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너머] 파리의 기억, 아름다움 그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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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너머] 파리의 기억, 아름다움 그 너머
  • 최원형
  • 승인 2016.01.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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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 소장

| 파리

오르세 뮤지엄은 내 오랜 꿈이었다. 놀라운 것은 고흐, 고갱보다 쥘 브르통Jule Breton의 그림이 더 눈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그의 그림 앞에서 나는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브르통은 농가 여인들의 생활사를 화폭에 많이 담았는데 남루한 옷과 맨발은 그들의 삶이 얼마나 신산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그리느냐보다 무엇을 그리느냐에 더 마음이 갔다. 에펠타워 아래, 파리지엔들과는 피부빛깔이 다른 이들의 모습이 화려한 파리 야경과 대비되었다. “두 개 일 달러, 싸요!” 어색한 한국말로 외치며 내게 다가왔던 그들이, 왜 내 눈엔 차가운 어느 바다 위를 보트에 의지한 채 기약 없이 떠돌고 있을 난민들의 모습과 겹쳐보였을까.

유엔기후총회가 열리는 총회장에는 기간 내내 환경, 종교, 인권, 여성, 노동 등 ‘다양한’ 그룹에서 온 사람들이 사이드이벤트를 열었다. 사이드이벤트마다 기후변화 방지, 적응, 대안 사례들이 역시 ‘다양한’ 아이디어로 등장했다. 그리고 식사 때가 되면 사람들은 쏟아져 나와 카페테리아로 몰려가 고깃덩이 혹은 생선 등 먹거리를 일회용 그릇에 담아 역시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로 먹었다. 남겨진 음식과 일회용품들은 한데 섞여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 기후변화를 일으킨 주범 가운데 하나는 육식이다.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숲이 사라지고 가축을 키우느라 소비되는 에너지도 어마어마하다. 세계 대부분의 바다들은 해수온도 상승과 해양산성화, 남획 등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다. 바다에는 물고기 씨가 말랐고 우리가 먹는 전체 생선의 80% 이상을 인공 양식을 통해 얻고 있다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바다는 몸살을 앓는다.

기후총회장에서 열렸던 사이드이벤트 한 곳에서 대만 법고산사 출신 비구니 스님을 만났다. 그 사이드이벤트도 기후변화를 어떻게 늦출 것인가에 관한 내용을 패널들이 나와 얘기하던 중이었는데 불현듯 이 스님이 손을 번쩍 들고 발언권을 얻어 한마디 했다. “다 좋은 의견들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미 말은 차고 넘치도록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 말은 그만 멈추고 실천을 할 때가 아닌가?” 총회장에 넘쳐나던 쓰레기들과 손수건 대신 휴지를 펑펑 써대던 참가자들을 향한 경고의 말로 들렸다.

테러 후유증인지 파리 시내에 어느 곳이든 어렵지 않게 무장한 파리 경찰을 만났다. 보름 넘게 머물던 숙소로 매일 저녁 돌아올 때면 꼭 만나는 사람들이 파리 경찰 말고도 또 있었다, 홈리스들이다. 밤마다 추운 거리에 몸을 눕히는 이들이 잠드는 그곳은 세계적인 명품가게 앞이다. 선진국일수록 구걸하고 노숙하는 이들은 더 넘쳐난다. 세상이 풍요로워질수록 비례해서 가난도 늘어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기후총회장에서 세계 NGO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분배의 정의’였고 ‘시스템의 변화’였다. 듣기에 따라 다소 급진적일 수 있는 이런 발언들이 그곳에서 큰 박수를 받았다. 가장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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