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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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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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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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태형 | 15,000원 | 2017-03-13 | 쪽수 ∙ 324쪽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저작·역자 김태형 정가 15,000원
출간일 2017-03-13 분야 인문
책정보 쪽수 ∙ 324쪽 값 | ISBN ∙ 978-89-98602-40-6 (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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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문재인 vs 이재명 vs 안철수 vs 유승민

시대정신을 실현할 인물은 누구인가?
2017 대선주자 심리분석으로 답하다
저자소개 위로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며 학문의 커튼 뒤로 숨는 일은 전혀 체질이 아닌, 싸우는 심리학자. 병든 사회에 맞서고 인간성 회복을 모색하는 방편으로 심리학의 유용성을 이야기한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열기 속에서 주류 심리학에 대한 실망과 회의로 심리학계를 떠나 한동안 사회운동에 몰두하다가 중년의 나이가 되어 다시 학자의 길로 돌아왔다.
사회운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기의 생생한 경험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해주었고 학문적 견해를 발전시키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오류와 한계를 과감히 비판하고 병든 사회에 맞서 나가기 위한 ‘싸우는 심리학’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
심리학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여 사회를 분석한 작업으로 『싸우는 심리학』, 『불안증폭사회』, 『트라우마 한국사회』 등의 책을 썼고 역사적 실존 인물의 심리를 분석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 『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 등을 저술했다. 이외에도 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 『왜 아직도 프로이트인가?』, 『감정의 안쪽』, 『새로 쓴 심리학』, 『스키너 심리상자 닫기』 등 다수의 책을 썼고 활발한 연구·집필·교육·강의 활동을 통해 그간의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 심리연구소 함께 http://cafe.naver.com/psykimcafe
· 팟캐스트 [주권방송] 김태형의 껍데기는 가라 http://www.podbbang.com/ch/11436
목차 위로
들어가며·왜 대선주자 심리분석이 필요한가

1장. 문재인, 그는 왜 운명을 말하는가
진심으로 정치하기 싫다 / 시대가 그의 등을 떠밀었다 / 동기 부조화와 사회개혁운동 / 고통을 홀로 참는 아이 / 문재인의 삶을 지배하는 두 가지 동기 / 절묘한 타협, 인권변호사 / 착한 사람의 착한 아이 콤플렉스 / 문재인에게 지지율 1위란 / 멍석을 깔아주면 해보겠다 / 네거티브 거부, 갈등이나 싸움은 싫다 /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 누구를 위한 것인가 / 2017년 대선, 이번에는 달라졌을까 / 홀로 링에 선 복서, 그의 고독과 두려움 / 무거운 짐을 진 사나이

2장. 이재명, 나에게는 꿈이 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노동자 출신 정치인 / 출신 계급을 배반하는 심리적 요인 / 가난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가 / 그는 가난이 준 상처를 극복했을까 / “미치겠더라고요” 사회의식에 눈뜨다 / 왜 대권에 도전하는가 / 호소형 정치인 VS 일전불사형 정치인 / 그는 절박하다 고로 싸운다 / 강한 전투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 이재명의 아킬레스건 / ‘나의 행복을 위해’ 대권에 도전한다 / 대권주자로서 이재명의 확장성

3장. 안철수, 내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
건전한 인생관, 시대의 부름에 응하다 / 반항은 너무 힘들어 / 필요한 순간에 지지해주지 않는 부모 / 정치인이 된 모범생 / 드디어 반항을 시작하다 / 권력보다 명예,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4장. 유승민, 권력 실세 밑의 저격수
보수답지 않은 보수 / 반항의 스페셜리스트 / 한 달간 운 고교생 / 그는 부모에게 화가 났을까 / 권위를 향한 통제 불능의 반항심 / 2인자 저격수 체질 / 유승민의 정치 활동 패턴 / 상처를 치유하고 야당으로

