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스님 초기경전 강의, 왜 초기경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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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스님 초기경전 강의, 왜 초기경전인가?
  • 불광출판사
  • 승인 2017.03.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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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교리는 연기법과 일체법, 삼법인, 사성제, 이 네 가지라고 저는 늘 이야기합니다. 이 핵심교리를 가장 명료하게 체득할 수 있는 비법이 바로 초기경전에 있습니다. 초기경전을 꾸준히 읽다 보면 이 네 가지 교리가 계속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불교의 기본 틀이 마음속에 확립됩니다. 체화된다는 뜻이죠. 그렇게 될 때 불교 공부도 재미있어지고, 후에 대승경전을 읽어도 어딘가 현실과 유리된 듯한 느낌을 받지 않게 됩니다. 선어록을 읽어도 추상적이지 않고 매우 구체화되어 그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직관력이 생깁니다.

주의할 점은, 초기경전은 구전된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서 되풀이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반복을 싫어하지요. 예컨대 제가 한 말 또 하고 또 하면 여러분은 속으로 ‘아이구, 저 스님은 쓰는 말이 저것밖에 없나? 만날 저 말만 해.’라며 지루해하겠지요. 그런데 경전을 얽어보면 같은 말이 조금씩 바뀌어서 자꾸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도가 있어요. 반복을 해야만 정확하게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가령 제가 여러분께 경전 읽기 숙제를 내드린다고 해보세요. 경전을 읽어오라고 할 때는 큰소리로 또박또박 읽어야 합니다. 반복되는 부분이라고 해서 뛰어넘지 말고요. 반복해서 읽으면 자기도 모르는 새에 기억하게 됩니다. 연세 드신 분들은 절대로 경전을 못 외운다고 하시지만, 백 번 천 번쯤 반복해서 읽어보세요. 안 외워지는지.

 

질문 01> 우리가 흔히 ‘소승경전’이라 부르는 것과 초기경전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승, 소승의 분류 기준은 부파불교가 시작되면서 생겼습니다. 그럼 초기불교와 부파불교가 어떻게 다른지도 알아야겠지요. 초기불교에서 ‘초기’라는 시기는 부처님 재세시를 포함해 입멸 후 100년까지를 말합니다. 그 뒤로 여러 부파가 생기는데, 부처님 말슴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면서 발생한 결과입니다. 크게 대중부와 상좌부로 나뉘게 되는데, 상좌부에서는 설일체유부, 법장부, 독자부 등 많은 부파가 생깁니다.

그중 가장 세력이 왕성했던 부파가 설일체유부와 독자부였습니다. 두 부파의 특징은 무아사상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나는 공이지만 법은 항유한다’라는 말의 뜻을 법이 과거와 현재, 미래에 항상 지속적으로 존재한다고 단정 지은 것이 설일체유부입니다. 이것을 ‘아공법유’라고 하지요. 그에 대해 중론학파에서는 ‘이는 불교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아공법공’, 즉 ‘나만 공한 것이 아니라 법도 공하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연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라고 주장하면서, 법공을 인정하지 않는 부파를 ‘소승’이라고 지칭한 겁니다. 그런 부파를 ‘중생구제에 헌신하지 않고 자신의 해탈만 추구하는 속이 좁은 작은 수레를 가지고 수행하는 사람들’이라고 폄하하기 위해 ‘소승’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어 그런 논쟁을 지속시켜갑니다.

그런데 초기불교를 그런 부파불교의 범주에 넣어버리기에는 많은 모순이 있습니다. 더욱이 부파불교 중에서도 특정 부파를 폄하하기 위해서 써던 용어인 ‘소승’이라는 말을 무분별하게 붙여서는 안 됩니다. 이런 교단 발달사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일방적으로 이 초기경전을 소승경전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성철 스님이 쓰신 《백일법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초기불교는 소승불교가 아니다. 소승불교란 부파불교 중 특정 부파를 말한다.”고 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상좌부불교를 부파불교에 속한다고 소승이라 칭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런데 상좌부불교는 부파불교 중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왕성하게 수행이론과 체계를 보존하고 있는 부파입니다. 설일체유부, 법장부, 독자부 같은 부파들은 다 사라져버렸지만, 상좌부는 고스란히 그 행법과 전통을 보존해왔습니다. 스리랑카와 미얀마, 타이, 캄보디아의 불교가 바로 상좌부불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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