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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승가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

1. 병든 비구의 몸을 씻겨주신 부처님

어느 때 한 비구가 이질에 걸려 자신의 대소변 위에 드러누워 있었습니다. 
세존께서 아난다 장로를 시자로 거느리고 비구들이 머무는 정사를 돌아보시다가 그 비구의 거처에 오셨습니다. 마침 그 비구가 드러누워 있는 것을 보시고는, 다가가서 물어보셨습니다: “비구여, 그대는 무슨 병에 걸렸소?”
“세존이시여, 이질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비구여, 그대에게는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소?”
“세존이시여, 없사옵니다.”
“비구여, 비구들이 왜 그대를 돌보아주지 않는 것이요?”
“세존이시여, 저는 그들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저를 돌보지 않는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아난다 장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가서 물을 떠오시구려. 우리가 이 비구를 씻겨 줍시다.”

아난다 장로가 “세존이시여, 잘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물을 떠왔습니다. 세존께서는 아픈 비구의 몸에 물을 끼얹어주시고, 아난다 장로는 몸을 씻겨 주었습니다. 그 다음에 세존께서는 그의 머리를 잡으시고 아난다 장로는 발을 잡고서 바닥에서 일으켜 침상에 눕혀주었습니다.

이런 사건과 이유로 해서 세존께서 비구들을 소집해서 그들에게 물어보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어떤 거처에 병든 비구가 있나요?”

“세존이시여, 있습니다.”

“그 비구의 병명은 무엇이오?”

“세존이시여, 이질입니다.”

“누군가 그를 돌보아주는 사람이 있소?”

"세존이시여, 없습니다.”

“비구들이 왜 그를 돌보아주지 않는 것이오?”

“세존이시여, 그 비구는 비구들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그를 돌보지 않은 것은 그 때문입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에게는 돌보아줄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소. 그대들이 서로 보살펴주지 않는다면 누가 돌보아주겠소? 나를 돌보려고 하는 이라면 병들어 아픈 이를 보살피도록 하시오 .”

 

위 이야기는 『남전율장(Vinaya)』「대품(Maha-vagga)」 8:26에 나오는 생생한 일화입니다.

부처님께서 살아계시며 직접 가르침을 펼치시던 때에도, 다른 스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질에 걸려 설사를 하며 자신의 분비물에 드러누워 고통스럽게 누워있는 도반을 돌보지 않았다고 하니, 어려운 사람을 보고 연민의 마음[悲心]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 맹자(孟子)님께서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신 것도, 그것이 인간 세상에 꼭 필요한데도 놓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난다 존자에게 말씀하셔서 다른 스님들을 불러다 그들에게 그 병든 도반을 돌보도록 하셔도 되었을 터인데, 부처님께서 왜 굳이 직접 몸을 씻기고 침상으로 들어다 눕혀주셨을까요? 혹, 이와 같은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승가 공동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시지는 않았을까요?

“나를 돌보려는 이는 병든 사람을 돌보아 주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병들고 지친 이들이 바로 부처”라는 선언이었고, 이 선언에 앞서 전체 승가에 그 가르침을 실천해 보이신 것입니다.

2,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처님 제자들의 모임인 승가 공동체가 지속, 발전될 수 있었던 것은 도반들끼리 서로를 부처님처럼 돌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만약 승가 공동체 내에서 이와 같은 보살핌이 없었다면, 이교도의 박해 · 침탈이나 법란(法亂)이 아니라 부처님 열반 후 얼마 못가서 스스로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2. 승가 공동체가 무너져 내린다

