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증장엄론으로 본 12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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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증장엄론으로 본 12연기
  • 불광출판사
  • 승인 2017.03.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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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에서 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셨다.

 

비구들이여, 연기를 보는 자가 법을 보느니라.

법을 보는 자가 부처를 보느니라.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일어나고, 이것이 생겨서 저것이 생기나니,

무명의 조건에 의해 행이 생겨나고, 행의 조건에 의해 식이 생겨나고….

 

연기(緣起)는 범어로 ‘쁘라띠사묻빠다’라 한다. 쁘라띠는 ‘의지하다’라는 뜻이고, 사묻빠다는 ‘일어나다’, ‘생겨나다’라는 뜻이다. 소승과 유식파는 이것을 원인에 의해서 생겨난다는 뜻으로 생각하므로 오직 유위법만을 연기로 본다. 한편 중관파는 쁘라띠에 의지, 상대, 만남(회합, 접촉) 등의 세 가지 뜻이 있는 것으로 보고, 사묻빠다는 ‘성립’의 의미로 보아 유위와 무위의 모든 존재가 연기에 해당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소승과 유식파의 교리에서 연기의 정의는 ‘원인과 조건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중관파의 교리에서 연기의 정의는 ‘상대해서 성립한 것’이다.

유위법들이 자신의 원인이나 부분에 의존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만 무위법들이 자신 외의 다른 것에 상대해서 성립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허공 같은 경우는 형상 등의 걸림을 배제한 것을 허공이라 하는 것이므로 허공은 형상 등의 걸림에 상대해서 성립한 것이지 독립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승의제는 세속제에 의존하고, 해탈은 윤회에 의존하며, 이와 같이 모든 무위법은 반드시 유위법에 의존한다.

원인에 의존하건, 부분에 의존하건, 그것의 상대적 존재에 의존하건, 그것을 취하는 다른 심식에 의존하건, 자신 이외의 다른 존재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것의 비실재성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연기는 공성을 논증하는 논거가 된다. 예를 들어 “새싹은 실재가 아니다. 연기이기 때문에”와 같은 논증이 바로 그것이다.

공성을 논증하는 여러 논거들 중에서도 연기의 논거는 논리의 왕이라 불린다. 왜냐하면 어떤 것을 실재라고 보는 상견을 무너뜨리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연기라는 말 자체에서나 그 내용에서나 연기하는 어떤 것을 엄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강력하게 나타내고 있으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견에 떨어질 위험을 방지하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십이연기의 구체적인 내용

① 무명(無明) 
일반적인 의미의 무명과 십이연기의 첫 번째 연기지(緣起支)인 무명은 같은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무명에는 인과에 미혹한 무명과 진여에 미혹한 무명의 두 가지가 있는데, 십이연기의 첫 번째인 무명은 후자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인아집에 속한 심소를 가리키며, 이것이 바로 윤회의 뿌리이다. 

② 행(行) 
두 번째 연기지인 행은 무명에 의해 생겨나서 다음 생을 유발시키는 업을 가리킨다. 분류하면 복업, 비복업, 부동업 등의 세 가지가 있다. 복업을 분류하면 인간계에 태어나게 하는 업과 욕계 천상에 태어나게 하는 업이 있다. 비복업을 분류하면 지옥에 태어나게 하는 업, 아귀로 태어나게 하는 업, 축생으로 태어나게 하는 업이 있다. 부동업을 분류하면 색계에 태어나게 하는 업과 무색계에 태어나게 하는 업이 있다.

③ 식(識) 
세 번째 연기지인 식은 행에 의해 생겨난 심왕을 가리킨다. 이것은 다음 생을 유발시키는 업이 아직 이숙과를 받기 전에 업의 습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분류하면 인위식(因位識)과 과위식(果位識)이 있다. 인위식이란 업을 짓는 시기의 식을 가리키고, 과위식이란 업의 과보로 받은 식을 가리킨다.

④ 명색(名色) 
네 번째 연기지인 명색에는 명(名)과 색(色) 두 가지가 있다. 색은 세 번째 연기지인 식이 모태에 들어간 두 번째 찰나에서부터 육처(六處)가 완성되기 전까지의 색온을 가리키고, 명은 그 시기 동안의 수, 상, 행, 식을 가리킨다.

⑤ 육처(六處) 
다섯 번째 연기지인 육처는 네 번째 연기지인 명색이 자라서 안, 이, 비, 설, 신, 의 등의 6근이 된 것을 가리킨다.

⑥ 촉(觸) 
여섯 번째 연기지인 촉은 대상과 근(根)과 식(識)이 모여 대상을 경험할 수 있는 순간부터 아직 고, 락, 불고불락 등의 느낌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대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작용의 심소를 가리킨다. 
분류하면 안촉, 이촉, 비촉, 설촉, 신촉, 의촉 등의 여섯 가지가 있다.

⑦ 수(受) 
일곱 번째 연기지인 수는 나쁜 느낌, 좋은 느낌, 중립적 느낌 등의 어떤 느낌을 경험하는 작용의 심소를 가리킨다. 안수, 이수, 비수, 설수, 신수, 의수 등의 여섯 가지의 분류와, 고수, 낙수, 사수(불고불락수) 등의 세 가지의 분류가 있다.

⑧ 애(愛) 
여덟 번째 연기지인 애는 탐착을 가리킨다. 분류하면 욕애(欲愛), 멸애(滅愛), 유애(有愛) 등의 세 가지가 있다. 욕애는 안락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고, 멸애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며, 유애는 생존에 대한 욕망이다.

⑨ 취(取) 
아홉 번째 연기지인 취는 여덟 번째 연기지인 애가 더욱 강력해진 탐착을 가리킨다. 분류하면 욕취(欲取), 견취(見取), 계금취(戒禁取), 아어취(我語取) 등의 네 가지가 있다. 욕취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탐착 따위이고, 견취는 악견에 대한 탐착 따위이며, 계금취는 잘못된 계율이나 고행에 대한 탐착 따위이고, 아어취는 자아에 대한 탐착 따위이다.

⑩ 유(有) 
열 번째 연기지인 유는 아홉 번째 연기지인 취에 의해서 다음 생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강력해진 업을 가리킨다. 7유(有) 중의 업유와 같다.

⑪ 생(生) 
열한 번째 연기지인 생은 환생한 첫 번째 찰나의 온(蘊)을 가리킨다. 분류하면 태생(胎生), 난생(卵生), 습생(濕生), 화생(化生) 등의 네 가지가 있다.

⑫ 노사(老死) 
열두 번째 연기지인 노사는 태어난 이후에 늙고 죽는 것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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