5장. 19대 대선과 집단심리, 광장의 민심은 무엇을 요구하나
1. 대선과 시대정신
표면적인 요구와 본질적인 요구 / 부분의 요구와 전체의 요구 / 전면적인 기본소득제 공약의 위력 / 역대 대선에서는 어떤 시대정신이 대두했나
2. 투표의 심리학
합리주의 모델의 한계 / 공포와 이데올로기 수용 / 보수는 진보가 될 수는 있을까 / 한국에서 종북몰이가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 / 종북몰이를 돌파하려면 / 사상의 자유와 파시즘 체제의 청산
3. 시민들은 달라졌다
이제 종북몰이는 안 먹힌다 / 지역주의는 급속히 퇴조할 것이다 / 세대갈등은 약화할 것이다 / 파시스트에게 페어플레이는 없다

부록. 박근혜 심리 분석
인터뷰1 “박근혜는 연산군, 대통령 하기 싫다”(2015년 4월 29일)
인터뷰2 “박근혜, 박정희·전두환보다 더 배신당할 것”(2016년 4월 27일)
인터뷰3 “정신 파괴된 박근혜, 폭주가 두렵다”(2016년 10월 27일)
상세소개 위로
대통령의 이력이나 정책만큼
심리 상태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버렸다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에 이어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국민들은 불통 대통령, 의존적 대통령, 국민과 함께 공감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정치 지도자의 심리적 건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감했다. 정책이나 비전과 별개로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은 국내 최초로 주요 대선 후보들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심리분석은 대권 주자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향후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게 해주며 예견되는 문제점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책을 집필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박근혜는 연산군과 같은 심리, 대통령 하기 싫은 대통령”
“박근혜를 다룰 줄 아는 극소수에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
2015년 4월 진행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내놓은 분석이다. 1년여가 지나고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이 분석이 옮았음이 증명됐고 한동안 빗발치는 인터뷰 요청에 시달렸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 전에 그에 대한 심리분석서를 출간했다면 어땠을까?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었을지 모른다. 2017년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심리분석을 진행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 때문이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정치 지도자 심리분석의 실전 활용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올라간다. CIA의 전신인 미국의 전략사무국(OSS)은 심리학자 월터 랑거 박사에게 히틀러의 심리분석을 의뢰했다. 랑거 박사는 히틀러의 책, 연설, 기사 등에 기초해서 분석 보고서를 제출했고 그 내용은 전후 25년이나 극비문서로 묶여 있었다. 보고서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수동적인 어머니가 히틀러의 독특한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고 18세 때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은 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국가를 광적으로 숭배하는 집착 성향을 발전시켰다고 분석했다. 랑거 박사는 또 히틀러에게는 귀속 집착과 함께 극단을 오가는 가학 및 피학 심리가 섞여 있으며 이런 유형의 인물이 위기에 몰리면 극적인 자살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는데, 이는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한국은 범죄 수사에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한 경험조차 매우 짧다. 심리분석의 활용 수준이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대선은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성이 높은 반면 국민들이 후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기간은 매우 짧다. 대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나온 이 책은 공약과 정책, 진영 논리 위주였던 그간의 대통령 후보 판단 기준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시대적 목표와 내적 동기의 일치
건강한 정치 지도자 심리의 기본 조건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은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성장 과정과 정치 궤적을 통해 어느 후보가 시대적 소명에 부합하고 사회적 과제 해결에 적합한 심리를 가졌는지 날카롭게 묻고 분석한다. 우선 각 후보들의 정신 건강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누가 나에게 이들을 친구로 사귀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 친구로 사귀세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들은 이웃 혹은 친구로는 우리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을 좋은 사람들이다. 아니, 오히려 도움을 줄 사람들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으로 살 때에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마음의 상처일지라도, 그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오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7쪽

이런 전제 아래, 각 후보들에 대한 분석을 매우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문재인,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전형”
저자는 문재인이 2012년 대선에서 그야말로 등 떠밀려 대권주자로 나서야 했던, 한국 역사에 전무후무한 후보였다고 본다. 과거 문재인은 정치 참여조차 한사코 완강히 거부했다. 2004년 2월 민정수석을 사퇴할 때도, 노무현 대통령 퇴임으로 비서실장직을 마칠 때도 그는 늘 ‘자유’와 ‘해방’을 외쳤다.

