야.” 친구들이 모두 박장대소했다. “얘 봐라. 전문대 나와서 존스 홉킨스 가겠다고 하겠네? 하하하하.”
친구가 하도 재치 있게 놀려서 나도 같이 깔깔 웃었다. 지방 전문대에 다니던 우리의 상황에서는 너무 원대한 꿈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 안의 강건한 집념이 그런 대화에도 유연하게 맞장구치면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었던 것 같다. ‘니들은 웃어라, 내 꿈은 내가 이룬다!’ _63쪽, ‘강건한 목표의 심리학’ 중에서

병원 식당은 음식이 꽤 맛있었다. 조식, 중식, 석식, 야식까지 신경 쓴 음식들이 나오고 메뉴도 다양해서 나는 식사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즐길 시간이 많이 없었다. 병동에서 꽤 먼 식당으로 가는 시간과 배식을 받고 먹은 후 돌아오는 시간까지 대략 20~30분 정도.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배에 집어넣고 간다는 느낌으로 식사하기 일쑤였다. 혹여나 밥을 먹고 있는 도중에 내 담당인 병실에서 간호사를 찾는 콜벨을 울리면 호출기에 불이 난다. 이것은 곧 먹는 걸 멈추고 식판도 놔둔 채 미친 사람처럼 병동으로 뛰어 올라가야 하며, 허겁지겁 병동에 도착하면 나를 대신해 환자를 봐주던 선배 간호사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는 뜻이다. _96쪽, ‘신규는 동네북’ 중에서

신규 시절 나는 병원 생활이 너무 힘들고 고됐다. 첫 2년 동안은 단 한 번도 월차나 병가를 쓰지 않고 일해서 더 지쳐갔던 듯하다. 한번은 심한 감기에 걸려 열이 끓고 오심과 탈수 증세가 심한데도 수액을 팔에 꽂고 폴을 끌고 다니면서 나이트 근무를 한 적도 있었다. 몸도 많이 상했지만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 (…) 마음에 맞지 않는 선배와 일하는 날이면 그냥 내 몸이 사라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태움(선배 간호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혼나는 것을 은어로 태움 당한다고 표현한다. ‘재가 될 때까지 활활 태운다’는 뜻)을 당하고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는 이대로 병원을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욕구에 시달렸다. 간호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_120쪽, ‘버티는 기술도 필요하다’ 중에서

‘더럽고 치사해? 그럼 공부해!’ 힘들다고 매일같이 친구에게 하소연하고, 부모님께 죽는소리하는 내가 밉고 싫었다. 그래서 입사 후 3개월 만에 미국 간호사 면허 공부를 시작했다. 데이 근무하는 날엔 퇴근하고 나서 수업을 듣고, 이브닝 근무하는 날엔 수업을 듣고 나서 출근했다. 나이트 근무를 서는 날에도 끝나면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라도 학원에 갔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서 졸더라도, 병원을 탈출하고 싶다는 의지가 내 등을 학원으로 떠밀었다. (…) 나 자신을 갈고닦아서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정확히 2년 뒤 퇴사하기로 했다. 사실 공부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목표가 생기자 공부가 취미가 되었다. 간절히 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데 그것이 열심히 공부하면 이룰 수 있는 것임을 안 순간 열정이 절로 샘솟았다. _131쪽, ‘나만의 취미 생활 갖기’ 중에서

할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올라온 후 열이 많이 났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서 다른 환자들보다 심혈을 기울여 돌봤다. 미온수 마사지를 한참 하고 나서야 열이 내리기 시작했다. 환자가 다소 편안한 모습을 보이자 나도 마음이 놓였다. 그때 갑자기 할아버지가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며 내 팔을 잡아당겼다. 당황해서 어디가 불편한지, 혹은 아픈 곳이 있는지 여쭈었다.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할 말이 있는 듯 계속 손을 흔들었다. 할아버지는 수술 후 기관 내 삽관을 하고 있어서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글자를 쓸 수 있게 손바닥을 내어드렸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 천천히 적은 글자는 “감사합니다.”였다. 새내기 간호사였던 내게 할아버지가 전해주신 인사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아직까지도 그 온기가 생생하다. _110쪽, ‘환자에 웃고, 환자에 울고’ 중에서

뭐든 긴가민가할 때는 무조건 물어보자. 물어보면 혼날 게 뻔할 때 머릿속에서 자꾸 ‘맞을 거야, 맞았던 것 같아.’ 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그 목소리, 들어선 안 된다. 큰 실수를 하는 것보다 혼이 나더라도 물어보고 넘어가는 게 백번 맞다. 그게 내 간호사 면허를 지키는 길이다. 혼내면서 교육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병원 분위기가 잘못된 것이지, 신규가 묻고 또 묻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들 그런 시기를 거쳤다. 혼이 나면 그냥 훌훌 털어버리자. 혼자 곱씹으면서 그늘진 얼굴로 다니는 것보다 속없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그냥 헐헐 웃고 넘기는 편이 낫다. _126쪽, ‘버티는 기술도 필요하다’ 중에서

