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페미니즘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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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페미니즘과 리더십
  • 본각・조은수 외
  • 승인 2016.09.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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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페미니즘과 리더십
저작·역자 본각・조은수・텐진 빠모 외 34인,샤카디타 코리아 정가 23,000원
출간일 2016-08-30 분야 수행
책정보 불교여성, 자비와 지혜로 세계의 중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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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로
페미니즘이 불교 페미니즘에게 길을 묻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부처님은 말했다.
정신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다고 말한 부처님은
세상의 첫 번째 페미니스트이다.
차별과 편견을 넘어 공존과 조화로움을 꿈꾸는
여성 불교인이 의지하는 사상적 토대는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저자소개 위로
본각 스님 –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금륜사 주지, 한국비구니연구소 소장,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이사, 전국비구니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불교학을 가르치는 학자이자 한국불교 비구니계의 지도자로서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의 불교 교육문제, 비구니 수계문제, 인권과 환경문제 등에 대해 국제적인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

조은수 –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규장각 국제한국학센터 초대 소장,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지역 세계기록문화유산 출판소위원회 의장,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였고, 2013~2015년 불교학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텐진 빠모 – 샤카디타 인터내셔널 회장.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서 1964년 20세 때 정신적인 구도의 길을 찾아 인도로 건너가 티베트 스님 제8대 캄툴 린포체를 만났고, 서양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티베트 비구니가 되었다. 12년간 히말라야 동굴에서 은둔 수행한 감동적 이야기가 『Cave in the Snow』라는 제목으로 엮어져 나왔다(한국에서는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음).

그 외 저자 (차례순)
수잔 므로직 | 미국 마운트 홀리요크대학 종교학과 부교수
비구니 수니티 | ‘전(全) 인도 비구니 승가’ 사무국장
아야 산티니 | 인도네시아 반둥 근처 렘방 지역 ‘위즈마 쿠살라야니’ 사원 주지
타쉬 장모 | 부탄의 수도 팀푸에 있는 ‘부탄여승재단’ 사무총장
비구니 담마난다 | 태국의 나콘빠톰에 위치한 송담마 칼리야니 사원 주지
제쭌마 텐진 빠모 | 샤카디타 인터내셔널 회장, 국제불교연합(IBC)의 최고위원회 위원
마오 루징 스님 | 태국 마하쭐랄롱꼰 라자비디아라야대학교 박사과정 수료
리위전李玉珍 | 대만국립정치대학 종교연구연구소 부교수
석(釋) 꾸어시앙 | 대만 쑤저우대학 영문과 졸업, 1980년 출가
아이코 미즈노 | 일본 재가 불자 단체 ‘재가 불교 마음회’ 회원
바이니타 아그로월 | 작가, 2015년 아난다 만디르에서 수여하는 가야트리 가마쉬 상 수상
아야 담마난다 | 베트남 테라바다 여성수행자를 위한 ‘케마라마’에서 젊은 여승들 교육
비구 벨리겔 담마조티 | 스리랑카 루후나대학 팔리불교학과 전임강사
바네사 R. 사쏜 | 캐나다 마리아노폴리스대학 종교학 교수
카렌 C. 랭 |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불교학 교수
본각 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비구니, 중앙승가대 교수,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
루팔리 모카쉬 | 인도 R. K. T. College of Arts, Commerce and Science 역사학과 부교수
캐롤 L. 윈클만 | 미국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자비에르대학 언어학 교수
효준 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비구니, 제천 자광사 총무
비구 수자토 | 현재 대만에 주석하면서 팔리 니까야를 번역 중
앨리슨 굿윈 | 저술가, 교육자, 번역자
엠마 토말린 | 영국 리즈대학 종교학과 전임강사
캐롤린 스타키 | 영국 리즈대학 ‘종교와 공공의 삶’ 연구소 연구원
조은수 | 서울대 철학과 교수,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
리타 그로스 |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오클레어 캠퍼스 비교종교학과 명예교수. 2015년 타계
아드리엔 코크란 | 미국 그린 리버 커뮤니티칼리지 철학과 강사
카르마 렉셰 쏘모 | 미국 샌디에고대학 불교학 교수
베스 골드링 | 베트남 프놈펜에서 위파사나 강사
란자니 드 실바 | 스리랑카의 콜롬보 ‘샤카디타 교육 명상센터’ 설립자
로비나 컬틴 | 티베트 불교 겔룩파 비구니
테레사 I. 시빌리 | 미국 조지아 주 교도소 ‘인식기반 자비훈련법’ 강사
수엘린 세메코스키 | 예술가, 예술치료가, 임상치료사, 시카고 소재 예술대학교 부교수
리사 바타글리아 | 미국 알라바마 주 샘포드 대학 종교학 부교수
쿨라버 프라파폰피파 | 전 태국 창마이대학 여성학 연구소 연구원
석(釋) 츠우안화(傳法) | 대만의 비구니, 국립정치대학교 종교학과 박사과정
석(釋) 지엔어(見額) | 대만 타이쭝 푸카이 명상센터 주지
효석 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비구니, 봉녕사 승가대 부교수
목차 위로
제1부 세계의 비구니 승가
01 “비구니스님, 사랑합니다!” | 수잔 므로직
02 인도 비구니 수계의 혜택과 장벽 | 비구니 수니티
03 인도네시아 비구니 승가 건립의 장애와 기회 | 아야 산티니
04 출가 여성 교육의 중요성 | 타쉬 장모
05 네팔 비구니 승가 건립의 고충 | 비구니 담마난다
06 잊혀진 승가: 히말라야 바깥의 티베트불교 | 제쭌마 텐진 빠모
07 푸젠 지역의 비구니 교육: 민남비구니불교대학의 사례 | 마 오 루징 스님
08 보이지 않는 계승자 | 리위전
09 대만 비구니스님은 어떻게 성장하였나 | 석(釋) 꾸어시앙
10 재가 불자에게 미치는 일본식 봉건제도의 잔재 | 아이코 미즈노
11 국가를 초월한 비구니운동 | 바이니타 아그로월

