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 - 소연경(小緣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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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함 - 소연경(小緣經)
  • 실론섬
  • 승인 2017.03.2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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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붓다의 옛길 블로그 http://blog.daum.net/gikoship

 

5. 소연경(小緣經)

(경의 이역 경전으로는 송나라 시대 시호(施護) 등이 한역한 『불설백의금당이바라문연기경(佛說白衣金幢二婆羅門緣起經)』이 있으며, 『중아함경』 제39권 154번째 소경인 「바라바당경(婆羅婆堂經)」과 『증일아함경』 제34권 「칠일품(七日品)」의 첫 번째 소경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청신원림(淸信園林) 녹모강당(鹿母講堂)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견고한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여 도를 닦은 두 바라문이 있었으니, 한 사람은 바실타(婆悉?)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바라타(婆羅?)였다. 그 때 세존께서 고요한 방에서 나와 강당 안을 거닐며 경행(經行)하고 계셨다. 이 때 바실타가 부처님께서 경행하시는 것을 보고 재빨리 바라타에게 가서 말했다.

 

“그대는 아는가? 여래께서 지금 조용한 방에서 나와 강당 안을 경행하고 계신다. 우리들이 함께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면 혹 여래의 말씀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바라타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함께 세존께 나아가 이마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頭面禮足] 부처님을 따라 경행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두 사람은 바라문(婆羅門)의 종족으로 태어나서 견고한 믿음으로써 내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지금은 내 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으니, 모든 바라문이 너희들을 싫어하고 꾸짖지 않겠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큰 은혜를 입고 도를 닦고 있으나 사실 저희들은 저 모든 바라문들에게 혐오와 꾸짖음을 받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들이 무슨 일로 너희들을 혐오하고 꾸짖는가?”

그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들은 '우리 바라문 종족이 가장 으뜸이고, 다른 종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 종족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 세계에서 청정한 깨달음을 얻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청정한 종족을 버리고 저 구담(瞿曇)의 다른 법으로 들어갔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들은 우리가 불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을 보고 이런 말로 우리를 꾸짖어 나무라곤 합니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보아라. 모든 사람들이 마치 짐승처럼 어리석고 미련하고 무식하여 거짓으로 스스로 일컫기를 '바라문 종족이 가장 으뜸이고, 다른 종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 종족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바실타야, 이제 나의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 가운데에서는 종성(種姓)도 필요 없고 자신들에 대한[吾我] 교만한 마음도 품지 않는다. 세속의 법에서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 법은 그렇지 않다. 만일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으로서 자기의 종성을 믿고 교만한 마음을 품는다면 나의 법 가운데서는 끝내 무상(無上)의 도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만일 능히 종성의 관념을 버려 여의고 교만한 마음을 없애면 곧 내 법 가운데서 도를 이루어 정법(正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낮은 부류를 미워하지만 내 법은 그렇지 않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족성(族姓)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선한 것도 있고 악한 것도 있어 지혜로운 사람이 칭찬하는 것도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 나무라는 것도 있다. 어떤 것을 네 가지 족성이라 하는가? 

첫째는 찰리종(刹利種)이요, 둘째는 바라문종(婆羅門種)이며, 셋째는 거사종(居士種)이요, 넷째는 수다라종(首陀羅種)이다. 바실타야, 너는 듣거라. 찰리종 중에도 살생(殺生)하는 자가 있고 도둑질하는 자도 있으며, 음란한 자도 있고 속이고 거짓말하는 자도 있으며, 이간질하는 자도 있고 욕설을 하는 자도 있으며, 말을 꾸미는 자도 있고 간탐하는 자도 있으며, 질투하는 자도 있고 삿된 견해를 가진 자도 있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또한 이와 같아서 온갖 열 가지 악행이 섞여 있다. 

