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수상] 자문자답(自問自答) / 김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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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상] 자문자답(自問自答) / 김구산
  • 김구산
  • 승인 2007.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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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상

 나는 문학도며 그것도 영문학을 전공하였다. 지적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역시 세계에 대하여 인간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으며, 나의 지성을 허용하는 한 합리적 해답을 구했고 명증을 요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데까르트의 근원에 대한 질문과 마찬가지 궁극적인 질문 앞에 자아가 두텁고 불투명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문학도로서 내면의 것을 끌어내어 밖으로 형상화해야 하는 표현의 요청은 암담해졌다. 왜냐하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마치 모방밖에 할 수 없는 원숭이이거나 아니면 어떤 알 수 없는 자극에 반사를 일으키는 충동의 노예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원숭이로 머물고 싶지 않았고 노예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밖에도 인생을 겪는 동안에 어찌 고뇌가 없을 수 있겠는가? 나는 무수한 질문과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부자유 속에 시달리면서 무척 괴로웠다.

 나는 학창시절에 서양의 '삶의 철학'에 아주 심취해 있었다. 그러나 삶의 자유로운 자기창조의 본질과 청춘시기의 방자한 타성이 결합되어 허무주의를 낳고 말았던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행동은 삶의 환희가 아니라 투쟁이었고 창조가 아니라 파괴였던 것이다. 나와 너 는 둘로 쪼개진 적이었고 고뇌는 밀도를 더해갔다. 이렇게 하여 의지는 강해졌고, 정열은 더 해감에 따라 투쟁으로써 외부의 적을 극복했다한들 나 자신은 더욱 단단한 아집 속에 갇혔고 정신은 단지 무기로 변해갔다.

그때 나는 동양철학 일반에 관한 독서를 하고 있었고 우연히 반야심경을 접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이상한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불교에 관한 서적이면 무엇이나 읽었다. 그러자 이 제 모든 질문과 회의는 사라지고 하나의 엄청난 질문이 나타났다. 나는 마치 죽음으로 잔병을 나순 것처럼 너무나 큰일이 벌어져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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