2012년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상당수 사람들이 문재인에게서는 절박함이나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과녁을 빗나간 불만이나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대권에 도전하기 싫은 사람을 등 떠밀어 대권주자로 내세우는 경우 그에게서 절박함이나 열정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훗날 문재인은 “적어도 대통령이 되려는 열정이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
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그런 문제점을 드러냈음을 인정했다. -29쪽

저자는 문재인의 이러한 성향을 ‘동기 부조화’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즉 인권변호사로 사회에 참여해온 의식적 동기 이면에, 고통을 홀로 참으며 성장한 어린 시절의 각인으로 인해 세속적 출세를 부모의 사랑을 획득하는 길이라고 여겨온 무의식적 동기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변호사 활동은 이 동기 부조화의 절묘한 타협책이다. 문재인은 항상 이처럼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 운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한계를 그은 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노무현이라는 거인과의 만남, 그의 대통령 당선과 서거 등으로 인해 운명적으로 문재인은 스스로 그어놓은 선을 넘어야 했다.
많은 이들이 인정하듯이 문재인은 매우 선량한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에서 백원우 의원이 헌화 중인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고함을 쳤을 때도 영결식이 끝나자 대통령에게 사과를 했다. 문재인의 선량함의 예는 끝이 없는데, 저자는 이런 선량함에서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읽어낸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귀결로 문재인은 욕먹는 일을 아주 싫어하고 두려워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것은 곧 누구에게도 욕먹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12 대선에서 여당과 박근혜 측의 저열한 공세에도 결벽증적으로 네거티브 싸움을 회피한 것은 이런 성향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갈등과 싸움을 싫어하는 성향은 문재인의 전투력을 저하시킨 큰 원인 중 하나였다.
2012년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쏟아진 높은 지지는 2017 대선에 문재인이 다시 후보로 나서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다. 문재인은 자신에게 준 사랑에는 꼭 보답하려는 심리를 지녔기에 이번 선거는 2012년과 사정이 꽤 다를 것으로 저자는 내다본다. 그럼에도 국민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마치 부모를 위해 억지로 공부하는 수험생의 심리와 유사하다. 쏟아지는 관중들의 환호를 등에 업은 채 홀로 강적과 싸우러 링에 오르는 선수의 고독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에서 예견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문재인은 지지율 변동과 사회적 압력에 취약하다. 지지율이 높으면 비교적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심하게 변동하면 심리적 안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압력이나 비난을 심하게 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문재인이 대권주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국민적 지지가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문재인은 또한 측근 혹은 참모들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질 위험이 있다. 그는 대권 도전 동기가 타 대선주자들에 비해 약한데다 정치를 수동적이고 피동적으로 해온 습관을 가지고 있다. -81쪽

저자는 문재인의 대권 도전이 본인에게도 나라에도 좋은 일이 되려면, 그가 하루빨리 어중간한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한다.

# 이재명, “절박하다 고로 싸운다”
이재명은 2017년 1월 23일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의 오리엔트 시계 공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것이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만 지닌 것은 아니다. 이재명은 흙수저가 아니라 무수저 출신이고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주류적인 정치인이다. 노무현의 후광과는 무관한 정치인이면서도 노무현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정치인들보다 이재명이 훨씬 더 노무현과 유사하다.
저자가 놀란 것은 출마 선언에서 이재명이 “저는 저의 행복을 위해 싸웠을 뿐”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국민과 상당한 일체감을 느끼는 정치인일 때 가능하다. 흔히 노동자나 가난한 서민 출신이면서도 계급 배반적인 행태를 보이는 인물들이 많다. 계급 배반을 초래하는 심리적 요인은 무엇보다 ‘자기 혐오’이다. 대표적인 정치인이 이명박이다. 그는 가난한 과거를 정치 홍보에 적극 내세웠지만, 가난한 시절에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고 출세 후 가난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자기 혐오 감정을 용산 참사 등 국정 곳곳에서 드러냈다. 이재명이 가난이 준 상처를 극복했는가 여부는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서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은 싸움꾼으로 인정받고 있고 스스로도 그러한 훈장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재명의 아킬레스건은 거칠고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인데 이는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에 행복을 느끼고 당당하기 때문이다. 소년 노동자 시절 많이 맞고 지냈던 이재명은 우리 국민의 모습에서 ‘많이 맞은 사람의 표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현재 대중들의 심리 상태에서 많이 맞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이상한 표정 같은 그런 게 느껴져요.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는데, 맞고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 있어요. 뭔가 자신감 없고 두려워하고 그런. 전 사회적으로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139쪽