 

바실타야, 대개 착하지 않은 행(行)에는 착하지 않은 과보[報]가 있고 검고 어두운 행에는 곧 검고 어두운 과보가 있다. 만일 이 과보가 유독 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만 있고 바라문종에는 없다고 한다면 곧 저 바라문종은 마땅히 스스로 '우리 바라문종이 가장 으뜸이요, 다른 종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종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착하지 않은 행을 행하며 착하지 않은 과보가 있고 검고 어두운 행을 행하면 검고 어두운 과보가 있음이, 바라문종ㆍ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도 반드시 있는 것이라면 곧 바라문종만 유독 '우리 종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바실타야, 만일 찰리종 가운데는 살생하지 않는 자가 있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란하지 않으며, 거짓말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으며, 욕설을 하지 않고 말을 꾸미지 않으며, 간탐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 자도 있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또한 그와 같아서 다같이 열 가지 선행[善]을 닦을 수 있다. 대개 착한 법을 행하면 반드시 착한 과보가 있고 청정하고 깨끗한[淸白] 행을 행하면 반드시 청정한[白] 과보가 있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과보가 유독 바라문종에만 있고 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는 없다면 곧 바라문종은 마땅히 '우리 종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 가지 족성에 다같이 이 과보가 있다면 곧 바라문만 유독 '우리 종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현재 바라문종을 보면 서로 결혼하여 출산하고 하는 것들이 세간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거짓으로 '우리는 범천의 종성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서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자랑하고 있다. 

 

바실타야,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의 내 제자들은 종성이 한결같지 않고 출신이 각기 다른데도 내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묻기를 '너는 누구의 종성이냐?'고 하거든, 마땅히 그에게 '나는 바로 사문 석가종[釋種]의 아들이다'라고 대답하여라. 또 스스로 말하되, '내가 바로 바라문종이다. 친히 범천의 입에서 나왔고 법화(法化)를 좇아 생겨나서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청정할 것이다'라고 하여라. 어째서인가? 대범(大梵)이란 곧 여래의 칭호[號]로서 여래는 세간의 눈이요, 세간의 지혜이며, 세간의 법이요, 세간의 범(梵)이며 세간의 법륜(法輪)이요, 세간의 감로(甘露)이며 세간의 법주(法主)이다. 

 

바실타야, 만일 찰리종 중에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등의 10호(號)를 구족하신 분을 독실하게 믿고, 법을 독실하게 믿되, 여래의 법은 미묘하고 청정하여 현재 세상에서 수행해야 하고 언제나 설법하여 열반[泥洹]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이는 것이며, 또 그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으로서 어리석은 범부들은 미칠 수 없는 가르침임을 믿으며, 또 스님을 독실하게 믿되, 스님은 성품이 착하고 질박하고 곧아서 곧 도과(道果)를 성취하고 권속(眷屬)을 성취하며 부처님의 진정한 제자로서 법과 법을 성취한다. 이른바 대중[衆]은 계중(戒衆)을 성취하고 정중(定衆)ㆍ혜중(慧衆)ㆍ해탈중(解脫衆)ㆍ해탈지견중(解脫智見衆)을 성취한다. 수다원(須陀洹)을 향하는 이 수다원을 얻은 이, 사다함(斯陀含)을 향하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아나함(阿那含)을 향하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아라한(阿羅漢)을 향하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 등 사쌍팔배(四雙八輩)가 바로 여래의 제자중(弟子衆)이다. 그들은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한 세상의 복전(福田)으로서 마땅히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고 믿거나, 또 계(戒)를 독실히 믿어 거룩한 계를 구족하여 이지러지거나 샘[漏]이 없고 모든 흠[瑕]이나 틈[隙]이 없으며 또 더러운 점이 없어 지혜로운 이가 칭찬하는 바로서 선적(善寂)을 구족할 것이라고 믿는 자 있다면 바실타야, 모든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이 독실히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고 중성취(衆成就)와 성계(聖戒)를 믿을 것이다.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 예배하는 자가 있다면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또한 모두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 예배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내 친족인 석가종족은 또한 파사닉왕(波斯匿王)을 받들어 섬기고 예경하며, 파사닉왕은 다시 와서 나를 공양하고 예경하느니라. 그렇지만 그는, '사문 구담(瞿曇)은 호족(豪族)의 출신이나 내 종성은 낮고, 사문 구담은 큰 부자요 큰 위덕이 있는 가문의 출신이나, 나는 낮고 빈궁하고 비루하며 하찮은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여래를 공양하고 예경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말하지 않는다. 파사닉왕은 법에서 법을 관찰하여 진실과 거짓을 밝게 분별하기 때문에 청정한 믿음을 내어 여래를 공경할 따름이다.