제2부 붓다의 딸을 위한 여성 리더십
12 불교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본 해탈 | 아야 담마난다
13 『쭐라웨달라경』의 중요성: 비구니 담마딘나의 설법 | 벨리겔 담마조티 비구
14 부처님 일대기에 나타난 사랑과 상실의 교훈 | 바네사 사쏜
15 부처님의 첫 여성 제자 이야기 속에 나타난 치유력 | 카렌 C. 랭
16 여성 수행의 의미와 가치: 경전 자료를 중심으로 | 본각 스님
17 고대 인도불교의 역사 속 우바이의 지위 | 루팔리 모카쉬
18 떠오르는 여성 불자의 리더십: 신성과 불경의 교차점 | 캐롤 윈클만
19 당신은 보살입니다 | 효준 스님
20 상상 속의 여성 출가자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 | 비구 수자토
21 여성과 타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 전환하기 | 앨리슨 굿윈
22 젠더, 불교, 그리고 교육: 상좌부 전통과 사회변혁 | 엠마 토말린・캐롤린 스타키
23 여성의 리더십과 불교의 무아설 | 조은수
24 여자로 태어나는 것은 장애인가? | 리타 그로스
25 노년을 찬미하며 | 제쭌마 텐진 빠모

제3부 현대사회의 문제와 자비의 고요한 실천
26 불도의 측면에서 본 자비에 대한 고찰 | 아드리엔 코크란
27 불교윤리학과 사회정의 | 카르마 렉셰 쏘모
28 캄보디아의 AIDS 환자구호 | 베스 골드링
29 교도소에서 법을 가르치다 | 란자니 드 실바
30 재소자들과 함께 | 로비나 컬틴
31 자비를 통한 회복의 길 찾기 | 테레사 시빌리
32 걷기명상과 영적 순례 | 수엘린 세메코스키
33 립스틱을 바른 불자와 법의 디바 | 리사 바타글리아
34 태국불교계의 성적소수자 | 쿨라버 프라파폰피파
35 대만 비구니가 펼치는 동물보호운동 | 석(釋) 츠우안화
36 노동 선(禪): 해탈을 지향하는 이민 여성 불자의 길 | 석(釋) 지엔어
37 현대 한국불교 승가에서 승려들의 역할의 재편성과 자비 실천의 개인 사례 | 효석 스님
상세소개 위로
여성 불교수행자들의
연대와 실천에 관한 37편의 이야기
‘샤카디타 인터내셔널(Sakyadhita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Buddhist Women)’은 세계최대 불교여성단체이다. 샤카디타는 ‘붓다의 딸들’이라는 뜻이다. 1987년 2월 인도 보드가야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부처님 법에서 여성과 관련된 특별한 여러 이슈들에 대해 논의할 길을 열어보자는 목적으로 창립되었다.
현재 세계 45개 회원국이 활동 중이다. 1987년 인도대회를 시작으로 2년에 한 번씩 태국, 스리랑카, 라닥, 캄보디아, 네팔, 타이완, 한국, 말레이시아, 미국 등에서 세계의 여성 불교인들이 모여 불교와 여성 관련 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회, 각종 퍼포먼스를 연다. 이를 통하여 전 세계 불교 여성들의 깨달음, 화합 그리고 자비행을 실천한다.