모델 일을 하게 된 첫 계기는 2007년, 길거리에서 우연히 찍힌 ‘스트리트 패션’ 사진 한 장이었다. 병원 동기들과 압구정의 유명한 떡볶이집에 몰려가 배불리 먹고 나오는 길이었는데, 낯선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잡지사에서 나왔는데, 혹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다음 달 잡지가 나오는 날 서점에 달려가서 확인했더니, 스트리트 패션 코너에 내가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다. (…) 우연과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막상 문을 열자 신세계가 펼쳐지며 상상도 못했던 기회가 거듭 찾아왔다. 잡지모델 콘테스트에서 나를 눈여겨봤다며 방송사 PD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분의 추천으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KBS 신인 탤런트를 뽑는 방송에 나가기도 했다.
_ 165쪽, ‘도전, 패션모델!’ 중에서

서서히 혼절의 전조증상이 무엇인지 감을 잡았고, 그런 기미가 조금이라도 오면 미리 조치를 취했다. 수술실에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수술 도중 나온 적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내 증상에 대해 솔직히 말할 수 없었다. 수술실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이미지가 망가지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서, ‘전날 과음으로 속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댔다. 사실 술을 전혀 못 마시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수술실에서 계속 일하고 싶었다. 그토록 동경했던 수술실에서 일하게 되었고, 나름 큰 결심을 하고 삼성병원에 돌아왔는데, 그냥 그만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떤 날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웠다. 목숨에 위협까지 느끼며 그렇게 독하게 2년을 버텼다. _179쪽, ‘한계와 집념 사이에서’ 중에서

나는 항상 뉴욕에서 살기를 꿈꿨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뉴욕병’에 걸려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뉴욕, 뉴욕>을 인생의 BGM처럼 깔고 살았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뉴욕 생활이 시작됐다. 매일 아침 나는 출근하는 남편과 같이 집을 나선 후 혼자 카페에 앉아 병원에 이력서를 냈다. 남편이 퇴근하면 함께 저녁을 먹고 거리를 오래오래 걸어다녔다. 데이비드와 손을 잡고 밤공기를 마시며 걷노라면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곤 했다. 그럴 때는 같이 하늘을 쳐다보고 와하하 웃으며 “우리가 드디어 뉴욕에 산다!!” 하고 외쳤다. _223쪽, ‘뉴욕, 그래도 뉴욕’ 중에서

“엄마, 나 병원에 합격했대. 이제 진짜 뉴요커가 되는 거야!” 엄마와 데이비드는 나보다 더 기뻐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 바로 이런 걸까? (…)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취업이 되면 대개는 경력을 증명하는 서류나 추천서 정도만 요구하는 게 보통인데, 에이전트가 작성해달라고 보내온 서류에는 은행 계좌번호를 비롯한 신상 정보를 자세히 적게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에서는 그 에이전시와 같이 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사기꾼인 것 같아 경찰에 신고했다. 뉴욕에 직업을 구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에이전시라고 사칭해 개인 정보를 빼내서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신종 사기가 등장했다고 경찰이 알려줬다. ‘엄마한테 어떻게 얘기하지. 많이 실망하실 텐데….’ 실망감에 눈물이 쏟아졌다. _226쪽, ‘뉴욕, 그래도 뉴욕’ 중에서

매니저는 오히려 공부 좀 적당히 하라며 나를 말렸다. 한국에서는 빨리 배우라고 난린데, 여기서는 어째서 공부하지 말라며 난리일까?! “리연,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은 좋은데 너무 그러면 나중에 번아웃이 옵니다. 천천히 하세요.” 내 프리셉터를 맡은 레지나는 처음 일을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은 아예 메모조차 못하게 했다. “편안하게 업무 과정을 지켜보고, 설명을 듣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하세요. 우리는 환자 보라고 리연을 혼자 덜렁 던져놓지 않을 거니까 우선은 구경만 하면서 자신감을 길러요. 그것이 우선순위예요.”
베스 이스라엘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며 가장 감격한 점은 모두가 나를 동등하게 대해준다는 것이다. 경력이 나보다 20년 이상 많은 간호사들도 신규 간호사인 나를 동료처럼 대해줬다. 일을 익히는 과정에서도 내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다그치는 사람이 없었다. _243쪽, ‘두근두근 오리엔테이션’ 중에서

미국에서는 ‘늦음’의 정의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여기에서 오는 여유가 나를 무척 자유롭게 해준다. 한국에서 나는 모든 것이 늦은 아이였다. 4년제 대학이 아닌 전문대에 간 것, 스물넷에 학사를 스물여섯에 석사를 따지 않은 것, 남들 있는 자격증을 안 가진 것, 첫 직장에 착실히 붙어 있지 않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느라 경력에 구멍 난 것, 간다는 미국에 빨리빨리 안 가는 것… 사람들 보기에 나는 모든 면에서 늦고 뒤처졌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나이가 많은데, 많이 늦었는데, 나도 가능할까요?’ 물론이다. 우리의 인생에 과연 진짜 ‘늦었다’고 할 만한 게 뭐가 있나 싶기도 하다. 남들의 시선, 남들의 속도, 남들의 기준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서 내 인생, 내 목표, 내 계획에 집중해보자. _250쪽, ‘내가 경험한 미국 병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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