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정신치료] 불교로 살펴본 몸과 마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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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정신치료] 불교로 살펴본 몸과 마음 3
  • 전현수
  • 승인 2016.09.0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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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이것을 정확히 안다는 게 참 중요합니다. 의지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또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의지는 불교 용어로 말하면 행行입니다.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오온五蘊의 행은 뭔가 일으키는 것인데, 의지가 바로 이 행이라고 보면 됩니다. 남의 강요에 의하지 않고 내 안에서 어떤 의지가 일어나 행동하는 것을 ‘자유의지’라고 한다면 우리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이것을 부인할 수 없지요. 그런데, 그 ‘자유의지’란 것이 어떤 조건에도 관계없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저는 그런 ‘자유의지’는 없다고 봅니다. 조건을 무시한 ‘자유의지’, 이런 것은 없습니다. 제가 이해하는 불교는 인과의 법칙입니다. 어떤 현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그 조건이 있다는 겁니다. 뭔가 조건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저는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조건을 무시한 자유의지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또 선정을 닦은 후 12연기 수행을 해보니까 어떤 정신현상이 일어날 때는 그에 관계된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조건이 하나라도 없으면 정신현상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조건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명확히 보고 난 뒤에 “정말 ‘자유의지’가 없구나.” 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것은 관찰에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찰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의지를 관찰해보면 의지도 순간적으로 떠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순간에 의지가 자신의 내부적 상태의 영향을 받아 일어납니다.

여러분들 지금 눈을 감고 의지를 한 번 내보세요. 제가 관찰해보니까 우리 자신이 의지를 낸 것이 아니라 의지가 떠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디에 강하게 집중하면 의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의지를 내면서 살아보자.’ 생각하면서 이 의지 내고 저 의지 내려고 해도 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자세히 관찰하면 의지가 먼저 탁 떠오르고, 그 다음에 그 의지에 따라 내가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관찰력이 약해서 자신이 의지를 냈다고 착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그것을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거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어. 하고 싶을 때 해야지’ 하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것도 그럴 만한 조건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 겁니다. 그래서 그 조건이 바뀌지 않으면 마음이 안 드는 상황이 계속되고, 점점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의지의 속성을 잘 알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굉장히 수동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조건을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부가 하기 싫다.’ 그러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공부해야지.’ 하기보다는, 조건을 바꾸어 보세요. 만약에 집에서 공부가 안 되면 다른 데 가서 공부하고, 공부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을 찾아보십시오. 조건을 바꾸는 것,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정신치료를 하는 입장에서 이런 의지의 속성을 알게 됐을 때 환자 치료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하고 싶은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관찰을 통해서 보니까, 의지도 그냥 떠오르는 것에 불과해요. 나의 의지는 어떤 조건에 따라 떠오른 것이고, 그것이 계속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보통 내가 의지를 내면 그 의지에 따라서 우리는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의지를 일으켜야 하는가에 초점을 많이 둡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의지를 냈다고 하면 안 낸 것보다는 나아요. 그렇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의지가 어떤 조건 안에서 일어났고, 그 의지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실제로 어떤 일을 하려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됩니다. 예를 들면 의사는 환자 스스로 그 시스템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환자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 스스로 어느 정도 시스템을 구축했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또 의사는 환자가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환자 스스로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옆에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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