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인터뷰]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 선원장 월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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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 선원장 월암 스님
  • 김성동
  • 승인 2017.04.1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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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으로부터 온 중진 수좌의 소식

무문관으로부터 온 중진 수좌의 소식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 선원장 월암 스님

동안거 해제를 앞둔 날, 문자가 왔다. 백담사 무금선원無今禪院 무문관無門關에서 월암(62) 스님이 주변의 스님과 ‘불자 도반’에게 보낸 것이다. “… 지난 삼동에 좁은 3평 방안에서 반조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며, ‘매 순간 깨어 있어라. 그리고 모든 생명을 나와 같이 사랑하고 섬겨라.’는 경구로 스스로를 다잡았지만 아직도 아득하기만 합니다. …” 무문관. 스스로 들어간 감옥監獄이다. 중학교 2학년에 출가, 승납이 47년에 이른 납자衲子의 반조反照다. 익숙한 경구지만, 조계종 중진 수좌인 월암 스님이 꺼냈기에 다르게 다가왔다. 문학과 철학, 불교에 빠져 있던 열다섯 소년이 은사의 게송을 듣고 마음에 격발이 일어나 출가했고, 전국 제방에서 정진하며 뒤늦게 공부에 마음을 일으켜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돈오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 참선과 강의로 20년을 이어온 이력이 그러했다. 

 

|    세상 모든 인연을 섬겨야겠구나

스님을 만난 때는 동안거 해제 후 6일째인 지난 2월 17일 오후 1시. 스님은 해제 후 법주사에서 100여 명의 수좌가 참석한 담선법회를 3일간 이끌었고, 서울 강남 참불선원 ‘부처님 점안 대법회’에 참석차 올라왔다. 은마아파트 앞 카페에서 만난 스님은 무문관을 나올 때 모습 그대로 장삼과 걸망 차림이었다. 

- 절에는 들르지 못하셨나봅니다.

“예. 아직 못 갔습니다. 해제 후에도 계속 밖으로 돌았네요.(웃음)”

- 무문관을 처음 들어가셨는데, 왜 무문관이죠?

“오래전부터 들어가고자 했는데, 많은 인연들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갔습니다. 나를 반조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 어떠셨나요?

“편했습니다. 바깥으로 향한 것을 다 접었으니까요. 여기가 무문관이 아니고, 저 바깥이 무문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구 없는 삶에서 탈출할 수 없으니까요. 여긴 공간의 제약도 무문이니까 자유롭죠. 오히려 무문의 낙을 즐기니까 미안했습니다.”

- 왜 미안하죠?

“내가 이렇게 무문의 낙을 만끽하고 있는 것은 수많은 인연의 공덕 때문입니다. 그동안 미워했던 많은 이들에게 다 미안했습니다. 감사만 남았고, 은혜만 남았습니다. 하루에 한 끼, 오전 10시 50분에 나오는데, 하루는 눈이 아주 많이 왔습니다. 공양간에서 무문관이 6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후배들이 그 눈길을 새벽부터 치우면서 공양을 갖고 왔는데, 정말 대단히 미안하고 죄송스러웠습니다. 내가 뭔 공부를 한다고 ….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두 가지가 생각났습니다. 내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이 은혜를 사랑으로 갚아야겠구나. 모든 세상의 인연을 사랑과 자비로 섬겨야겠구나. 또 하나는 내가 공부해온 것으로 철두철미하게 깨어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사무쳤습니다. 이제야 철든 것입니다.(웃음)”

- 많은 공부를 해 오신 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새삼스럽게 들립니다.

“그동안 불교 안에서 자비와 사랑을 말했는데, 그것이 허물어졌습니다. 불교라는 것조차도 경계가 없습니다. 모든 중생이 본래 부처라고 했습니다. 나도 다른 사람도 그렇습니다. 거기에 무슨 허물이 있겠어요. 부처와 부처가 만나면 무슨 담이 있고, 허물이 있고, 어떤 경계가 있겠어요. 그럼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본래 부처로 대하는 것이 진짜 불공이 아닌가, 이론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생겨났습니다.”

- 이전에는 그런 마음이 없었다는 뜻인가요?

“전에는 경계에 부딪치곤 했는데, 지금은 경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정도 세상을 품을 정도가 조금은 된 것 같습니다.”

- 무문관 규칙 중 하나가 묵언默言입니다. 

“제가 평상시에 법문과 강의를 많이 했습니다. 묵언으로 2개월 지난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벙어리가 되어 있더군요. 퍼뜩 놀라서 깨 ‘아, 아’ 하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옆방에 들리지 않게 아주 작게 염불했습니다. 고요한 곳에서 아미타불 정근하니 마음속에서 염불이 저절로 일어나더군요. ‘염불자시수念佛者是誰. 염불하는 자가 누구인가.’ 염불선의 화두인데, 5분, 10분만 아미타불을 불러도 3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답고, 여기가 극락세계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주 너무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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