이번 대선 도전은 국민들의 얼굴에서 맞은 사람의 표정을 지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재명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표현한 바 ‘참혹한 기억의 공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 안철수, “삶의 흔적이 중요한 승부사”
안철수는 모범적인 지식인의 전형이고 ‘바른생활 사나이’다. 그런 그가 왜 체질에도 맞지 않는 정치를 굳이 하려는 것일까? ‘시대의 부름에 화답한 건전한 인생관’의 좋은 예만 같은 안철수에게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명예욕’이다. 정치인은 일반적으로 권력 욕구가 강한데 비해 안철수는 명예에 대한 욕구가 훨씬 높다.
일반적으로 명예욕이란 아동기적 인정 욕구의 성인 버전이다. 안철수는 승부욕 혹은 승벽이 강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역시 명예욕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성격이 지는 싸움은 피하도록 만든다. 다소 과도한 승부욕이 싸움을 지레 피하게 만든다는 아이러니가 그에게 존재한다.

대체로 안철수는 입을 꾹 다문 긴장된 얼굴 표정을 하고 있다. 그가 아주 편안한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면서 정치를 하게 된다면 안철수에게도, 국가에도 큰 득이 될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안철수는 세상에다 자신의 삶의 흔적을 남겨야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바로 안철수가 진짜 새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날이 아닐까. -177쪽

# 유승민, “반항의 스나이퍼”
보수답지 않은 보수, “원조 친박 맞고요... 그거는 정치하는 끝까지 따라다닐 겁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유승민은 이재명과는 정반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주류 정치인이다. 하지만 양지를 지향하는 일반적인 보수 정치인과 달리 유승민은 반항의 아이콘이 되다시피 했다. 왜 그런 것일까?
KDI 연구위원 시절, 유승민은 방한한 클린턴 대통령 면전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직장에서 쫓겨났다. 훗날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리는 물론이고 당에서도 쫓겨나는 상황에 몰려 탈당했다. 이런 유승민의 반항기는 성장 과정에서부터 배태된 것이다.


짐작컨대, 유승민이 가장 즐거워하는 상황은 아마도 권력 실세의 2인자가 되어 상대편 권력 실세를 공격하는 저격수로 활동할 때가 아닐까. 권력 실세의 2인자가 된다는 것은 (부모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을, 상대편 권력 실세를 공격하는 것은 (부모에게) 반항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2인자 저격수가 되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은 유승민에게는 꿩 먹고 알 먹는 일이 될 수 있다. -201쪽

저자는 한 인간의 성숙 과정에서 작든 크든 반항은 필수이지만, 문제는 반항을 통해 상처를 극복했느냐의 여부라고 말한다. 상처가 극복되지 않으면, 통제 불가능한 반항심이 남게 되고 이것은 패턴처럼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

박근혜를 뽑았고, 다시 그를 끌어내린
국민들의 집단심리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저자의 인물 심리분석의 정확도와 예측력은 이미 수차례 검증된 바 있다. 탄핵 사태 훨씬 이전인 2015년 4월 박근혜가 연산군과 유사한 의존 심리와 불안감,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성향을 지녀, 소수 비선 세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간파했다. 또한 2016년 4.13총선 직후에는 박근혜의 심리가 이미 자폐증 수준으로 전락했고 집권세력과 지지층이 박근혜를 버릴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모두 이후 과정에서 하나씩 입증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특유의 인물 분석과 함께 새 대통령 선택을 앞둔 국민들의 집단심리에 대해서도 상술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켰던 우리 사회의 집단심리는 무엇이었을까, 그러한 심리는 촛불항쟁을 통해 어떻게 변화했을까. 냉탕과 온탕을 오가듯이 급변한 국민들의 마음에 자리잡은 본질적인 요구는 무엇일까. 어쩌면 이는 대선 후보들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저자는 직전 두 차례의 대선에서 보수가 승리한 데에는 국민들의 본질적 요구와 표면적 요구를 혼동한 개혁 세력의 착오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돈이 없고 괄시와 차별을 받은 사람들이 돈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표면적인 요구일 뿐이다. 그들의 마음 깊은 곳을 흐르는 것은 공정한 사회에서 인간다운 존중을 받으며 살고 싶은 지향이다. 본질적 요구를 놓치고 표면적 요구를 반영한 정책과 선거전에 매달리면 유권자들은 비슷비슷한 후보 중 더 세 보이는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책속으로 위로
나는 정치적으로 중립이 아니며, 중립을 지키고 싶지도 없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한 줌도 되지 않는 극우 세력이 아니라 절대 다수 국민의 편에 서서 학문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9쪽

