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이와 같이 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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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이와 같이 나이 들었다
  • 조정육
  • 승인 2015.10.08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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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처님, 늙음을 깊이 관하다 / 김재성

2. 부처님은 이와 같이 나이 들었다 / 조정육

3. 무여 스님이 준 화두, ‘65세, 나는 누구인가?’ / 김성동

4. 심출가心出家 에는 나이가 없다 / 조혜영

경전은 늙음, 병듦, 죽음이라는 세 가지가 없었다면 붓다는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늙음에 대해 “부끄러워할지어다. 가련한 늙음이여,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늙음이여 잠시 즐겁게 해주는 사람의 영상, 늙어감에 따라 산산이 부서지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늙음 자체의 부정성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늙지 않으려는 것에 대한 집착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2천 5백 년 전에도 사람들은 생에 대한 집착이 깊었지만, 오늘날 늙지 않으려는 집착은 물질문명과 생명과학기술과 결합해 더 단단해지고, 때론 왜곡되어 나타납니다. 불교의 눈으로 볼 때 늙음에 대한 두려움과 이를 회피하려는 모습은 오히려 고통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되면서, 불안이 더 커지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늙는다는 이 평범한 사실 속에서 이를 불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행복하게 늙어갈 수 있을까요?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과, 부처님의 삶과, 그리고 이를 따르는 불자의 삶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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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측은한 눈빛으로 장인 다리나를 내려다보았다. 이 사람이 과거의 그 탐욕스러운 재정대신과 같은 인물일까. 장인은 부왕 숫도다나의 동생이자 세 아내의 아버지였다. 그는 재정대신이란 지위를 악용해 나라의 부를 갈취했다. 탐욕에 눈이 멀어 걸림돌인 사위를 연금한 적도 있었다.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욕망에 충실한 인생이었다. 그런 사람이 늙고 병들어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1. 귀의

다리나의 얼굴은 믿겨지지 않을 만큼 변해 있었다. 살기로 가득했던 눈동자는 누런색을 띤 흰자위 속에서 초점을 잃었다. 숨쉬기도 힘든 듯 가슴을 들썩거릴 때마다 그렁그렁 가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 부처님을 간절하게 올려다봤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다. 한때는 자신의 사위였으나 지금은 만인이 우러러보는 부처님. 그 분에게서는 향기가 났다. 곁에 있는 사람의 추악한 영혼까지 깨끗이 정화시킬 만한 향기였다. 다리나는 부자연스러운 혀를 움직여 어눌하게 말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혀가 뜻대로 되지 않은 듯 그의 눈빛에 고통과 안타까움이 스쳤다. 부처님은 그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입술의 움직임을 읽었다. 다리나가 다시 한 번 부처님께 말했다.

“부..처..님..께...귀..의...하고 싶습니다.”

마디마디가 분절된 그러나 온 몸의 힘을 다해 올린 생애 마지막 말이었다. 몸은 불가능하나 마음으로 출가하려는 이의 진심이었다. 부처님은 다리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없이 늙고 병든 노인의 참회를 받아주고 용서하는 끄덕임이었다.

부처님은 2,500여 년 전 인도 북쪽 카필라국에서 숫도다나 왕과 마야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부처님이 세상에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역할은 이모가 대신했다. 이모는 어머니 못지않게 정성을 다해 어린 태자를 돌보았다. 어린 태자는 계모 밑에서 눈치를 봐야하는 서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어린 태자의 마음속에는 항상 근원적인 의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왜 사람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에서 기인한 의문이었다.

어린 태자는 영특하게도 어머니의 죽음을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해버리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보편적 문제로 확장시켰다. 해답을 찾는 과정은 적막하고 두려웠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뜨거운 질문이었다.

 

#2. 의문

어린 시절에 느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을 진전시킬 기회가 또 한 번 찾아왔다. 부처님이 소년이었을 때다. 봄날 농경제에 참석했다. 벼농사를 주업으로 한 카필라국에서는 해마다 왕이 농경제에 참석하는 것을 기점으로 한 해 농사를 시작했다. 다음 보위를 물려받을 어린 태자도 농경제에 동행했다.

의식이 시작되고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농부들이 가래로 땅을 파헤쳤다. 한낮의 뙤약볕을 받으며 땅을 파는 농부들은 이내 땀과 흙으로 뒤범벅이 됐다. 어린 태자는 사람으로 태어나 목숨을 연명하는 것에 얼마나 고된 노동이 필요한가를 절감했다.

그때였다. 고생하는 농부들에 대해 측은한 생각에 사로잡혀있을 때 갑자기 사방에서 새들이 날아와 파헤쳐진 흙 속에서 꿈틀거리는 벌레를 쪼아 먹었다. 어린 태자는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해 산목숨을 잡아먹어야 하는 현실을 보고 심한 충격에 휩싸였다.

어린 태자는 약육강식으로 직조된 삶의 조건을 목격하고 조용히 현장을 빠져 나왔다. 사람들과 떨어져 숲속으로 들어간 어린 태자는 오랫동안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겼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한 명상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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