 

바실타야, 이제 마땅히 너를 위하여 네 족성의 본연(本然)을 설명하리라. 천지의 시작과 종말, 겁(劫)이 끝나 무너질 때에 중생들은 목숨을 마치고 모두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는데 자연 화생(化生)하여 생각[念]만으로 음식을 삼고 광명을 스스로 비쳐 신족(神足)으로써 허공을 날아다녔다. 그 뒤에 이 땅은 모두 물로 변해 온통 가득 차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때에는 해나 달이나 별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연월(年月) 따위의 세수(歲數)도 없고 오직 큰 어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뒤에는 이 물이 변하여 천지(天地)가 되었고, 광음(光音)의 모든 하늘[天]들은 복이 다해 목숨을 마치고는 다시 이곳에 태어났었다. 

 

그러나 이곳에 났더라도 여전히 생각만으로 음식을 삼고 신족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며 몸에서 광명을 스스로 비추면서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각각 스스로 일컫기를 '중생 중생'이라고 했다. 그 뒤로는 이 땅에서 수밀(?蜜)과 같은 단샘[甘泉]이 솟아났는데 저 처음 온 천신으로서 성질이 경솔한 자는 이 샘을 보고 스스로 생각에 잠겨 말했다.

'이것이 뭘까? 맛을 보아야겠다.'

 

곧 손가락을 물에 넣어다가 꺼내어 맛보았다. 이렇게 두세 번 하다가 점점 그 감미로움을 깨닫고 드디어 손으로 움켜쥐어 마음껏 그것을 마셨으나, 이러한 즐거움에 집착하여 끝내 만족할 줄 몰랐다. 그 밖의 중생들도 또 그를 본따 그것을 먹어 보았고, 이렇게 두세 번 되풀이하는 동안에 그 감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계속해서 먹어대자 그들의 몸은 점점 추하게 되고 살결은 굳어져 하늘의 묘한 색(色)을 잃게 되었다. 

 

또 신족은 없어져 땅을 밟고 다니게 되었고 몸의 광명도 갈수록 사라져서 천지가 깜깜해지게[大冥] 되었다. 바실타야, 마땅히 천지의 정해진 법칙은 큰 어둠 이후에는 반드시 일월(日月)과 성상(星象)이 허공에 나타나고 그런 뒤에 곧 밤과 낮ㆍ어둠과 밝음ㆍ연월(年月)과 세수(歲數) 등이 생긴 것이다. 

 

그때의 중생은 다만 지미(地味:단 샘물)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그 세계에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했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오히려 즐겁고 광택이 있었다. 곱고 추하고 단정함이 여기에서부터 처음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서 단정한 자는 교만한 마음이 생겨 누추한 자를 업신여겼고 거기에서 누추한 자는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단정한 자를 미워했다. 중생들은 이로부터 각각 서로 성내고 다투게 되었고, 이때 지미는 저절로 말라버렸다. 그 뒤로 이 땅에는 저절로 지비(地肥:大地生成物)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맛을 갖추어 향기롭고 조촐하여 먹을 만했다. 이 때 중생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했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빛이 좋고 광택이 났다.