문재인은 강렬한 국민적 요구와 지지로 인해 대권주자로 나서겠다는 결심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권 도전,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 참여를 싫어했다. 즉 문재인은 호랑이등에서 내릴 수 없게 되어 대권 도전을 결심했지만, 여전히 대통령 되기를 싫어했고 자신이 대권주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28쪽

집에 어른들이 없어서 어린 문재인이 혼자 치료를 한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그가 다친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다친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을 텐데,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문재인도 이상하고 자식이 손을 다친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던 부모도 이상하다. 어린 문재인은 왜 다친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을까? -33쪽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사회개혁 동기와 출세 동기가 표면적인 문재인의 두 가지 동기이다. 그가 지금까지도 이 두 가지 동기의 실현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대선주자로 나선 후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때를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로 꼽은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여기에서 사법시험 합격은 출세 동기를,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사회개혁 동기를 대변한다. -43쪽

사랑은 갚을 필요가 없지만 빚은 갚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문재인의 2017년 대권 도전은 크나큰 감동 반, 빚쟁이 심리 반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에게 국민적 지지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적어도 무의식적으로는) 사랑받기 열망이 강한 문재인은 국민적 지지가 있으면 행복하겠지만, 국민적 지지가 없으면 불행해질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의 대권 의지는 국민적 지지 정도에 정비례할 수밖에 없다. -59쪽

나에게 이 장면은 마치 지금의 문재인이 처한 상황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지금 문재인이 지고 있는 짐은 그가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워 보인다. 그렇다고 선뜻 짐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부디 문재인이 이번의 대권 도전을 고난과 고통으로 기억하면서 후회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83쪽

이재명은 기본적인 심리가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청년기 이전까지 노동자였고, 그의 가족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노동자요 서민층이다. 이것이 그가 대선에 출마하는 시점까지도 일반 국민과의 일체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객관적인 기초로 작용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96쪽

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더라도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 아이는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자신을 귀중히 여기듯이 자기도 스스로를 귀중하게 여기게 되고 그 결과 자기를 긍정하고 사랑하게 된다.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 자기사랑의 결정적인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104쪽

그는 감정이나 생각을 절제하거나 한번 걸러서 표현하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 이재명은 분에 못 이기면 의사당에서 통곡을 하고 성질이 나면 욕을 하며, 자기 생각을 즉각적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는 것인데, 이런 정치인은 거의 없기 때문에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가볍다거나 거칠게 느껴질 수 있다. -129쪽

과거에 대권에 도전했던 정주영이나 문국현 같은 기업가 출신 대권주자들은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는 아예 정계 은퇴를 했지만, 같은 기업가 출신 정치인인 안철수는 대권 도전에 실패한 후에도 정계를 떠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당을 창당했고, 2017년 대선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145쪽

안철수의 건전한 인생관에 비추어볼 때, 시대적 요구가 강력하면 그가 정치에 입문할 것이라고 예측해도 무방할 것이다. 시대적 요구란 곧 집단이나 공동체의 요구이므로 개인보다 집단을 더 중시하는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 안철수라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실제로 그는 결단을 내릴 때 ‘사회의 긍정적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서, “사회발전의 도구로 쓰인다면 정치도 감당할 수 있다.”라고 말해왔다. -150쪽

안철수에게 반항할 만한 힘이 없었던 청년기 이전까지는 안철수의 반항 동기가 억압되어 있어서 인정 동기가 전면화했다. 따라서 이 시기 안철수의 삶은 비교적 단순했다. 그는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모범생이 되었고 열심히 공부했다. 안철수에게 반항할 만한 힘이 생겨 반항 동기가 부상하면서 인정 동기와 갈등을 빚기 시작하자 안철수의 삶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169쪽