이 책에 모인 37편의 소논문들은 2011년 태국 방콕 대회부터 2015년까지 열린 ‘샤카디타 인터내셔널 세계불교여성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중에서 선별한 것이다. 이 논문들에는 세계의 모든 불교 종파와 여러 전통을 아우르며, 무엇보다 불평등한 여건 속에서 수행과 자비를 동시에 실천하는 여성들의 사례가 자세하게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진정한 연대와 공존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지혜’와 ‘자비’를 상징하는 여성적 영성이야말로 진정한 불교 페미니즘의 모토임을 되새긴다. 보이지 않는 위계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 불교인들, 그들이 차별 없는 ‘공존과 상생’이라는 같은 꿈을 꾸는 현대의 페미니즘에게 조용히 말을 건다.

차별과 권위적인 위계 속에서
여성 불교인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페미니즘’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가부장제 사회의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와 다양한 방법으로 싸워 왔다. 오늘날 세계의 여성운동은 종교의 정체성 문제, 사회 계층 문제, 교육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불교의 경우, 전 세계적인 불교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 불교의 전통과 불교계 안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억압적 성차별에 대한 비판적 대화가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불교 안의 불평등 문제의 핵심은, 경전과 교리를 내세워 차별을 당연시하는 것, 그리고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데 있다. 종교 밖의 페미니즘이 차별을 당연시한 수많은 ‘상식’을 깨뜨리며 발전했듯이, 종교 안에서도 먼저 여성이 불평등과 억압적 성차별을 야기하는 ‘종교적 상식’과 맞설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여성 불교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 상식과 맞서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1부 ‘세계의 비구니 승가’는 현대 여성 출가자들의 활동을 나라별로 소개한다. 특히 비구니가 없는 아시아 불교국가들과 서구 불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구니 승단 복원 운동을 자세히 밝힌다. 왜 수천 년 동안 비구니(여성 출가자) 승단이 존립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고찰,그리고 비구니 승단 복원의 원동력인 여성들의 ‘연대’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부처님 시대에 대애도(大愛道, Mahāprajāpatī, 부처님의 양어머니)라는 최초의 여성 출가자가 있었다. 이후 수많은 여성들이 비구니의 길을 따랐지만, 현재 한국・대만・베트남을 제외한 동남아 국가에서 비구니는 인정되지 않거나 극히 일부에서만 받아들여진다. 여성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역할은 ‘어머니’로 살도록 고착되어 있었고,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이에 따른 지식과 조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동남아시아에서 비구니 승단이 조직된 것은 1998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세계 불교 여성들이 힘을 모아 인도 보드가야에서 ‘감격적인’ 대규모 비구니 수계식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동남아에서 비구니는 꾸준히 늘어 가는 추세이다.
‘깨어난’ 여성이 쟁취한 것은 단지 ‘비구니’라는 자리만이 아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영적 성취는 성별이나 부, 학력의 정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 있다. 성별에 대한 잘못된 견해가 마음에 단단하게 남아 있다면, 깨달음 혹은 영적 성취는 실로 멀기만 한 일이다. 즉, 여성의 깨어남은 곧 깨달음에 이르는 바른 길을 터득한 셈이 되는 것이다.
세계의 페미니즘이 다양한 방법으로 종교의 불평등과 억압적 성차별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비구니 승가를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셨던 당시의 모습으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들은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지혜 따위란 보잘 것 없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마라(마귀, 나쁜 기운)에게 답한 소마 장로니의 게송을 소개한다.


여성이라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마음을 충분히 집중하고 있다면
지혜가 끊임없이 흐른다면
법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다면.

나는 여성이다 혹은 나는 남성이다
혹은 나는 그 무엇이다,
이런 생각이 일어나는 사람만이
마라의 상대가 될 것이다.