 

거기에서 단정한 자는 교만한 마음이 생겨 누추한 자를 업신여겼고 누추한 자는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단정한 자를 미워했다. 중생들은 이로부터 각각 서로 다투게 되었고, 이때 지비는 다시 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이 땅에는 다시 거칠고 뻣뻣한 지비가 생겨났는데 역시 향기와 맛은 먹을 만했지만 먼저 것보다는 못했다. 

 

이때 중생들은 다시 이것을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갈수록 누추하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빛이 좋고 윤택하였다. 단정함과 누추함을 두고 서로 시비(是非)가 지나침에 따라 마침내 다툼[諍訟]이 생기게 되었고, 지비는 결국 다시 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이 땅에는 저절로 멥쌀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등겨가 없고 빛깔과 맛이 구족하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먹을 만했다. 이 때 중생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곧 남녀는 서로 보게 되자 점점 정욕이 생겨 갈수록 서로 친근하게 되었다. 다른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 서로 말했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그리고 곧 배척하고 대중 밖으로 쫓아내 3개월이 지난 뒤에 돌아오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지금은 옳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때 그 중생들은 법이 아닌 것을 익혀 시절(時節)도 없이 정욕(情欲)을 마음껏 즐겼고 그러다 부끄러워하는 마음[?愧]이 생겨 결국엔 집을 짓게 되었다. 

 

이때부터 세계에는 처음으로 집[房舍]이 생기게 되어 법답지 않은 것을 좋아하여 익히니 음욕은 갈수록 더해만 갔다. 곧 포태(胞胎)가 있게 된 것은 부정(不淨)으로 생겨났으니 세간의 포태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저 중생들은 저절로 난 멥쌀[粳米]을 먹었는데 취하는 대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생겨났다. 그 중생들 가운데 게으른 자가 가만히 혼자 생각하여 말했다.

'아침에 먹을 것을 아침에 가져오고 저녁에 먹을 것을 저녁에 가져오는 일은 나를 힘들게 하니, 이제부터 하루 먹을 것을 한꺼번에 가져오자.'

그래서 곧 한꺼번에 가지고 왔다. 그 뒤 친구가 그를 불러 함께 쌀을 가지러 가자고 하자,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하루 먹을 양식을 한꺼번에 가지고 왔다. 너도 가지러 가려거든 네 마음대로 가져오도록 해라.'

  

그 사람은 또 혼자 생각했다.

'이 사람은 영리해서 벌써 양식을 저축해 두었구나. 나도 이번엔 3일분의 양식을 저축해야겠다.'

그 사람은 곧 3일분의 양식을 저축했다. 그러자 다른 중생이 또 와서 말했다.

'같이 쌀을 가지러 가자.'

그는 대답했다.

'나는 벌써 3일분의 양식을 저축해 두었다. 너도 가지러 가려거든 가서 실컷 가져오도록 해라.'

  

그 사람도 또 생각했다.

'이 사람은 영리해서 먼저 3일분의 양식을 가지고 왔구나. 나도 저 사람을 본받아 5일분의 양식을 저축해야겠다.'

그는 곧 가서 가지고 왔다. 그 때 그 중생들은 서로 다투어 저축했다. 그러자 멥쌀은 거칠고 더러워지더니 점차 등겨가 생겼고, 그것을 벤 뒤로 다시는 나지 않았다.

  

그때 저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 낭패하여 마침내 근심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각자 생각에 잠겨 말했다.

'우리가 본래 처음 났을 때에는 생각을 음식으로 삼고 신족(神足)으로 허공을 날며 몸에서 광명이 나와 스스로 비추면서 세상에 오랫동안 머물렀었다. 그 뒤에는 이 땅에서 마치 수밀(?蜜)과 같은 단샘[甘泉]이 솟아났는데 감미로워[香美] 먹을 만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함께 먹었었다. 그것을 점점 오래 먹게 되자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하고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오히려 좋고 광택이 있었으니, 이 음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얼굴빛에 차이가 생겼고, 이에 중생은 각각 서로 시비(是非)가 생겨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때 단샘은 저절로 말라버렸다. 

