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에 대한 반론에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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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에 대한 반론에 답변
  • 현응스님
  • 승인 2015.11.06 10: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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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와 조계선풍, 그 현대적 계승과 발현을 위해

 

지난 달 초(2015. 9. 4) <‘깨달음과 역사’ 발간 25주년 학술세미나>에서 발표한 내 발제문 ‘깨달음과 역사, 그 이후’(이하 발제문)에 대해 많은 분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셨다. 발제문의 요지는 ‘깨달음이란 잘 이해하는 것’ ‘깨달음은 지혜와 이해의 영역이며, 선정수행을 통해 이루는 몸과 마음의 높은 경지를 뜻함이 아니다’ ‘깨달음을 잘 얻기 위해(잘 이해하기 위해) 설법과 질의응답, 토론, 경전과 어록 열람, 불교를 풍부하게 할 다양한 독서 등이 현대적인 수행방법이기도 하다’ 등이었다. 이러한 발제문 내용에 대해 과분한 평가와 의미부여를 해 주신 분들도 있었지만, 강경한 반대와 비판의견을 표명하신 분들도 많았다. 반대의견을 가진 여러 분들은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반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종단의 전국선원수좌회(이하 수좌회)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내 견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떠나 이번에 주신 의견들은 내 생각을 다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특히 반대의견을 주신 분들께 진정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불교를 보는 견해는 다양하며, 강조하거나 선호하는 영역이 다를 수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와 의견을 달리한다 해서 내가 일일이 해명하거나 반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토론을 해서 어느 한 쪽을 승복 받아 입장을 통일시킬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내 견해에 대해 비판하거나 우려를 표한 내용들이 공개적으로 표명되었기에 대중적인 궁금함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어 내 의견을 밝혀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비판자들의 반론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1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단)의 종지宗旨에 대해

조계종단의 종지는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함을 종지로 한다.”(종헌 제2조)라고 되어 있다. 이 종지에 의하면, 1. 부처님의 근본교리를 잘 알아 받들어야 된다는 것과, 2.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禪의 정신을 중심에 놓고, 3. 전법도생이라는 중생교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조계종단의 나아갈 방향인 것이다.

부처님께서 교화를 펼치신 이후 어언 2,60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시대와 지역을 거치면서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여 무수한 가르침의 유형이 나타났다. 20세기 들어 조계종단은 역사상으로 나타난 다양한 불교의 가르침을 모두 포괄하고자 하는 큰 시도를 했다. 이는 어느 나라 불교에서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시도라 본다. 이것이 바로 한국불교의 통불교通佛敎 정신이다. 그런데 다양한 불교를 포섭하되 혼란에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 조계종단은 그 방법으로써 각각의 가르침과 교리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그 모든 가르침을 선禪의 정신으로 엮어내어 통합하고자 한다.

2,600년의 다양한 불교를 포섭하여 통합해 내는 조계종단의 선禪 정신은 무엇인가? 선에는 여러 가지의 정신과 선풍이 있다. 그 중 어떤 선 정신을 말하는가?

종헌 제1조에는 종명宗名을 ‘조계종’으로 한다는 것과, 고려시대의 태고 스님이 제종포섭諸宗包攝으로써 조계종이라 공칭한 뜻을 이어받아 우리 종단의 명칭을 ‘조계종’이라 한다고 규정했다.

조계종曹溪宗이라는 뜻은 ‘조계선풍曹溪禪風을 중시하고 존중하는 가르침과 정신’이라는 뜻이며, 이를 교단의 종지로 삼고, 교단의 명칭으로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조계선풍은 중국 당나라 선불교의 육조六祖 혜능 스님이 정립했다. 이후 역대조사스님에게 그 선풍이 이어져 오늘날 한국불교의 중심이 되는 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정신의 요지는 ‘돈오頓悟’이다. 그리고 ‘점수漸修’ ‘선정禪定’ ‘수증修證’을 배격한다. 이것이 바로 조계종단이 존중하는 선禪 정신이다.

