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조화, 평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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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조화, 평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 불광출판사
  • 승인 2016.09.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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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벗, 제프리 홉킨스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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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달라이 라마와 만난 때는 언제인가요? 그때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가요?

“몇 년 전에 만났지만, 개인적인 일이라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적인 것은 없었고, 사적인 주제만 있었습니다. 아, 한 가지는 이야기드릴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달라이 라마 존자께서 샤로츠빌(Charlottesville, 미국 버지니아주 도시)에 방문하셨을 때 저는 대중 앞에서 한 10~15분간 달라이 라마를 소개하는 인사말을 했었습니다. 그 때 티베트스님들이 많이 하는 self-immolation(자기희생/소신공양, 몸에 불을 질러 이슈메이킹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뒤에 앉아계셨습니다. 나는 단상에 올라 그 소신공양의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단어(self-immolation) 사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일단 그 단어가 너무 화려한, 너무 학구적인 것이라 대중에게 뜻 전달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self-immolation(자기희생/소신공양)은 목숨을 걸고 몸에 불을 지르는 행위를 뜻하는 것인데,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대중이 보다 쉽게, 그리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티베트 사람들은 이를 민중의 저항, 시민들의 저항의 한 수단으로,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기 몸에 불을 지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를 죽이는 것도 아니고, 절망 끝에서 하는 그들의 몸부림입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자기 몸에 불을 쉽게 지르는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저는 지난 50년간 이들을 보아왔고 잘 알고 있습니다. ‘나를 희생하겠다. 내 몸에 불을 질러 죽겠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다면 ‘널 죽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엄청난 일인 것입니다. 제가 달라이 라마를 소개하는 그 시간 동안에도 50여 명의 티베트 사람들이 몸에 불을 질러 소신공양을 하였습니다.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중국 공산당 정부의 경제적, 정치적 압력 때문입니다. 이젠 144명이 소신공양을 해서 목숨을 잃었고, 그 중 몇몇은 저지당해서 막판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인사말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으로 말해서, 달라이 라마 존자가 이에 대해 대답하거나 응할 필요가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인사말을 이어갔는데, 존자님은 정말 진지하게 제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해주셨습니다.” 

- 현존하는 제14대 달라이 라마와 이전의 달라이 라마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역사적으로 제5대 달라이 라마는 ‘위대한 존자’로 불립니다. 위대한 힘을 보여주셨고, 위대한 영향력을 발산하시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정부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제5대에 이어, 제13대 역시 위대한 달라이 라마로 불리고 있는데, 제14대 역시 위대한 달라이 라마로 불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가 여태껏 전 세계에 보여준 위대한 행동들, 위대한 인격 때문입니다. 행동과 인격, 품성이 매우 고매하고 도덕적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언행일치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교라는 바탕 위에서 그 분이 보여주는 언행일치가 힘의 원천입니다.”  

- 교수님은 달라이 라마 곁에서 10년간 통역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달라이 라마가 보여준 가장 놀라운 지혜의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저는 지난 10년간 그의 수석 영어 통역사로 활동해왔지만, 그보다 더 오래인 38년 동안 그의 책을 영문으로 번역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그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이니까 그를 알고 지낸 지는 44년입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15권의 책을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이런 숫자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존자님께서는 이런 숫자엔 별로 관심이 없으셨습니다.(웃음) 흠. 모르겠네요. 달라이 라마는 늘 놀라운 지혜를 보여주었으니, 너무 많아서 딱히 고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존자님으로부터 배우려고 하는 한 가지 태도는 누구를 만나든,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이던 간에, 그를 그저 한 인간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고, 행복하기를 원하는 한 인간으로서 말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런 사람들을 이데올로기 속에서 고려하지만, 존자님은 그런 것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채 그저 한 인간으로만 만납니다. 따라서 존자님은 누구에게나, 어떤 사람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어느 날 존자께서는 미국 LA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저녁 리셉션에 초대되어 갔습니다. 물론 존자님은 저녁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존자께서는 보안 때문에 뒷문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엌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아주 큰 부엌이었습니다. 존자님이 제 손을 잡고 계셨습니다. 뒤에는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가 있었고, 그의 아내 멜리사 메디슨(Melissa Mathison)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ET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영화 Kundun을 쓴 작가입니다. 그 당시는 ET는 나왔지만 Kundun은 만들어지기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주요 귀빈들은 어느 큰 방 안에 있는 VIP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거기엔 샤론 스톤도 있었고, 다른 영화배우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부엌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로버트 케네디가 LA의 한 호텔 부엌에서 암살을 당했습니다. 물론 이 호텔은 아닙니다만, 나를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은 그 생각이 났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 주변으로 호위하는 경비가 있었습니다. 그 큰 부엌에는 엄청 큰 요리대가 있었고, 거기엔 3명의 요리사가 있었습니다. 이쪽에 달라이 라마가 있고, 저쪽엔 저와 포드, 메디슨, 그리고 상원의원 다이애나 파인스테인(Dianne Feinstein)과 남편 릭 블럼(Rich Blum)이 있었습니다. 그 남편은 증권투자가입니다. 

그때 달라이 라마는 요리사들을 차근차근 보면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요리사들은 이 뒤쪽으로 워낙 유명인사들이 지나가니까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귀찮아하며 무심하게 있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그 곳에 가만히 서서 요리사들에게 미소를 보냈고, 요리사들은 약간 당황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추어서 있었습니다. 그래도 달라이 라마는 계속 가만히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한동안 그러다가 결국 요리사들의 마음이 열렸는지 요리사들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피었습니다. 편안해진 것입니다. 그때 그 분들이 웃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는 거기서 한 발짝도 더 못 가고 계속 있었을 것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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