 

그 뒤로 이 땅에서 지비(地肥)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향기를 구족하고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했다. 그때 우리들은 또 그것을 다투어 먹었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하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좋고 광택이 났다. 중생은 여기서 또 서로 시비가 일어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고, 이 때 지비는 더이상 생겨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다시 거칠고 뻣뻣한 지비가 생겼는데 또한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했다. 그 때 우리들은 또 그것을 다투어 먹었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이는 얼굴빛이 추하고 적게 먹은 이는 얼굴빛이 좋았다. 여기서 또 서로 시비(是非)가 생겨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때 지비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저절로 멥쌀이 생겼는데 그것은 등겨도 없었다. 그 때 우리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오랫동안 그 세계에 머물렀는데 그곳의 게으른 자들이 서로 다투어 저축했고 이로 말미암아 멥쌀은 거칠고 더러워졌으며 또 등겨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벤 뒤로는 다시 나지 않으니 장차 어떻게 할까? 그들은 다시 서로 말했다.

'우리는 땅을 갈라 따로따로 표지[標識]를 세우자.'

그리고 곧 땅을 갈라 따로따로 표지를 세웠다. 

 

바실타야,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처음으로 전지(田地)라는 이름이 생겨 났다. 그때의 중생은 따로 전지를 차지하고 경계를 정하자 점점 도둑질할 마음이 생겨 남의 벼를 훔쳤다. 그러자 다른 중생들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자기에게도 전지가 있는데 남의 물건을 취하다니, 지금부터는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말라.'

 

그러나 그 중생은 오히려 도둑질하기를 중단하지 않았고, 다른 중생들도 그를 꾸짖기를 그치지 않고서 곧 손으로 그를 때리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자기도 전지가 있으면서 남의 물건을 훔쳤다.'

그 사람도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나를 때렸다.'

  

그때 그 대중들은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고 걱정하고 시름하고 또 번민하면서 말했다.

'중생이 갈수록 악해져서 세간에 이런 착하지 않은 일이 있게 되었고 더럽고 부정(不淨)함이 생겼다. 이것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生老病死] 원인이며 번뇌와 고통의 과보로 3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요인이다. 전지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이런 다툼이 생겼으니, 이제 차라리 한 사람을 세워 주인으로 삼아 이것을 다스리게 해서 보호해야 할 자는 보호하고 꾸짖어야 할 자는 꾸짖게 하자. 그리고 우리가 함께 쌀을 거두어 그에게 공급해주고 모든 다툼을 다스리게 하자.'

  

그때 그들 중에서 몸집이 크고 얼굴이 단정하며 위엄과 덕망이 있는 한 사람을 뽑아 그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우리들을 위해 평등한 주인이 되어 마땅히 보호할 자는 보호하고 꾸짖을 자는 꾸짖고 마땅히 내쫓아야 할 자는 내쫓아라. 그러면 우리는 쌀을 모아 그대에게 공급해 주겠다.'

그러자 그 사람은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임금[主]이 되어 다툼을 판결해 주었고, 곧 여러 사람들은 쌀을 모아 그에게 공급해 주었다.

  

그 사람은 또 착한 말로 여러 사람을 위로했는데, 여러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다들 매우 기뻐하며 함께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이에 세간에는 다시 임금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바른 법으로 백성을 다스렸기 때문에 찰리(刹利)라고 이름했다. 그래서 세간에는 찰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그때 그 무리들 중에 어떤 사람은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집[家]이란 큰 걱정거리[大患]요, 집이란 독한 가시[毒刺]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사는 집을 버리고 혼자 산림(山林) 속에 들어가 고요히 도를 닦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곧 집을 버리고 산림으로 들어가 고요히 깊은 생각에 들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그릇을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乞食)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즐겁게 공양하고 기뻐하며 칭찬하였다.