붓다의 딸들,
모여서 함께 실천하고 함께 깨달음에 이르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불교는 남성 지향적이고 가부장적인 경향이 짙다. 그로 인해 여성들은 자주 무시되고, 비하되고, 권한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불교 교리는 어떤 종교보다 양성 평등적이다. 초기 불전에 나타나는 부처님의 남녀평등에 관한 발언과 선구적 여성들의 자취가 그 증거이다. 여성에 대한 각종 편견을 담은 담론이 불교계에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지금, 경전을 해석하는 데 부처님의 깊은 가르침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불교 경전은 거의 2천여 년의 시간을 거쳐 편찬되어 왔다. 이 점을 감안하면 경전의 어느 한 부분만을 확대하여 강조하기보다 부처님의 사상을 아우르는 큰 틀에서 바라보는 것이 올바른 경전 해석일 것이다.
2부 ‘붓다의 딸을 위한 여성 리더십’에서는 여성주의의 시각에서 불교를 재해석하고,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온 성차별적 담론이 경전의 잘못된 해석에 있음을 밝힌다. 특히 몇몇 논문은 초기불교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여성 수행자의 삶을 조명하는데, 그 시작은 1930년 영국의 여성 불교학자 호너(I. Horner)가 『초기불교의 여성-재가 여성과 출가 여성』를 발표하면서다. 이 논문에서 호너는 테리가타의 여성 장로들의 시를 소개하고, 초기불전 속 여성 수행자들의 깨어 있음과 실천적 삶을 찬양한다. 이를 기점으로 서구의 여성들과 불교인들은 불교 속의 여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발전시켜 왔으며, 서구의 불교가 여성주의적 관점의 틀 속에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변화’는 기초부터 시작해야 함을 일깨워 주는 사례이다. 우리가 ‘객관적’이라 믿고 있던 사실에 대한 의심, 변화는 거기에서 시작된다. 이런 움직임에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을 향해 미국의 비교종교학자 리타 그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비판적 지성으로 사유해 낸 결론을 다른 사람들이 듣기 싫어하고 화를 낸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다른 사람들이 듣고 기분 나빠 한다든지 또는 사람들은 기분 나쁜 사실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런 증오의 감정 없이 자신의 통찰력을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억눌러서는 안 되고 그렇게 강요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는 불교의 가르침을 젠더의 시각으로 채색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불교의 성차별적인 경향, 여성혐오, 남성 우위를 지적하면서 얼마나 유해한지를 보였을 때 내가 불교를 젠더화한다고 비난했다. 그러한 비난에 대응할 단 하나의 길은 오래전 불교의 제도가 남성을 더 우위에 두었을 때부터 불교의 가르침은 이미 젠더화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길밖에 없다.”


“종교는 발전한다”
비구니 승가의 인본주의적 불교의 구현
인본주의적 불교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불교와 비구니 승가의 힘을 키워 줄 의미심장한 요소는 바로 종교를 ‘조화’와 ‘발전’이라는 개념과 같이 놓고 보는 것이다. 비구니 승가는 비구 승가 이상으로 사회봉사 및 자선사업 기관으로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특히 대만과 스리랑카 비구니 승가의 경우 병원과 학교, 자선기관, 언론 매체의 설립과 같은 세속적인 문제들은 물론 환경보호, 핵발전소 반대, 부패와 도박 청산과 같은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차별을 넘어 평등으로, 차이를 넘어 공존으로, 충돌을 넘어 조화로움으로, 고통을 넘어 행복으로 가는 것이야말로 남녀를 넘어선 인간 삶의 지향점이다.
3부 ‘현대사회의 문제와 자비의 고요한 실천’에서는 그동안 조용한 실천 봉사자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그들의 모습과 활동을 감추어 왔던 여성 불자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여기에 수록된 열두 편의 논문들은 사회의 곳곳에서 활약하고 자비행을 행하는 씩씩한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성적 소수자와 재소자, 이민여성, 장애인, 에이즈 환자, 동물 학대 등 무관심과 차별 속에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권익 활동은 다양하고 폭넓다. 좌선과 걷기 명상을 함께 하기도 하고 불교 교리를 함께 공부하며 고통을 다스리고 견디는 법을 터득한다. 이것은 일방적인 베풂이 아니다. 서로 주고받는 연민과 자비의 수행이다. 인간의 고통, 인간을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깊은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 이 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존재하고, 억압받고 고통 받는 이들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봉녕사 승가대 효석 스님의 말에서 그 답을 찾는다.

