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더하는 사람들
1987년 1월 대공분실 509호. 어두운 복도 끝 작은 방에서 고문 끝에 숨진 고(故) 박종철 열사. 그의 아버지 박정기(78세) 씨를 만났다. 아들을 잃은 지 20년을 맞이한 올해, ‘박종철 20주기’ 추모재며 기념식에 참석하느라 그는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아들의 49재로 인연이 돼 20년째 추모재를 지내고 있는 통도사 성전암(주지 백우)에서 우리 시대의 ‘아버지’를 만났다.
슬픔을 거름 삼아 키워온 삶의 희망
덜컥 겁부터 났다.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쳤다.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를 만나기로 약속한 그날부터 자식을 보낸 ‘늙은’ 아버지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그 아버지는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버린 열사로 수많은 사람들이 추억하고 기리는 자랑스러운 아들을 두었다.
그뿐 아니라 아들이 가고자 했던 길을 따라 한발 한발 걸어오며 ‘투사’로 거듭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그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마음은 그저 ‘죽은 아들’을 둔 슬픈 아버지의 상처를 다시 들추어야 하는 가슴 무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아버지는 담담하게 아들 얘기를 했다. 슬퍼 보이기보다는 조금 피곤해보였다. 얼마 전 성전암에 다녀간 후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다고 했다. “그렇게 독한 감기는 처음”이라며 웃는 아버지를 보며, 20주기를 맞아 어느 때보다 먼저 간 아들에 대한 기억을 자주 떠올려야 했던 아버지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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