이처럼 서로 보살펴주는 마음이 가득했던 승가 공동체에 어느 때인가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안에서도 권력과 돈이 없으면 도반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을 보고서도 짐짓 모른 체하는 분위기가 생겨났습니다. 처음에는 일부에서만 이런 일이 있었지만, 마치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밀어낸다”는 경제학의 오래된 원리처럼 아름답던 승가 공동체를 피폐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한국 승가 공동체는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서로 보살피고 너그럽게 아껴주는 마음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기초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커져가는 징후가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설사 고급 외제차를 타든, 매일 골프를 즐기든, 호화 해외여행을 다니든, 호화 술집에서 30년산 고급 양주를 밤새워 마시든, 도박을 하든, 숨겨놓은 가족이 있든, 주지 자리를 돈으로 사고팔든, 이처럼 우리가 이제까지 ‘잘못된 승가 풍토’의 예로 들었던 모든 일들은 어찌 보면 그 무게가 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남도 아니고 같은 은사스님을 모시고 살았던 사형이 주지로 있는 절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한겨울에 전기를 차단하고 결국 사제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 상황은 한국 승가 공동체의 바탕이 무너져 내리는 ‘지진(地震)’의 단초일지도 모릅니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져도 승가 내에서 자성(自省) · 참회(懺悔)하고 변화를 요구하거나 스스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하는 운동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노숙자 한 사람이 강추위에 동사하였다”는 TV 뉴스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세속의 분위기처럼 ‘남의 일’로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만약 이런 분위기가 일반화된다면, 우리 승가 공동체는 기초가 완전히 무너질 것입니다. 기초가 무너진 집이 온전히 서 있을 수 없듯이, 승가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승가 없는 불교는 있을 수 없습니다.

승가 공동체가 무너져 내리는 지진파를 느꼈으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3. 토붕와해(土崩瓦解)를 막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고조선을 멸한 나쁜 임금이기도 한 중국(中國) 한(漢)나라의 무제(武帝)는 주변 이민족과 계속 전쟁을 일으키고 국내적으로도 폭정을 일삼았던 인물입니다.

어느 날 서락(徐樂)이라는 인물이 감히 무제에게 간언을 드렸는데, 그 요지는 “국가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토붕(土崩)에 있습니다. 토붕이란 백성들이 폭정의 고통을 감당할 수 없게 되어 마침내 무리를 지어 반항함으로써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여 와해(瓦解)란 정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권력 다툼입니다. 토붕은 기존의 정권을 뒤엎어서 새로운 정권을 세우는 것이지만, 와해는 단지 인사 교체를 조성하는 일일 뿐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황제에게, “반란이 일어나 나라가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간언이었던 것입니다.

이 내용은 2,000년 전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의 명저『사기(史記)』「주부언열전(主父偃列傳)」에 나오는 것으로, 기반이 무너져 더 이상 회생불능(回生不能)의 사태에 이르는 것을 비유할 때에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우리 집안의 일로 돌아가지요. 주지 자리를 사고팔거나 호화 골프 여행을 하는 등등의 일들은 ‘기와가 깨어지는’ 와해에 비유할 수 있다면 지난 12월 29일 부산의 어느 사찰에서 일어난 일은 ‘주춧돌이 무너져 내리는’ 토붕의 신호임에 틀림없습니다.

기와가 깨진 것을 제때 갈아 끼워주지 않으면 서까래부터 시작해서 대들보와 기둥이 썩어가고 결국 집이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시간이 있습니다. 눈 밝은 사람이 깨진 기와를 발견하고 제때에 갈아 끼우면 되는 것이고, 혹 그 시기를 놓쳤다면 서까래 몇 개가 썩었을 때에라도 손을 쓰면 집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초가 무너지면, 제 아무리 기와가 완벽하고 서까래 · 대들보와 기둥이 튼튼해도 그 집은 바로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거룩한 공경의 대상인 승가, 그곳에서 이처럼 토붕의 징후가 보이는데도 모른 체 해야 할까요? “집안의 일을 밖으로 알게 하는 것은 훼불행위, 이교도를 돕는 행위”라면서 덮어두는 것이 능사일까요?

지금 한국 불교계에 가장 시급한 일은, 승가 공동체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는 일입니다. 이것은 특정 종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스님들에게만 맡겨진 의무가 아닙니다. “스님들의 일은 그분들께서 알아서 하시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일면 옳지만,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공동체 정신이 사라진 승가가 살아남을 수 없으며, 승가가 존재하지 않는 불교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여러분, 여러분 귀에는 승가 공동체가 무너지는 저 굉음(轟音)이 들리지 않습니까?

 

[출처] 한국승가의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  |  작성자  향산
http://blog.naver.com/lestofilos/10012689558

이병두  nagapur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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