우리 수행자들은 열심히 수행하여 아주 튼튼한 뗏목이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한 명을 겨우 태울 수 있는 뗏목이겠지만, 점점 더 튼튼해져서 두 명, 세 명, 네 명, 나중에는 백 명, 이백 명도 태울 수 있는 커다란 뗏목이 되어야 한다. 꾸준한 수행으로 큰 뗏목이 되어, 중생들을 열반의 언덕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불교수행자들의 역할이며, 자비의 실천인 것이다.
책속으로 위로
서구의 여성들과 불교인들은 ‘불교 속의 여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학문적 관심을 일찍부터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에 반응하여 이제 세계의 여성들은, 불교의 선진적 여성관을 높이 평가하며 불교의 여성주의적 시각과 여성의 수행 문화, 그리고 그들이 이룬 문화적 사상적 성과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서구의 불교는 여성주의적 관점의 틀 속에서 성장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 그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왜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는지 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서문’ 중에서)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우리의 영적 삶과 수행을 위해 필요한 힘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여성들이 함께 모이는 것은 삶의 본성에 대한 더 큰 이해를 얻을 기회, 낭비되어서는 안 되는 기회이다. (-3. ‘인도네시아 비구니 승가 건립의 장애와 기회’ 중에서)

오늘날 불교기관들은 기관의 권위를 이용하여 비구에게 힘을 실어 준다. 이 때문에 비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시 되고 그들이 일군 업적이 사원과 승가의 이익에 유익하다고 간주된다. 반면 영향력 있는 여성은 이런 기관들로부터 주변인으로 취급당하기 쉽기에, 결국 다른 경로를 통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인정을 받아야 한다. 여성의 능력은 기관의 힘으로 간주되기보다 개인 능력으로 간주되기 일쑤이다. 반면 여성이 여성을 가르치거나 여성의 일에 관한 결정을 하거나 공헌을 하는 것은 여성의 영역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어, 여성이 이룬 성취는 한 여성의 개인적인 성취로 취급되고 만다. 이에 따라 여성의 경험과 자원은 다음 세대 여성에게 체계적으로 전해질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8. ‘보이지 않는 계승자’ 중에서)

오늘날 전 세계에 걸쳐 페미니즘이 다양한 방법으로 종교의 가부장적인 요소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운동에서는 전통 종교의 핵심가치를 페미니스트들의 생각과 일치하도록 종교계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인 불교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의 대화는 불교의 전통과 불교계 안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억압적 성차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 논문은 불교 전통이나 국가를 넘어서서 여성으로 하여금 완전한 수계를 가능케 하려는 초국가적 움직임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수계가 깨달음을 통해 윤회에서 벗어나는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간주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에서 벌어지는 성차별이 사회・문화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과적으로 종교계 안팎에서 여성의 발전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11. ‘국가를 초월한 비구니운동’ 중에서)

오늘날 불교계 여성운동의 대부분은 여성의 권리 쟁취와 관련된 국제사회의 활동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많은 비구니들이 해외로 나가 구족계를 받을 결심을 하면서 국경을 뛰어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으며, 자신의 존재 권리를 주장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작가이자 사상가인 다이애나 폴(Diana Paul)은 전근대 시기는 불교에서 기본적으로 여성을 싫어하는 남성들의 시대였다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의 많은 여성들이 성차별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명상수행을 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960년대부터 1970년대의 많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불교와 페미니즘은 타당한 이유에서 동맹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11. ‘국가를 초월한 비구니운동’ 중에서)

비구니 승가의 또 다른 이점은 여성 재가자들은 동성인 여성 출가자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여성 재가자와 비구니 사회 사이에 서로 유익한 지원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비구니들은 여성이기 때문에 비구들과는 다른 각도의 접근 방법과 관점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은 남자들과는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고, 비구와는 다른 각도로 여성의 문제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비구니들은 여성의 삶의 경험을 더 잘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3. ‘인도네시아 비구니 승가 건립의 장애와 기회’ 중에서)

