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정도경영] 미세한 것들이 서로 의지해 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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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경영] 미세한 것들이 서로 의지해 존재하다
  • 이언오
  • 승인 2017.04.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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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오

|    작은 것들로 아름다운 불교경제  

문경 면 소재지에 찹쌀떡으로 유명한 뉴욕제과가 있다. 배운현 씨(62) 부부, 사위, 동네 아주머니 몇 명이 꾸려가는 작은 가게이다. 배 씨는 누님 제과점에서 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30년 전 고향인 지금의 자리에 빵집을 열었다. 누님 제과점 상호를 그냥 가져다 썼다. 비슷한 시기 출발했던 서울 강남의 뉴욕제과는 얼마 전 문을 닫았다. 건물 임대료가 제과점보다 수입이 많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초·중·고 학생들이 주로 이용했다. 학생 수가 점차 감소했으나 농사일 새참 등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입소문이 나던 차에 인터넷을 통해 본격 알려지기 시작했다. ‘생활의 달인’ PD가 3년을 섭외했지만 출연을 거부했다. 본인이 별로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2015년 8월 TV 방송이 나가자마자 대박이 터졌다. 전화가 불통이 되고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려왔다. 

찹쌀은 직접 농사를 짓고 팥은 이웃 농가에서 구입한다. 아침 6시 출근해서 주문받은 양만큼 만들며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 반죽은 찹쌀을 빻아 달걀흰자를 넣고 얼음 위에서 숙성시킨다. 찌지 않고 삶는 탓에 외피가 부드러우면서 촉촉하다. 팥은 연탄불에 대여섯 시간 은근히 삶는다. 팥소가 달지 않고 알맹이가 씹힌다. 특별한 비법 없이 수작업으로 옛 맛을 고수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1주일 치 예약을 받아 직접 찾는 손님에게 판매한다. 떡이 상자에 달라붙는다며 택배를 하지 않는다. 찹쌀떡 하나에 500원, 서민들이 부담 없이 먹으라고 인상을 자제한다. 인근 사찰의 신도들이 스님께 공양거리로 사들고 간다. 먹거리마저 글로벌 기업의 돈벌이로 전락한 지 오래다. 뉴욕제과는 오늘도 외진 시골에서 작지만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 

아이와 씨앗은 작게 태어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라며 다양한 크기로 어울려 산다. 죽어서 다시 작아지고 흩어져 공으로 돌아간다. 크고 작음의 상입상즉相入相卽. 기업은 규모가 클수록 약육강식에서 유리하다. 그래서 다들 탐욕을 에너지로 폭력을 수단으로 삼아 덩치를 키우려 한다. 큰 기업이 작은 기업에게 고통 주고 그 업보로 자신도 고통 받는다. 크기에 집착하고 커져서 고통받으니 어리석다 하겠다.  

슈마허는 1973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큰 기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규모가 커지면 이해와 통제가 어렵다고 보았다. 적절한 크기라야 인간적·민주적이 되며 사회·자연과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정신을 경제에 접목한 미얀마를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했다. 작은 기업의 의미와 가능성을 불교경제에서 발견한 것은 탁견이었다. 미얀마는 아직 후진국에 머물러 있고 작은 기업들의 형편은 그때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기업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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