실제로 그는 극우 세력으로부터는 욕을 아주 많이 먹었던 반면, 개혁 세력으로부터는 종종 박수를 받기도 했다. 유승민은 기존의 극우 정당 정치인과는 크게 차별화되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신 있는 정치인, 합리적 보수’라고 칭찬하고,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배신자, 기회주의자’라고 손가락질한다. 과연 유승민의 정체는 무엇일까 -184쪽

비록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유승민은 소위 ‘개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한때 비박계의 좌장을 자처하던 김무성은 박근혜와 부딪힐 때마다 덩치 값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항복했다. 반면에 유승민은 박근혜한테 쫓겨나면 쫓겨나지 절대로 머리 숙이려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예전부터 주변 눈치 안 보고 자기 할 말 다 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190쪽

유승민은 부모에게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반항하면서 자라난 사람이 아니다. 한마디로 그의 에너지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승민은 어떤 권위를 등에 업을 때에는 힘이 날 것이지만, 고립되면 금방 풀이 죽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그가 일인자인 대통령이 되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할 것임을 시사해준다. -203쪽

이처럼 사회적 연대가 약하다는 것은 특정한 사회집단에게 이익이 되는 공약에 나머지 사회집단이 박수를 쳐주기보다는 배 아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소 거칠게 말하면, 택시 기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을 버스 기사들은 싫어할 수 있고, 노인 세대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을 청년 세대는 반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216쪽

나는 극소수 상류층이 보통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을 ‘수직적 무시’, 보통 사람들이 이웃을 무시하는 것을 ‘수평적 무시’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80년대 이전까지의 한국 사회에는 수직적 무시는 있었지만 수평적 무시는 거의 없었다. 반면 9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에는 두 가지 무시가 다 존재한다. -224쪽

이것이 공동체의 역할이다. 즉, 스트레스 해소를 도와 상처를 치유해주고,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집단행동을 통해 사회변혁의 에너지로 분출시킬 수 있게 돕는다. 이런 점에서 1990년대 이후 공동체가 붕괴한 것이야말로 사람들의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국민의 사회변혁 능력을 파탄시키는 원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230쪽

병적인 사회에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선택하지 못한다. 정신 건강이 나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무엇에 기초해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일까? 가장 대표적이고 결정적인 것은 ‘공포’다. -237쪽

촛불이 맹위를 떨칠 때, 박근혜 지지율이 5퍼센트 선까지 떨어진 것으로 미루어볼 때, 30퍼센트의 보수 중에서 양성 보수를 대략 20~25퍼센트 정도로 추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민주항쟁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세상이 바뀌기 시작하면 보수의 족쇄를 끊고 정치적 성향을 아예 바꿀 가능성이 있다. -242쪽

색깔 공격이나 종북몰이에도 겁을 먹지 않고 오히려 극우 세력을 거세게 밀어붙였던 노무현은 2002년의 대선에서 5060세대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지지를 받았다. 특히 보수의 표밭으로 간주되었던 50대는 절반 정도가 보수에서 이탈해 노무현을 지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반면에 2012년의 대선에서 보수 코스프레로 종북몰이를 극복해보려고 시도했던 문재인은 5060세대에서 노무현보다 훨씬 못한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특히 50대로부터는 37.4퍼센트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246쪽

심리적 유착이란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정을 줌으로써 그와 심리적으로 떨어질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지도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 역시 심리적으로는 정을 주는 것이므로 정치적 지지도 유착으로 이어진다. 정을 주는 것과 심리적 유착은 정비례 관계이다. 정을 많이 주면 그만큼 심리적 유착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경북 출신인 박정희나 전두환이 정치를 잘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지를 하더라도 일단 지지를 하기 시작하면 심리적 유착관계가 형성되므로 정치 성향을 바꾸기 어려워진다. -260쪽

2007년 대선은 돈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여기에 노무현 정권의 실정(失政)이 겹치면서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이때 극우 보수 세력은 정권 재창출용으로 박근혜라는 카드를 요긴하게 썼고, 또 성공했다. -273쪽

일반적으로 비판 수용을 잘하는 사람은 내면이 센 사람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못하는 사람은 내면이 약한 사람이다. 비판을 받아들이면 스스로 무너질까, 두려워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연히 후자다. 선거 결과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아가 약한, 마음에 기둥이나 힘이 전혀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앞으로 점점 더 인식이 왜곡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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