출가자니 재가자니 하는 구분조차도 불법의 차원에서는 방편일 뿐이다. 필자는 단지 사람들이 형식에 기대어 존경을 얻으려 하는 것을 반대할 뿐이다. 존경이라는 것은 조직의 구조나 형식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뢰는 노력 없이 하루아침에 자동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지속적인 상호 간의 소통과 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10. ‘재가 불자에게 미치는 일본식 봉건제도의 잔재’ 중에서)
불교경전에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기록도 있지만 부정적인기록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경전은 거의 3천여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편찬되어 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한 부분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더욱 깊은 가르침을 간과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6. ‘여성 수행의 의미와 가치: 경전 자료를 중심으로’ 중에서)

제법은 다 환(幻)과 같아서 다만 분별로 쫓아 생겨났으니 제일의의 가르침 가운데에는 남녀의 차별이 원래로 없음을다만 요술사가 요술에 의지하여 네거리 가운데에 남녀의 모습을 만들어서 서로 싸우게 할 뿐이로다, 서로서로 다투고 해롭게 하나 그 일이 진실된 것 아니니 내가 이제 생사를 관하여 보니 허환과 같아서 다를 것이 없다. (-16. ‘여성 수행의 의미와 가치: 경전 자료를 중심으로’ 『불설전여신경』, 중에서)

수천 년 전부터 오늘까지, 인도 여성들은 어머니로 살도록 문화적으로 고착되어 있다. 여성의 위치가 어머니로서의 역할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집착과 구속으로 인해 자식이나 가까운 친척을 잃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다. 모든 것은 변화하며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집착 때문에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을 확실히 파악한 여성들만이 일시적인 조건들에 의해서 일어났다 스러지는 현상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와 같은 자기중심적 반응에서 벗어날 수 있다. (-12. ‘불교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본 해탈’ 중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동양과 서양’, ‘나와 타인’이 서로 만나고 또 만나야만 하는 ‘복잡한 상호의존성’을 띠고 있다. 공간적 문화적 경계를 넘어서는 그러한 만남은 자기 비판적 관점을 요구한다. 즉, 우리가 충성하는 문화와 전통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와 전통에 관하여 우리가 ‘지나친 단순화’를 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찰스 프레비시(Charles Prebish)는 『빛나는 여행: 미국에서의 불교수행과 연구』라는 그의 저서에서, 불교사회와 불자 정체성의 다양성을 수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 33 ‘립스틱을 바른 불자와 법의 디바’ 중에서)

생존에 대한 욕구, 학대와 죽음에 대한 공포는 동물이나 우리 인간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 까닭에, 불교도들에게 있어 생명보호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동물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오후에이는 생명보호에 대한 불교적 시각은 연기설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그 깊이와 섬세함에 있어서 기독교 신학과 철학에 근간을 둔 일반적 동물윤리와는 다르다고 본다. (- 35 ‘대만 비구니가 펼치는 동물보호운동’ 중에서)

수행자들은 열심히 수행하여 아주 튼튼한 뗏목이 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한 명을 겨우 태울 수 있는 뗏목이겠지만, 점점 더 튼튼해져서 두 명, 세 명, 네 명, 나중에는 백 명, 이백 명도 태울 수 있는 커다란 뗏목이 되어야 한다. 꾸준한 수행으로 큰 뗏목이 되어, 중생들을 열반의 언덕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불교수행자들의 역할이며, 자비의 실천인 것이다. (-36 ‘현대 한국불교승가에서 승려들의 역할의 재편성과 자비 실천의 개인 사례’ 중에서)
언론사 서평 위로
[ 불교플러스 ] 신간/ 불교페미니즘과 리더십 2016-09-05
[ 불교포커스 ] "성평등, 그것은 에고 때문이야" 라고 한다면? 2016-09-07
[ 연합뉴스 ] <신간> 불교 페미니즘과 리더십 2016-09-08
[ 오마이뉴스 ] 여성 종교인에 대한 성차별은 '진행중' 2016-09-08
[ 컨슈머타임스 ] 불교 페미니즘과 리더십 2016-09-09
[ 법보신문 ] “진리 추구 남녀차별 있을 수 없다” 2016-09-12
[ 한겨레 ] “비구와 비구니 차별없던 초기불교 ‘평등’ 되찾아야” 2016-09-13
[ 불교저널 ] 불교 안 성차별에 맞서는 여성 불교인 조명 2016-09-21
[ 여성신문 ] 이 주의 신간 2016-10-04
[ 불교TV ] 행복한 불서 2016-10-10
[ 미디어붓다 ] 억압적 성차별을 야기하는 ‘종교적 상식’에 맞서라 2016-10-10
[ 불교신문 ] 신간 에세이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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