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화순 쌍봉사 관해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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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밝히는 등불들] 화순 쌍봉사 관해 스님
  • 권현주
  • 승인 2007.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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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도반은 코 흘리고 손에 때묻은 오지의 아이들"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 중리 741 사자산 쌍봉사.

관해(管海) 스님은 몹시도 수줍음을 탄다. 사진을 함께 찍자는 어린이 법회 꼬마들의 성화에 아이들보다 더욱 카메라를 의식해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모습이 시골아이의 부끄러움과 너무도 닮았다.

화창한 봄날 매주 토요일 오후의 쌍봉사(雙峰寺)는 절 마당이 내내 시끄럽기만 하다. 저기서 한 무리 재잘재잘거리며 웃고 있는 여자 아이들. 또 공을 차며 뛰어놀고 있는 남자 아이들. 이 모두는 쌍봉사 주지 스님인 관해(觀海, 38세, 증심사 총무스님) 스님의 열렬한 팬이자 쌍봉사의 주인들이다.

쌍봉사에는 화순군 이양면 일대의 국민학생 60여 명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모여든다. 몇 년 전 참배객도 없고 살림사는 스님, 신도도 없는 폐사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처럼 나이 많은 신도도 아닌 어린 새싹들의 불법 배우는 소리가 드높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관해 스님이 2년 전 이 절에 오시면서부터이다.

천년 고찰이던 쌍봉사는 참담하리만큼 폐허로 있었다. 광주 증심사 총무로 있던 관해 스님은 사찰참배차 2년 전 이른 봄 쌍봉사를 찾았다. 그러나 절은 스님도, 절살림을 돌보는 재가신도도 없었다. 알고보니 전 주지스님께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그뒤로 쌍봉사는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쓰러져가는 폐사가 되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관해 스님은 쌍봉사 본사인 송광사에 전화연락을 여러 번 했지만 마땅하게 소임살 스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허탈한 소식만 전할 뿐이었다. 스님은 안되겠다 싶어 스님이라도 우선 절 청소며 사시마지(巳時摩旨)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총무일을 맡고 있는 광주시내 증심사에서 보름동안 쌍봉사로 출퇴근을 계속했다.

"밤새 비가 오는 날인가? 증심사에 앉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나더군요. 폐허가 된 쌍봉사의 부처님께서는 비를 맞고 계시는구나. 천년 고찰인데도 돈 없고 가난하니까 스님들도 등돌리고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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