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욕심을 저장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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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욕심을 저장하지 마라
  • 불광출판사
  • 승인 2017.03.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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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너무 잘 먹어서 병에 걸리는 세상이다. 먹을거리가 넘치고, 욕심껏 먹어보라고 부추긴다. 텔레비전에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먹는 방송’, 먹방이라는 낯선 말도 처음 들었다. 부처님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그대로의 과보를 받게 된다고 하셨다. 괴로움의 원인으로 탐욕과 욕심을 꼽으신 부처님은 병의 원인에 대해 말씀하셨다.
  
“충분히 소화도 되기 전에 다시 음식을 먹거나, 과식하거나, 대소변을 오래 참거나, 계를 지키지 않고 나쁜 지식을 얻거나, 또는 법대로 행동하지 않아 피할 수 있는 위험도 피하지 못하는 사람은 병에 걸리고 스스로 수명을 줄인다.”
  
과식을 단명과 병의 원인으로 설명하신 것이다. 또 포식계(飽食戒)를 설하며, 양껏 먹는 포식의 무서움을 일러주셨다. 『니건자경(尼乾子經)』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이 음식을 너무 지나치게 섭취할 때에는 몸이 무거워지고 게으른 마음을 일으키며, 현세와 미래에 있어서 큰 이익을 잃게 될 것이다. …… 잠을 자는데 괴로움을 느끼며 또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고민하여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런 고로 때에 따라서 절도 있게 음식을 섭취하라.”

과식의 기준은 단순히 많이 먹는 것에 있지 않다. 먹는 사람의 몸 상태와 그 사람의 운동량, 또 음식의 조리 방법에 따라 과식의 기준이 다르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과 노인의 먹는 음식은 그 양부터 달라야 한다. 노인이 젊을 때와 똑같은 음식을 같은 양으로 먹는 것은 과식이다.

나이가 들면 대사량과 소화력이 떨어지므로 양도 줄이고 조리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같은 채소라도 기름에 튀기거나 기름을 많이 사용하여 먹으면 열량이 높아져 과식이 될 수 있다. 또 날것으로 먹는 채소도 소화가 덜 되므로 그 자체로 과식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물에 살짝 데쳐 부드럽게 먹는 것이다. 기름에 튀긴 요리는 적당히 맛만 보겠다고 생각하며 먹어야 과식을 피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가벼운 당근 주스 한 잔도, 소화력이 약하고 신장이나 간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몸에 넘치는 것이 되므로 과식이다. ‘적당하게’ 먹는다는 뜻을 살펴 그때그때 먹는 기준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현대에는 칼로리를 따지지만, 음식에 어떤 에너지가 들어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일본 영평사에 갔을 때 스님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영평사는 일본의 천년 고찰이며 수행도량이다. 한 번은 일본 식약청에서 영평사 스님들의 식생활을 살펴보고 칼로리를 높일 것을 권고했다. 스님들은 하루 1,300~1,500칼로리의 식사를 했는데 너무 적다는 것이다. 그러자 스님들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대대로 천 년 동안 똑같은 식사를 해오며 건강하게 살아왔습니다. 칼로리라는 단위도 몰랐어요. 식약청이 생긴 지 100년도 되지 않았을 텐데 우리 스님들은 천 년 동안 이렇게 먹어왔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스님들은 음식의 양보다 에너지로 식사량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우엉연근조림 한 접시를 먹더라도 조리법에 따라 차이가 난다. 우엉과 연근을 물에 담그지 않고 집간장에 조청만을 넣어 졸이면 칼로리는 낮으면서도 많은 양을 먹었을 때의 에너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엉연근 조림 한 접시를 먹고도 힘을 낼 수 있다. 같은 우엉연근조림이라도 조리법에 따라 칼로리와 에너지가 달라지는 것이다. 기운을 내려고 많이 먹을 게 아니라 양이 적더라도 에너지가 높은 음식을 먹는다면 소식을 하면서도 과식을 피할 수 있다.

 

옛날 절집에서는 가난하고 먹을 게 없어 자연스레 소식이 이뤄진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이유로 더욱 섭생에 주의를 기울였다. 기한발도심(飢寒發道心)이라 하여, 춥고 배고파야 도 닦는 마음이 생긴다고 했지만, 그 시절에도 음식을 담당한 스님들은 부족한 식재료로 좋은 에너지가 담기도록 이런저런 궁리를 하며 건강을 살피고, 건강한 수행이 되도록 도왔다. 소식은 게으름과 욕심을 다스리고 버리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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