'훌륭하다, 이 사람은 사는 집을 버리고 혼자 산림에 살면서 고요히 도를 닦아 모든 악을 여의었구나.'

  

여기서 세간에는 처음으로 바라문(婆羅門)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 바라문 가운데 고요히 앉아 참선(參禪)하고 명상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곧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 글을 외우고 익히기를 업으로 삼고 또 스스로 일컫기를 '나는 참선하지 않는 사람[不禪人]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참선하지 않는 바라문'이라 불렀고, 인간 세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를 또 '인간(人間) 바라문'이라고 불렀다. 이에 세간에는 바라문 종족이 있게 되었다. 

 

그 중생 중에 어떤 사람은 살림 경영하는 것을 좋아해 많은 재보(財寶)를 저축했고, 이로 인해 여러 사람은 그를 거사(居士)라 이름했다. 저 중생 중에는 손재주[機巧]가 많은 사람이 있어, 어떤 것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 그래서 세간에는 처음으로 수다라(首陀羅)라는 기술자[工巧]의 이름이 생겼느니라.

  

바실타야, 지금 이 세간에는 네 가지 종성의 명칭이 있는데 다섯 번째로 사문의 무리[沙門衆]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느니라. 그 까닭은 바실타야, 찰리의 무리 중 어느 때 어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생활방식[己法]을 싫어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法服]을 입고 도를 닦았으니, 그래서 처음으로 사문이라는 이름이 생겼느니라.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가운데에서 어느 때 어떤 사람은 스스로 자기들의 생활방식을 싫어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았으니, 그것을 사문이라 이름했느니라.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서 몸[身]의 행이 불선(不善)하고 입[口]의 행이 불선하며 뜻[意]의 행이 불선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괴로운 과보[苦報]를 받느니라.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 몸[身]의 행이 불선하고 입[口]의 행이 불선하며 뜻[意]의 행이 불선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괴로운 과보를 받느니라.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서 몸의 행이 착하고 입과 뜻의 행이 착한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즐거운 과보를 받느니라.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서 몸의 행이 착하고 입과 뜻의 행이 착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즐거운 과보를 받느니라. 

 

바실타야, 찰리 무리들 중 몸으로 두 가지를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하는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느니라.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으로서 몸으로 두 가지를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하는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느니라.

  

바실타야, 찰리종 중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는 자가 있어 7각의(覺意)를 닦으면 오래지 않아 도를 이룰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족성자(族姓子)가 법옷을 입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無上梵行]을 닦아 현재의 법 가운데서 몸소 증득하여, 생사(生死)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다해 마쳐 다시는 뒷세상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서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아 7각의를 닦으면 오래지 않아 도를 이룰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족성자가 법옷을 입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을 닦아 현재의 법 가운데서 몸소 증득하여, 생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다해 마쳐 다시는 뒷세상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니라. 바실타야, 이 네 종성 가운데서 다 명행(明行)을 성취한 아라한[羅漢]이 나올 수 있나니 이 아라한을 다섯 종성 가운데에서 가장 으뜸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범천왕(梵天王)이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중생 중에서는 찰리가 훌륭하니

  능히 종성을 버리고 떠나

  명행(明行)을 성취한 사람이

  세간에서 가장 으뜸이라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이 범천왕은 잘 말한 것이요, 잘못 말한 것이 아니며, 이 범천왕은 잘 받아들인 것[善受]이요, 잘못 받아들인 것이 아니니라. 나는 그 때에 곧 그 말을 인가(印可)했나니, 무슨 까닭인가? 지금의 나 여래ㆍ지진(至眞)도 이 뜻을 말했기 때문이니라.”

 

  중생 중에서는 찰리가 훌륭하니

  능히 종성을 버리고 떠나

  명행을 성취한 사람이

  세간에서 가장 으뜸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법을 연설해 마치시자, 바실타(婆悉?)와 바라타(婆羅墮)는 번뇌가 없는 마음[無漏心]으로 해탈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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