돈오는 ‘곧바로 안다’는 뜻이다. 점수, 선정, 수증을 배격하고, 곧바로 알아채는 돈오정신으로 불교의 모든 가르침을 포섭하는 것이다. 혜능 스님은 반야지를 통해 불법을 ‘곧바로 알 수 있다(돈오)’고 말씀한다. 달마 스님의 이입사행二入四行과 능가선의 가르침, 그리고 도신, 홍인 스님의 ‘수일불이守一不移’ ‘염불선의 요소를 띤 일행삼매一行三昧’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동산법문 시대를 거쳐 중국의 선종禪宗은 마침내 혜능 스님이 조계선풍을 펼침으로써 비로소 남종南宗이라 불리는 조사선의 시대를 열었다. 혜능 스님이 말하는 돈오는 반야지를 통해 ‘곧바로 안다’는 뜻이며, 동산법문의 일행삼매도 혜능 스님에 의해 ‘곧은 마음으로 행주좌와에 바로 쓰는 마음’으로 변환되었다. 반야부 경전(『금강경』, 『심경』, 『유마경』 등)에 근거한 말씀이다.

조계선풍에 의거할 때 우리는 비로소 초기불교의 니까야와 아함의 말씀을 선정삼매를 강조하는 가르침이 아닌,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석색입공(析色入空=析空觀)이라 하여 존재를 무수히 분석하여 그 결과로 연기관緣起觀, 공관空觀을 깨닫고자 하는 번쇄한 아비달마의 학문적 불교를 벗어나 오온, 십이처, 십팔계를 반야지로 비추어 보아 곧바로 공성(연기성)임을 통찰해서 모든 괴로움을 벗어난다는 돈오의 입장에 서게 된다.

한국불교의 전통교단인 조계종단은 이러한 조계선풍의 돈오사상을 중심에 두어 다양한 불교를 회통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초기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등 제종의 가르침을 모두 종단의 교육과정에 포섭하여 교화방편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종류의 불교를 두루 포섭하는 조계종단의 포용성, 역동성, 개방성은 나라마다 특정 불교교파에 국한되어 있는 오늘날의 세계 어느 불교권의 현실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근년에 나는 ‘조계종’이라는 교단의 명칭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이 주장의 취지는 한국불교가 1,7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모두 승계한 유일한 교단이기 때문에, 이 전체의 역사와 전통을 모두 담아내는 보다 큰 그릇으로서의 명칭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선종은 통일신라 말기에 한반도에 전래되었지만, 한국불교는 그 이전 삼국시대, 가야시대부터 시작되어 수많은 고승의 교화업적과 사찰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 이 모든 전통과 자산을 승계한 교단이기 때문에 연고권 등 법적인 문제나 향후 통일시대를 대비해서라도 종명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종지宗旨는 이와는 다른 문제다. 한국불교의 통불교적 이념을 끌어가는 종지는 조계선풍이 가장 적합하다는 게 나의 개인적 소신과 판단이라는 점을 밝힌다. 왜냐하면 선禪이야말로 가장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면서 모든 불교를 통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2 조계선풍(남종선)은 ‘선정수행’과 ‘닦아 증득함’을 배격함

혜능 스님은 『육조단경』 곳곳에서 ‘닦아 증득함(修證)’과 선정수행을 배격했다. 좌선이란 꼭 앉아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망념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고도 했다. ‘돈오’와 ‘견성’을 강조하면서 반야지로 ‘곧바로 아는 것’을 강조한 가르침이 조계선풍이며, 남종선이요, 조사선인 것이다. 이런 가풍에서는 ‘선정수행’과 ‘닦아 증득함’은 자리 잡을 곳이 없다.

혜능 스님의 ‘한 물건도 없는데 무슨 먼지를 닦아내랴’라는 조계선풍은 회양 스님의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다(一物不中)’, 마조 스님의 ‘도는 닦는 것이 아니다(道不用修)’라는 조사가풍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혜능 스님의 ‘무념을 기본정신으로 삼는다(無念爲宗)’는 그 ‘무념’은 망념이 없는 것을 말하며, 그 망념은 『금강경』에서 말한 그 사상(四相=아, 인, 중생, 수자)이다. 이러한 망념은 닦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반야지로써 곧바로 통찰하여 깨닫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조계선풍은 ‘간정看淨’ ‘간심看心’을 강조하는 수정주의修定主義를 비판했다. 그래서 북종선풍을 ‘응심입정凝心入定, 주심간정注心看淨, 기심외조起心外照, 섭심내증攝心內證’ 하는 수행법이라 지목하고, 이러한 수행법은 ‘닦는 깨달음’이며, ‘상대적인 수행법’이라 규정하면서 이를 맹렬히 비판했다. 이것이 조계선풍이 남종선南宗禪이라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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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해서 2018-08-13 20:44:58
미투~!! 불교를 너무 잘 이해해서 그모양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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